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먹방 브랜드 ‘영자미식회’는 계속된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0 13:58
  • 호수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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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먹요정’으로 제2의 전성기 누리는 이영자를 만나다

 

제대로 ‘영자의 전성시대’다. 기존 KBS 《안녕하세요》를 비롯해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올리브 《밥블레스유》, JTBC 《랜선라이프》를 진행 중인 이영자는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에서 일상을 최초로 공개하며 믿고 먹는 ‘영자미식회(영자가 추천하는 식당)’를 탄생시켰다. 절친 최화정·송은이·김숙과 호흡을 맞추는 《밥블레스유》는 센 언니들의 카운슬링에 먹방을 얹힌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이 해당 방송사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에 론칭한 《랜선 라이프》는 국내 최초 크리에이터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포맷으로, 김숙과 더블 진행을 맡았다. 1회 시청률 2.9%를 기록해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이 모든 인기는 이영자의 남다른 음식 사랑에서 기인한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총동원해 음식의 맛을 설명하는 모습은 듣기만 해도 식욕을 부른다. 음식을 먹다 말고 의자 위에 올라가 “야호!” 하고 외치더니 “맛의 정상이여~!”라며 특유의 사투리로 감동을 표현한다. 최근 《밥블레스유》 《랜선라이프》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이영자에게 두 번째 전성기를 보내는 요즘의 이야기를 들었다. 

 

© jtbc·올리브 제공


 

최근 진행을 맡은 《랜선 라이프》는 어떤 방송인가. 

 

“친한 동생인 김숙과 함께 1인 미디어를 하는 분들의 일상을 엿보는 프로그램이에요. 진행은 숙이가 하고, 호기심 많은 저는 리액션 담당이죠. 요즘 숙이가 잘나가죠? 제가 숙이한테 늘 말합니다. 정상에서 내려오지 마, 내가 밀 때까지. 하하.”

 

《랜선이라프》에 먹방 대표 크리에이터 ‘밴쯔’가 출연한다. 같은 분야 아닌가.

 

“많은 분들은 제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맛있겠다’라고 생각하는데, 제겐 1인 방송을 하는 밴쯔가 그런 존재예요. 저는 한자리에서 여러 가지를 먹어본 적이 없지만 밴쯔는 한자리에서 다양한 음식을 먹어요. 넋 놓고 보게 되죠. 한번은 라면 5개를 먹는 것을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놀라운 건 그렇게 많이 먹고도 모델처럼 날씬한 몸매를 유지한다는 거예요. 사람인가 싶어요(웃음).”

 

크리에이터의 일상을 보여주는 예능은 처음이다. 

 

“연예인은 매니저나 소속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부분이 있어요. 재능만 가지고 오지요. 한데 1인 방송을 하는 분들은 스스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든 사람들이에요.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와 같은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저는 궁금했어요. 밴쯔만 해도 밴쯔의 먹방을 보는 구독자가 240만 명이에요. 팬들이 매일같이 이들을 보는 매력이 뭘까? 연예인은 팬들에게 ‘내가 진리니까 따라와’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분들은 팬들 눈높이에 맞춰 소통해요. 요즘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제가 어릴 때 1인 미디어나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있었다면 개그우먼을 안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요. 나의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하지 않았을까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진짜 하고 싶은 것들을 자제하기도 했거든요.”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여러 가지를 섞어서 해 보고 싶어요. 제가 바닷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친언니가 요리 실력이 뛰어나요. 그래서 예쁘게 화장하고 낙지·새우 등 바닷가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언니가 즉석에서 요리를 해 주면 맛있게 먹는 방송을 해 보고 싶어요.” 

 

이영자가 김숙과 더블 진행을 맡은 《랜선라이프》는 국내 최초 크리에이터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포맷이다. ⓒ 올리브 제공​

 

 

이영자가 ‘먹방’의 브랜드로 우뚝 선 건, 《전참시》 출연이 신의 한 수였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영자의 섭외 과정은 쉽지 않았다. 27년 동안 방송인으로 활동했지만 일상을 보여주는 예능은 처음이었던 것. 하지만 음식에 대한 남다른 식견, 두말할 것 없는 방송 내공, 매니저와의 묘한 케미로 단번에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주춤했던 먹방이 이영자로 인해 다시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전참시》 제작진이 말하는 진짜 이영자의 매력은, 음식을 대하는 진심 어린 자세라고 한다. 평소에도 의성어, 의태어를 화려하게 섞어 쓰며 음식에 대한 표현을 ‘리얼하게’ 하며, 제작진도 직접 먹어봐야 맛있게 촬영하고 맛있게 편집한다며 제작진을 많이 먹이는 것도 이영자다. 제작진들 사이에서는 ‘이영자처럼 먹기’가 유행이라는데, 한 예로 대전 빵집에서 이영자가 빵을 6만원어치 결제하자, 화면엔 보이지 않았지만 제작진도 홀린 듯 따라 구입했다는 후문이다. 

 

 

《전참시》의 인기로 최근엔 CF까지 촬영했다. 

 

“겸손해야 하는데 입이 찢어지네요(웃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어요. 예전에는 비호감이라 CF도 안 들어왔는데 《전참시》가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CF까지 들어왔네요.”

 

알려진 바와 같이 《전참시》는 세월호 참사를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지난 5월 이영자가 매니저와 어묵을 먹는 장면에서 세월호 참사 보도 장면을 배경으로 편집한 것. 결국 담당 PD를 비롯한 일부 스태프들에게 징계가 내려졌고, 당시 이영자는 녹화 불참 의사를 밝힐 정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8주 만에 재개한 방송에서 다시금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포맷이 다 비슷하다. 

 

“사실 평상시 스케줄 도중에 세끼를 챙겨 먹잖아요. 그때 매니저나 주변 사람들에게 가성비 좋은 음식을 권하는 게 《전참시》의 콘셉트이고, 《밥블레스유》는 친구들과 즐겁게 식사하며 고민에 맞는 음식을 추천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굳이 차별화라면…, 제목부터가 다르잖아유~(웃음).”

 

마지막으로 오늘 점심 메뉴를 하나 추천해 달라. 

 

“(서울) 여의도 J식당 어떠세요? 콩국! 겉절이 딱 올려 한입 후루룩하면 그 맛이 끝내주죠. 여의도가 멀다 싶으면 인근 학교 앞에서 오이가 송송송 얹힌 쫄면을 드셔보세요. 후루룩 어묵 국물도 같이 나오잖아요. 이촌동에 있는 떡볶이집도 끝내주는데…(웃음).” 

 

이날 이영자가 추천한 점심 메뉴는 콩국과 쫄면, 그리고 떡볶이. ‘영자미식회’가 믿고 먹는 브랜드가 된 건, 이처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맛’을 추천하기 때문이다. SNS를 점령한 ‘영자미식회’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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