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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김은숙 월드’의 확장과 남은 숙제들

430억원 대작의 기대감, 시대극의 만만찮은 무게

정덕현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1(Sat) 10:00:00 | 1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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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억원 대작 tvN 《미스터 션샤인》은 방영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태양의 후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성공 이후 김은숙 작가가 들고 온 신작이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확실히 남다른 공력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만만찮은 무게도 느껴진다. 

 

김 작가에게 꼬리표처럼 달려 있었던 게 바로 ‘멜로 장인’이다. 2004년 《파리의 연인》과 2005년 《프라하의 연인》을 성공시키면서 그 후 일관되게 다양한 공간과 직종 속에서 멜로를 다뤄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칭찬처럼 들리던 이 ‘멜로 장인’이란 표현은 어느 순간부터 김 작가의 족쇄가 됐다. 장르물들이 등장하면서 순수 멜로 드라마들은 점점 힘을 잃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6년 방영된 《연인》은 이른바 연인 시리즈 3부작을 완성하는 작품이었지만, 생각만큼 좋은 반응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이후 김 작가는 멜로를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2008년 방영된 《온에어》나 2009년 작 《시티홀》은 그의 멜로가 직업적 세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줬다. 멜로는 여전히 중심에 서 있었지만 이들 작품은 이제 일의 세계를 좀 더 가깝게 들여다봤다. 《시크릿 가든》은 멜로에 판타지 설정을 활용했고, 《신사의 품격》은 청춘들만의 멜로가 아닌 중년 멜로를 시도했다. 이런 일련의 확장 과정이 드디어 꽃을 피운 작품이 《태양의 후예》였다. 액션 블록버스터의 장르를 직업적 세계와 멜로로 엮어낸 이 작품의 큰 성공은 ‘김은숙 월드’에 날개를 달아줬다. 그리고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는 판타지 장르와 멜로의 퓨전을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를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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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월드’ 확장으로서의 《미스터 션샤인》

 

《미스터 션샤인》도 김은숙 월드의 확장이라는 방향성 위에 놓여 있다. 지금껏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시대극을 형식으로 가져왔다. 구한말 혼돈의 시기에 이름 모를 의병들의 항일투쟁기를 소재로 삼았다. 430억원 대작에, 넷플릭스를 통한 전 세계 동시방영 같은 글로벌한 접근답게 미술에 상당한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이 작품은 당대의 여러 이국 문화들이 뒤섞인 시대의 풍경을 매력적으로 연출해 냈다. 그리고 그 위에 의병들이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며 탄생하는가의 과정을 그리면서, 김 작가 특유의 멜로적 구도까지 담아냈다. 

 

의병들의 항일투쟁기와 멜로가 어떻게 결합하는가를 들여다보면 김 작가가 왜 새삼 ‘멜로 장인’인가를 실감할 수 있다.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부모가 모두 주인 양반에게 죽음을 맞이하고 미국으로 가 군인이 돼 돌아온 유진 초이(이병헌). 의병으로 활동하다 부모가 죽고 조부에게 맡겨져 사대부가의 ‘아기씨’로 동네 사람들에게 추앙받지만, 부모의 의기를 물려받은 듯 총포술을 배워 밤이 되면 요인 암살에 나서는 고애신(김태리).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조선인들에게조차 핍박받다 일본으로 건너가 낭인이 돼 돌아온 구동매(유연석). 친일파 아버지에 의해 일본인에게 팔리듯 결혼했지만 늙은 남편이 죽고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아 글로리 호텔을 운영하는 쿠도 히나(김민정). 

 

이처럼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부모대의 상처 하나씩을 안고 있다. 그런데 구국에 대한 뜻을 저버리지 않고 곧게 살아가는 고애신을 제외하고는 유진, 구동매, 쿠도 히나 모두 조선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갖고 있다. 그들은 한때 모두 조선인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인이거나 일본인 혹은 돈을 주는 자의 국적을 가진 이들로 살아간다. 

 

그런데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건 결국 이들이 고애신이라는 인물과 만나 사적인 관계를 이어가면서 변화하는 모습이다. 사적인 복수에 집착하는 그들을 공적인 투쟁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인물이 다름 아닌 고애신이다. 이 과정에서 의병의 탄생과 멜로의 결합이 가능해진다. 각자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르고 그래서 처음에는 서로를 향해 총과 칼을 겨누게 되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모이게 될 것이다. 조선을 위해 초개같이 자신을 던지는 고애신이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멜로 장인으로서 시대극의 절묘한 접점을 찾아낸 건 김 작가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시대극이 다른 장르와 달리 그 무게가 만만찮다는 점이다. 잘못된 역사 고증과 역사 왜곡 논란이 그것이다. 구한말 의병운동 연구가인 오영섭 연세대 연구교수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스터 션샤인》이 다룬 신미양요 당시 미국인이 조선 땅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묘사된 장면들과 극 중 고애신이 화승총이 아닌 연발총을 사용한 건 실제와 다르다고 밝혔다. 430억원이 투자된 작품이지만 역사 고증에 그만한 투자가 되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대극의 무게, 버텨낼 수 있을까

 

극 중 구동매 캐릭터로 인해 촉발된 ‘친일 미화’와 역사 왜곡 논란은 역사 고증 문제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었다. 극 중 구동매가 소속됐다고 설정된 ‘흑룡회’는 그 상부조직인 겐요샤(玄洋社)가 일본 보수 극우단체로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다는 점에서 ‘흑룡회’를 미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문제가 됐다. 제작진은 ‘흑룡회’를 ‘무신회’라는 가상 조직으로 바꾸며 사과문을 올렸다. “격변의 시대에 백정으로 태어난 설움으로 첫발을 잘못 디딘 한 사내가 의병들로 인해 변모해 가는 과정”을 담으려 했다는 해명도 내놨다. 뒤늦게 이런 조치가 나왔다는 건 시대극이라는 만만찮은 장르를 다루면서도 역사 고증에 대해 철저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드러낸다. 

 

파장은 커져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드라마가 ‘피해국과 가해국 입장’을 묘하게 ‘전복’시켜 놓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물 개개인에게 부여된 서사가 조선이라는 나라를 피해국이 아닌 그것을 ‘자초한 쪽’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은 일제라는 외부의 적과 동시에 구한말 조선의 무력함이 만들어낸 친일파라는 내부의 적이 조응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김은숙 월드는 분명 《미스터 션샤인》으로 확장을 시도했고, 이 확장은 우리 드라마 전체에도 하나의 이정표가 될 만한 도전임에는 틀림없다. 국내에만 머물던 드라마 시장을 해외까지 아우르는 프로젝트로 키워낸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또 김 작가 개인적으로도 멜로라는 자신의 장기를 타 분야로 진화시킨 성과 또한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대극이라는 결코 만만찮은 무게의 왕관을 쓰게 됐다. 이 숙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이 드라마의 성패는 물론이고, 향후 김은숙 월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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