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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평화유지군’이 전쟁 막을 수 있을까

김병준 비대위 체제 출범…한국당 심폐소생술 성공 여부 관심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4(Tue) 08:20:24 | 1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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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병사 한 명도 없이 평화유지군 사령관으로 당에 들어온 꼴이다.”

 

자유한국당 내 친박계 인사가 7월17일 출범한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 한 달 동안 한국당의 모습은 마치 빠르게 침몰하는 난파선 같았다. 어디에서 물이 새고 있는지 진단은커녕 난파당한 배 안에서 서로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꼴이었다. 어떻게 배를 수리할 것인가를 놓고 계파갈등만 벌였다. 그러는 사이 한국당 지지율은 점점 가라앉았다. 

 

논란 끝에 선택한 극약처방이 김병준 비대위 체제였다.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 난파당한 한국당의 키를 맡겼다. 이로써 6·13 선거 참패로 좌초 위기에 몰렸던 한국당은 한 달여 만에 비로소 당 정비와 혁신을 위한 항해에 다시 나서게 됐다. 김 위원장은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아 개혁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과거 적진의 심장부에 있었던 사령관을 영입할 만큼 충격요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한국당은 지난 한 달 영욕의 민낯을 드러냈다. 누구나 쇄신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책임지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김병준 비대위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고 많다는 얘기다. 기득권 세력을 해체하고 인적 청산을 단행해 개혁보수의 깃발로 새 단장을 하는 것이 김병준 비대위의 책무다. 김 위원장은 물망에 올랐던 다른 후보들과 달리 하마평 당시부터 의욕을 보였던 만큼, 남다른 각오로 당 혁신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게 당 안팎의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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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비대위 체제의 딜레마

 

김 위원장은 7월18일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대위 운영 구상을 밝혔다. 우선 비대위 구성은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꾸릴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와 성별·전문성 등을 고려해 시민사회 활동가는 물론 일반 시민까지도 비대위에 영입하겠다는 게 김 위원장 구상이다. 또한 원내 초·재선 그룹을 1~2명 비대위원으로 임명해 당내 소통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당내 세력이 없는 김 위원장이 초·재선 그룹을 우군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친박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관리형 비대위, 조기 전당대회 주장을 일축했다. 당 혁신과 새로운 가치 체계 정립을 위해선 최소한의 비대위 활동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정기국회 동안에 전당대회를 하는 것이 얼마나 바람직하게 비칠지에 대한 걱정도 있다”며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비대위가) 최소한 올해는 넘어가야 그런 기능(새로운 가치 구현)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 체제의 유효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으로 잡고 있는 셈이다.

 

정계의 이목이 쏠린 ‘인적 청산’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현역 의원 및 특정 계파를 대상으로 한 인적 청산보다는, 여의도연구원 등 당 싱크탱크 및 정책창구 재정비를 통해 당 시스템과 정책·노선 혁신에 주력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공천권 행사 불가,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을 못 박은 것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현재 김 위원장의 태도는 비대위가 처한 딜레마를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당 쇄신의 핵심 과제인 인적 청산 문제에 전혀 손대지 않고선 비대위 활동이 흐지부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비대위가 인적 청산 작업에 착수할 경우, 한국당의 고질병인 계파갈등이 다시 촉발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숨죽인 친박계 ‘일단 휴전모드’

 

김 위원장과 친박계는 비대위 출범을 전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 조직 장악력이 전무한 김 위원장으로선 당내 입지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친박계 또한 섣불리 반기를 들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비대위의 권한과 구성, 운영방향 등이 구체화되지 않아 갈등이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1차 고비는 비대위 구성이다. 비대위 구성에 현 지도부가 ‘당연직’으로 들어갈 경우, 친박계가 집단 반발할 개연성이 크다. 지난 한 달 동안 친박계가 각을 세운 김성태 원내대표에 대한 반작용 때문이다. 비대위의 권한과 활동 권한을 놓고도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친박계는 관리형 비대위를 통한 조기 전대론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당권을 노리는 당 중진들도 함께하고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자신만의 구체적인 구상을 갖고 보수정당을 혁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관건은 우군 확보다.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이 초·재선, 원외 당협위원장 등으로부터 얼마나 지지를 이끌어내느냐가 혁신의 성패를 가늠할 리트머스와도 같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현재 친박계 세력이 예전에 비해 확실히 축소돼 혁신 작업을 전면적으로 가로막는 일이 벌어질 수 없고, 반대로 분당까지 갈 만큼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날 가능성도 낮다”며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가 아닌 중간점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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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자 김병준” 친노의 싸늘한 시선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바라보는 친노 진영의 시각은 싸늘하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개혁정책을 주도한 친노 핵심 인사로 꼽혀왔다. 김 위원장이 박근혜 정부 막바지에 총리 지명을 수락한 것도, 최근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도 ‘권력 욕심’이라는 게 친노 진영 다수의 시각이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행정관, 대통령 1·2부속실장 등을 지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개적으로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모시고 함께 일했던 사람으로서 김병준 교수를 너무 잘 알기에 한 말씀 드린다”며 “그쪽(한국당) 일을 하면서 당신의 출세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님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아 주길 당부드린다. 당신의 그 권력욕이 참 두렵다”고 비판했다.

 

다른 친노 인사들은 공개적인 비난을 삼가고 있지만, 전 의원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2016년 11월 탄핵 정국 당시 이미 김 위원장이 거국 내각의 국무총리를 수락한 바 있어 그의 ‘변절’이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한 친노 인사는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되려고 욕심을 냈던 사람”이라며 “민주당에서 자신의 자리가 마땅하지 않다 보니 박근혜 정부, 한국당까지 간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과거 김 위원장이 친노 진영과 거리가 멀어진 것도 권력다툼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친노 진영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대선후보로 밀었으나 김 위원장은 자신이 직접 출마할 뜻을 밝히며 노선을 달리했다. 이후 친노 진영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로 돌아섰고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하자 “친노와 친문은 다르다”는 등의 비판적 발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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