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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블랙홀’로 재부상한 드루킹

연루 의혹 정치인 소환조사 불가피…여야 수사 추이 보며 치열한 수 싸움

박성의 기자 ㅣ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1(Sat) 10:00:00 | 1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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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상자에 든 시한폭탄 같다.”

 

7월18일 한 야당 중진 의원은 ‘드루킹’ 사건에 대해 “처음 시작은 이상한 사람 몇 명이 저지른 유치한 정치놀이쯤 돼 보였지만, 파면 팔수록 사안이 가볍지 않아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권력을 쥐기 위해서 얼마나 지독한 일들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준 사건”이라며 “의혹을 밝히는 과정에서 이름난 정치인 한 명만 연루되더라도 정치권에 소용돌이가 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판이 소란스럽다. 이른바 포털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 탓이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우리 사회 곳곳의 적폐(積弊)들이 줄줄이 달려 나오고 있다. 드루킹 일당이 돈을 건넸다는 거물급 정치인들의 이름만 수 명이 등장했다. 드루킹과 특별검사팀이 벌이는 ‘진실게임’에 여야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드루킹이 향후 정국을 빨아들일 ‘블랙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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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예언’ 현실화되나

 

드루킹이 처음 언론에 등장한 것은 6·13 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둔 지난 4월이다. 민주당원이 댓글을 조작해 여론을 호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남지사 후보로 나섰던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경남지사)이 드루킹 일당과 연관돼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파장은 컸다. 김경수 의원은 ‘문재인의 남자’라는 별칭까지 붙은 젊은 진보의 아이콘이어서다. 진보정권이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상황에서 드루킹은 보수진영의 구세주로 보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4월22일 국회 본관 앞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민주당원 댓글공작 규탄 및 특검 촉구대회’에서 “출범 1년도 안 된 정권의 실세들이 이렇게 몰락하는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며 “특검을 해서 제대로 밝히면 김경수 다음에 또 누가 나올지 한번 보자”고 말했다. 일각에선 홍 대표가 드루킹 사건을 의도적으로 선거판에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만큼 야권의 드루킹 공세는 거셌다.

 

결국 문재인 정부 들어 첫 특검은 ‘문재인의 남자’를 겨냥해 가동됐다. 5월21일 ‘드루킹 사건’ 특검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특검이 선거의 특수가 되지는 못했다.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 14곳, 자유한국당 2곳, 무소속 1곳에서 승리하며 마무리됐다. 김경수 의원도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드루킹 카드’는 그렇게 힘을 잃는 듯했다.

 

그러나 봄에 불어든 드루킹 바람은 한여름이 되면서 세기가 더 거세지는 모양새다. 선거 이후 파급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검 조사 과정에서 거물급 정치인의 이름이 추가적으로 거론되면서다. 대상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다. 김경수 의원에 이어 다시금 진보진영의 핵심인사가 특검 조사의 타깃이 되면서, 여야 모두 셈법이 복잡해졌다. 야권 일각에서는 ‘홍준표의 예언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7월18일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검팀은 ‘드루킹’ 김동원씨(49) 일당을 상대로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식 수사 개시 22일 만의 첫 구속영장 청구다. 이날 특검팀은 드루킹이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핵심 회원인 도아무개 변호사(61)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및 증거위조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드루킹과 함께 자신의 경기고 동창인 노 원내대표 쪽에 5000만원 안팎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도 변호사는 또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드루킹 변호인으로 나서 5000만원 전달에 실패한 것처럼 증거를 위조해 무혐의를 받아내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경공모의 자금 추적과 압수한 자료 등에 대한 포렌식 분석을 통해 관련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 원내대표에게 돈을 건넸다는 드루킹 김씨의 구체적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박상융 특검보는 “(금품을) 전달한 측 관련자들의 진술과 그러한 (진술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확보해 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전달받았다는 측의 관련자와 그 특정 정치인을 조사해야만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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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앞두고 야권 공세 수위 조절

 

현재 드루킹은 노 원내대표에 대한 정치자금 공여 혐의를 인정하고 있으나 도 변호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원내대표도 관련 의혹에 선을 긋고 있다. 7월18일 여야 5당 원내대표 방미 일정차 인천공항을 찾은 그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은 도 변호사에 대한 신병 처리 결과를 본 뒤 정치권 인사에 대한 자금 수수 의혹을 규명한다는 방침이어서, 노 원내대표의 소환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는 드루킹에 대한 댓글 여론조작 혐의 선고 공판이 오는 7월25일로 잡힌 가운데, 수사 추이를 보며 치열한 수 싸움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제 막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무리한 정치공세’는 피해 간다는 입장이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정치판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인사는 “당장은 상임위가 꾸려진 지 얼마 안 됐고 다가오는 국정감사를 준비해야 해서 국회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드루킹은) 일단 지켜보자는 게 야당 쪽 분위기”라고 했다. 그는 이어 “요즘 의원들이 모인 사석마다 ‘김경수·노회찬에 이어 또 어떤 이름이 거론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그러나 만약 의혹이 줄줄이 무죄로 밝혀질 경우 역풍 우려도 있어서 쉽사리 목소리는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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