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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변질됐다? “미러링 유효기간 끝나”

[인터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이진옥 대표

조문희 기자 ㅣ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0(Fri) 11:32:04 | 1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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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페미니즘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페미니즘은 더 이상 소수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적 관심사가 됐다. 과거 페미니즘 시위는 여성단체에서 주도하는 소규모 행사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여성 수만 명이 운집하는 규모로 커져서다. 온라인 카페 ‘불편한용기’가 기획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는 세 차례에 걸쳐 최대 6만여 명의 여성이 모였다. 용어도 붙었다. ‘영페미(young과 feminist의 합성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페미니즘을 학습하고 공유하는 어린 세대를 의미한다. 이들은 주로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카페인 ‘여성시대(여시)’나 ‘쭉빵’ ‘워마드’ ‘메갈리아’에서 활동한다.

여론이 마냥 좋진 않다. 급진적 페미니즘 단체로 알려진 워마드의 엽기 행위가 다수 드러나서다. 워마드 회원 일부가 성체에 불을 붙이거나 태아를 훼손하고, 독립운동가를 모욕하는 사례가 보도됐다. 일각에선 워마드도 페미니즘의 일부라고 옹호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따가운 게 사실이다. 학계 내에서도 평가는 갈린다. 이를 페미니즘의 한 분파로 인정할 것인지, 잘못됐다고 봐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나 섣불리 접근하긴 어렵다. 현재 페미니즘계 주류로 통하는 여성들은 이미 중년이 돼서다. 최근 통용되는 페미니즘 언어는 모두 온라인에서 생성되고 유통되는 탓에,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올드페미(old+feminist)’가 읽어내지 못하는 부분이 상당수다. 가령 ‘재기해(자살해)’나 ‘자이루(인사말)’ ‘흉자(흉내+남성 성기, 남성 편을 드는 여성을 일컫는 말)’ 등 여초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기존 페미니스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세연)의 대표 이진옥씨도 마찬가지다. 여세연은 1999년 창립된 단체로, 여성들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활동해 왔다. 40대인 이진옥 대표는 주류 페미니스트들 중에서도 젊은 편에 속한다. 이 대표는 7월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올드페미는 영페미들에게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성혐오를 되갚아준다는 ‘미러링’ 기법은 효과가 있었지만 그 유효기간은 사실상 끝났다”면서 “이젠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를 통해 우리 사회 페미니즘을 진단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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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활동하던 영페미들이 오프라인에서 결집하게 된 원동력은 몰래카메라 이슈였다. 기존 여성학계에선 몰래카메라와 관련해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나.

“기존 여성단체에선 몰카나 소라넷 같은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온라인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어서다. ‘여시’나 ‘쭉빵’ 같은 데서 하는 이야기를 우린 전혀 알지 못한다. 온라인상 언어 문법도 모르고, 가입 자체도 안 된다. 또 운동을 하다 보면 운동하는 사람들끼리 만나게 된다. 가령 여세연은 정치 쪽, 여성노동자회는 노동자 쪽 등에 치우쳐 활동하다 보니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기도 하다. 우리가 무지했다.”

올드페미와 영페미의 차이가 온라인 사용 여부에 따른 거란 말인가.

“세대 차이다. 근본적으로 세상의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이 다르다. 우리는 SNS 관리도 제대로 못한다. 몰카 문제도, 여자 화장실에 구멍이 뚫려 있는 걸 운동하는 선배의 딸이 얘기해 줘서 알았다.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문제들이다. 다만 ‘불편한용기’랑 우리가 대립할 이유는 없다. 의제가 달랐다 뿐이지,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여성운동을 하는 이유의 핵심은 일반 여성의 삶이 나아지게 하는 거다.”

영페미들의 ‘미러링(여성혐오를 남성혐오로 되갚아주는 방식)’ 전략은 어떻게 평가하나.

“미러링이 갖는 효과는 태생부터 시간이 제한돼 있다. 미러링은 상대방의 실체를 내가 똑같이 따라 해서 그게 얼마나 추악한가를 보여주는 건데, 그 효과는 모방을 처음 했을 때 발생하고 끝나는 거다. 모방을 계속하게 되면 그건 더 이상 모방이 아니라 원본이 돼 버린다. 코미디에서도 한 번 해서 웃긴 건 더 이상 웃기지 않잖나. 미러링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지만, 그게 운동으로서 갖는 효과는 이미 유효기간이 끝났다.”

유효기간이 끝났다면 다른 걸로 연장시켜야 할 텐데.

“그런 의미에서 불편한용기가 밖으로 나왔다는 게 중요하다. 여성 수만 명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나왔다. 또 누구를 변화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목표치도 분명해졌다. 이전엔 키보드 배틀의 대상이 개별적 남성유저였지만, 이제는 국가라는 과녁이 생겼다. 경찰서장 사퇴하라거나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게 터무니없어 보일지 몰라도 직접적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구호다. 때문에 전 세계 언론도 주목했고 국가도 반응하고 있다. 이제야 불편한용기와 여성운동 간에 접점이 생긴 거다.”

남성과는 어떤 사이를 유지해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남성과의 관계는 결국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것과 같이 간다. 반드시 성이나 젠더의 문제인 것은 아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불평등 때문이다. 특히 노동시장의 극도화한 불안정성이 남성을 과격하게 반응하게 만들고 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의 벽보를 훼손한 남성도 ‘여권신장이 나의 취업에 장애가 될 것 같아서’라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안전망을 확보하고, 노동시장의 불평등한 구조를 바로잡는 게 시급하다.”

온라인상 혐오표현에 노출된 10대 남자의 성평등 인식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혜화역 시위에 나온 여성들에게 염산을 뿌리겠다고 예고해 경찰에 붙잡힌 것도 10대 남학생이었다.

“그래서 교육 문제가 중요하다. 공교육의 폐해와 또래집단 내에서의 폭력성이 페미니즘과 결합해서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을 경쟁체제로 몰아가지 않고, 젠더 역할을 강요하지 않도록 근본적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어떻게 응답해야 한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에 배신감이 크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했지만, 탁현민(청와대 행정관) 건만 봐도 어이가 없다.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인 그가 이제야 사의를 표명했건만 임종석 비서실장이 브로맨스를 찍으며 다시 붙잡았다. 여성들이 얼마나 그런 문제에 분노하는지 알지 못하는 거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성 의제가 없었고, 여성 공천도 없었다. 최고위에선 여성청년 할당제를 폐지하겠다고도 한다. 이런 시그널이 쌓이면 불편한용기와 같은 불신과 분노의 움직임은 정당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민적 메시지를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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