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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이 자리까지 온 내 자신이 대견스럽다”

[이영미의 생생토크] 연속 출루 기록 경신하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출전한 추신수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2(Sun) 10:55:30 | 1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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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 데뷔 14년 차. 그동안 집중 조명을 받는 화려한 커리어의 선수와 거리가 멀었던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가 2018시즌 전반기 동안 펄펄 날았다. 51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하며 현역 선수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 생애 첫 올스타전에 출전해 안타와 득점까지 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타석에서 입증해 보였다. 전반기 성적도 수준급. 타율 0.293에 18홈런 43타점 62볼넷으로 그동안 전반기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패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이런 결과가 그를 메이저리그 최고의 별들이 모이는 올스타전으로 안내한 것이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은 닿고 싶었던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리그별 최고의 실력과 인기를 얻고 있는 선수들이 모이는 이벤트에 속한 추신수는 워싱턴 DC에서 보낸 이틀 동안의 여정이 마냥 설레고 가슴 뛰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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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에서 선보인 ‘출루 기계’의 저력 

 

7월18일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2대2로 맞선 8회초 선두타자로 교체 출장한 추신수는 역사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로 꼽히는 조시 헤이더(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156km 바깥쪽 패스트볼을 밀어 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인 야수 최초의 올스타 출전 안타와 득점이었다. 더욱이 조시 헤이더는 올 시즌 좌타자를 상대로 53타수 중 3안타만 내주는 등 좌타 상대 피안타율이 0.053인 좌타자 킬러다. 추신수는 그동안 헤이더와 단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었다. 

 

추신수는 이미 그가 얼마나 좋은 투수인지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상대해 본 적이 없어 불안한 마음이 들기보다는 살짝 걱정스러웠다는 얘기도 전했다. 추신수가 헤이더의 공에 접근하는 방법 한 가지. 그를 왜 ‘출루 기계’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헤이더의 공을 최대한 많이 보려고 했다. 공의 변화나 던지는 각도를 익히려고 공을 보려 했던 것이다. 다행히 투 스트라이크 투 볼까지 간 덕분에 안타보다는 공을 맞히는 데 신경을 썼다. 그래서 좋은 타구가 나왔던 것 같다.”

 

추신수가 안타로 만든 공은 97마일(156km)의 패스트볼이었다. 추신수는 상대 전적이 없는 투수를 상대할 때 대부분 초구에 방망이를 대지 않는다. 대기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충분히 본 후 자신의 타석에서도 2개 정도는 지켜보는 편이다. 조시 헤이더와의 맞대결에서도 그런 매뉴얼대로 움직였다. 추신수의 안타는 2대2 동점 균형을 무너뜨린 원동력이 됐고 결국엔 추신수가 속한 아메리칸리그 올스타가 내셔널리그 올스타를 꺾고 승리를 차지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인 추신수는 팀에서 유일한 올스타전 출전 선수다. 지난 시즌 3000안타에 가입하고 골드글러브 5회, 실버슬러거 4회를 수상했던 애드리안 벨트레도 이번에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추신수만 선수단 투표로 올스타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올스타 투표가 실력보다 다분히 인기 있는 선수한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걸 감안하면 선수단 투표로 선발된 추신수로선 그 의미가 꽤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추신수는 그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미국에서 야구하면서 이런 자리까지 온 내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올스타에 오기 전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올스타에 뽑힌 선수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이 선수들 사이에 내가 포함돼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세계에서 야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이 메이저리그이고 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력과 인기를 얻은 이들만 올 수 있는 곳이 올스타전 아닌가. 이틀 동안 올스타전을 치르며 뭘 했는지도 모를 만큼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마이너리그에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한 덕분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우여곡절 많았던 미국 생활, 그 값진 열매

 

2000년 8월 18세의 나이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추신수. 함께 야구했던 친구들이 롯데 자이언츠 드래프트 1, 2번에 당첨됐을 때 그는 남과 다른 야구 인생을 위해 시애틀 매리너스의 애리조나 교육리그 캠프를 찾았다. 당시 추신수와 함께 비행기에 오른 이들은 추신수 부모님이었다. 아들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 주기 위해 애리조나까지 동행한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은 얼마 안 돼 아들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믿었다. 40도가 넘는 애리조나의 불볕더위에서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그늘도 아닌 땡볕에 앉아 햄버거를 먹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때 특히 어머니가 많이 우셨다. 체구도 작은 내가 외국인 선수들과 뒤섞여 훈련하고 더운 날씨에 그늘도 아닌 땡볕에서 햄버거를 먹는 모습에 굉장히 마음 아파하셨다.”

 

추신수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자신의 목표가 그리 크지 않았다고 말한다.

 

“나랑 언어와 피부 색깔이 다른 선수들과 딱 한 경기만 같이 뛰어보자, 아니 한 타석이라도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보자고 생각했다. 아마 처음부터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노리고 올스타 선발을 꿈꿨다면 그 많은 일들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추신수는 기자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전했다. 그가 마이너리그에 있는 동안 모두 세 차례의 퓨처스리그 올스타에 선발됐는데, 원래는 네 차례나 퓨처스 게임에 출전할 뻔했다는 것. 

 

“2002년과 2004년, 2005년에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인 퓨처스 게임에 출전했는데, 마이너리그 퓨처스 게임은 많이 나가봐야 두 번 정도가 정상적인 출전이다. 계속 퓨처스 올스타에 나간다는 건 빅리그에 올라가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6년에 또 퓨처스 게임 초대 봉투를 받았다. 고민 끝에 반납했다. 그런데 빅리그 데뷔 후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올스타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한번은 그때 퓨처스 게임에 나가지 않았다고 해서 내게 저주가 생긴 건가? 싶기도 했었다. 이번에 1억 달러 이상 받은 선수 중 올스타에 선발되지 않은 유일한 선수가 바로 나라고 해서 더 놀랐다. 이젠 그 꼬리표를 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얼마 전 미국의 야후스포츠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해 “죽음과 세금, 그리고 추신수의 출루만큼 이 세상에 확실한 건 없다”고 보도하며 추신수의 연속 출루 기록에 찬사를 보냈다.

 

7월19일 현재 추신수는 51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우며 텍사스 구단 단일 시즌 최장은 물론 현역 메이저리거 최장 신기록을 넘어섰다. 지금으로선 출루만 하면 기록이 경신되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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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경기 연속 출루, 나갈 때마다 신기록 

 

단일 시즌 50경기대 연속 출루는 2007년 시카고 컵스 소속의 케빈 밀라(52경기) 이후 11년 만이다. 2000년대 들어 50경기 이상 연속 출루한 선수는 추신수를 포함해 8명뿐. 51경기 연속 출루로 메이저리그의 전설 베이브 루스와 타이를 이뤘고, 숫자를 더해 갈수록 전설들은 계속 소환될 예정이다. 52경기는 루 게릭, 조 디마지오가, 55경기 연속 출루는 타격왕 12회를 차지했던 타이 코브, 스탠 뮤지얼 등이 기다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최다 연속 출루 기록은 테드 윌리엄스(보스턴)가 1949년 세운 84경기다.

 

올스타전에서 만난 조이 보토(신시내티 레즈, 48경기 연속 출루 기록)는 추신수의 연속 출루와 관련해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추, 넌 84경기까지 연속 출루 기록을 써야 해. 그다음 내가 85경기 연속 출루 신기록을 작성할게(웃음).”

 

조이 보토는 추신수가 신시내티 레즈에 있을 때 많은 영감을 준 팀 메이트였다. 올스타에 선발된 추신수와 현장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줬고 사진기자들 앞에서 일부러 추신수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할 정도였다.

 

추신수는 연속 출루와 관련해 담담한 소회(所懷)를 전했다.

 

“처음에는 2009년 이치로가 기록한 43경기 연속 출루 기록만 넘어서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다 연속 출루 기록을 44경기로 늘리게 되자 이번에는 팀이 갖고 있는 기록을 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텍사스 레인저스 최다 연속 출루 기록은 1993년 훌리오 프랑코가 세운 46경기). 돌이켜보면 그 기록은 절대 혼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심판의 볼 판정, 수비수들의 역할, 투수의 컨디션 등 기록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변수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매 경기마다 두 차례 이상의 출루를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몸에 맞고 나가든 볼넷으로 걸어 나가든 두 차례 이상의 출루가 목표였다. 35경기 연속 출루를 이어갈 때는 과연 내가 그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느새 40경기를 넘어 51경기까지 와 있다. 이제부터의 기록은 보너스의 의미로 생각하고 싶다. 팀을 이끄는 감독 입장에서 이런 기록이 걸려 있으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감독님의 마음을 가볍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추신수의 얘기를 듣고 제프 배니스터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에게 추신수의 연속 출루 기록에 부담을 갖고 있는지를 물었다. 배니스터 감독은 화들짝 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연속 출루 기록은 추신수와 그의 가족은 물론 우리 팀한테도 굉장한 뉴스거리다. 오히려 추신수가 약간 부담을 갖고 있는 듯한데 그건 감독인 내가 충분히 도울 수 있는 문제다. 추신수가 계속해서 기록을 이어가길 바란다.”

 

분명 언젠가는 중단될 것이 분명한 기록 행진이다. 그래도 5월14일 휴스턴 애스트로전부터 숱한 변수를 딛고 기록을 이어온 부분은 메이저리그 전체가 인정하고 축하를 보내는 분위기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로선 추신수의 연속 출루 행진 덕분에 구단이 더 조명받고 있는 중이다.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추신수가 더욱 대단해 보이는 것은 그가 허벅지 부상을 당한 후에도 연속 출루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6월26일 샌디에이고와의 경기 중 허벅지에 약간의 통증을 느낀 그는 7월1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을 앞두고 MRI 검진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검진 결과를 놓고 “지금 상태는 부상자 명단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답했다고 한다.

 

구단에서는 추신수와 긴밀한 토론을 벌였다. 연속 출루 기록과 생애 첫 올스타 선발을 앞두고 부상으로 경기를 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베이스 러닝을 천천히 하고 지명타자로 나가면서 손상된 근육이 아물 때까지 기다리라는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추신수는 부상 위험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중요한 건 이런 상황을 무릅쓰고 경기에 나간다고 출루 기록과 올스타 선발이 이어질 거란 보장은 없었다는 점이다. 부상에 대한 걱정 때문에 위축된 플레이를 벌일 수밖에 없었지만 추신수는 오히려 홈런을 더 많이 생산해 내며 주루 플레이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게 만들었다. 

 

“사실 베이스 러닝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전력 질주를 할 뻔하기도 했지만 강한 인내심으로 참고 있는 중이다. 다행이라면 현재 허벅지 상태가 상당히 좋아졌다는 점이다. 이 상태라면 후반기에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메이저리그 ‘에이스’들이 말하는 추신수

 

1번 타자 추신수는 상대 선발 투수들한테 굉장히 까다로운 타자다. 좋은 선구안으로 공을 골라내는 능력이 뛰어나 웬만한 유인구에는 꼼짝도 안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스타전에 모인 각 팀의 에이스들에게 추신수를 상대하는 방법을 물었다. 

 

추신수한테 매번 ‘당하기만’ 하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에이스 맥스 슈어저는 2013년 아메리칸리그, 2016·2017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을 만큼 내셔널리그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선수다. 그런 그가 자신의 천적을 인정했다. 바로 추신수다. 추신수는 맥스 슈어저를 상대로 24타수 14안타 OPS 1.792(2루타 2개, 3루타 1개, 홈런 3개 포함)를 기록했고, 실제 맥스 슈어저를 10타수 이상 상대한 타자들 중 추신수의 통산 타율이 0.583으로 가장 높았다. 

 

맥스 슈어저는 추신수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추신수에게 자신을 상대한 비법이 무엇인지 물어봐 달라고 재미있는 부탁을 건넸다. 슈어저는 “선수마다 천적은 있기 마련인데 내 천적은 다 알 듯이 추신수”라면서 자신은 어느 순간부터 그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는 내용이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게릿 콜은 올 시즌 10승2패,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하면서 128.1이닝 동안 177개의 삼진을 잡아낸 에이스다. 추신수와의 상대 전적은 8타수 3안타(홈런 1개), 1볼넷 3삼진. 그는 지난 7월5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를 정확히 기억해 냈다. 

당시 추신수는 선발투수 게릿 콜을 맞아 시즌 16호 솔로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더욱이 44경기 연속 출루를 선보인 추신수는 스즈키 이치로가 보유한 아시아 출신 선수 최장 연속 경기 출루 기록(43경기)을 갈아치웠다. 

 

게릿 콜은 “추신수를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그를 상대할 때는 공을 빼는 걸로 정면 승부를 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뉴욕 메츠의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은 추신수와 맞붙어 2타수 2안타 1볼넷을 허용했다. 그는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기 어려운 선수가 추신수”라면서 “타석에 임하는 모습이 흔들림 없이 꾸준하다. 그런 꾸준함이 51경기 연속 출루를 가능하게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스타전을 모두 마친 추신수는 다음 날인 19일, 텍사스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한 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3연전으로 후반기를 시작한다. 그는 올스타전 이후 인터뷰에서도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후반기 준비 잘해서 올 시즌 마무리를 잘하는 게 목표”라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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