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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은 ‘월드컵 우승 재미’ 못 봤다

프랑스의 러시아월드컵 우승, 1998년과 달리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 안 줘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5(Wed) 14:12:04 | 1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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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러시아월드컵이 프랑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프랑스는 1998년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대표팀 유니폼의 왼쪽 가슴에 별 하나를 추가했다. 대표팀 휘장 상단의 별은 월드컵 우승을 의미한다.

 

1998년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안방에서 강호 브라질을 3대0으로 격파했던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으로 상징되는 아트사커의 종주국이다. 결승전이 열렸던 1998년 7월12일 샹젤리제 거리에만 150만 명의 인파가 운집했었다. 올해의 경우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에펠탑에 9만 명, 축하 퍼레이드 행사가 열린 샹젤리제에 5만5000여 명이 모여들었다. 모두 테러 위험 예방을 위한 검문검색 강화로 인원이 대폭 제한됐으나 그 열기는 1998년만큼 뜨거웠다. 

 

이미 결승 티켓을 거머쥔 이후부터 프랑스는 축제 분위기였다. 주택가엔 프랑스 삼색 국기가 내걸렸고, 지난 몇 달간 30여 차례 파업으로 몸살을 앓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에 대한 찬반으로 양분됐던 프랑스가 하나가 됐다. 모든 정치적 사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영미권 언론이나 프랑스 언론은 이번 월드컵 우승이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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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이 된 월드컵, 모든 뉴스 삼켰다

 

실제 월드컵 동안 대표팀의 승전보가 이어지며 프랑스 국내 소비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프랑스 마켓 리서치 전문업체인 GfK프랑스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판매된 고화질 평면 텔레비전 대수만 42만5000대였다. 이는 전년대비 64% 증가한 것이며 매출액만 2억 유로 규모다. 

 

이뿐만 아니라 월드컵 우승 과정은 모든 프랑스 국민을 애국자로 만들어버렸다. 전국 각지의 프랑스 국기 제조업체엔 주문이 쏟아졌다. 프랑스 국기 삼색의 분장 도구인 ‘펜브러시’는 200만 개가 팔려 나갔다.

 

경기 일정이 종반으로 치닫자 월드컵은 모든 뉴스를 삼켜버리는 블랙홀이 돼 버렸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방문해 유럽 지도자들을 꾸짖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격 행보에 대한 논란도 언론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트럼프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분석보다 디디에 데샹 대표팀 감독을 가르친 선생님과의 인터뷰가 더 비중 있게 다뤄졌다.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가. 프랑스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 결승전을 앞둔 기자회견장에서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가 밝힌 소회다. 간판 스트라이커인 그는 20년 전 어린 시절, 프랑스가 처음 월드컵에서 우승할 당시 샹젤리제에서 환호했던 기억을 가진 선수다. 그리즈만의 사례처럼 프랑스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완벽한 세대교체를 이뤘다. 아트사커로 대변되는 지단의 1998년 세대를 뒤로하고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2002년 월드컵 ‘폭망’ 이후 20년이라는 긴 침체기를 지나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이번 프랑스 대표팀의 평균연령은 26세다. 지금까지 써온 역사보다 써야 할 이야기가 더 많다. 이러한 미래에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 바로 디디에 데샹 감독이다. 그는 선수와 감독으로 한 차례씩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사상 세 번째 인물이 됐다. 

 

프랑스는 혹독한 감독 수난사를 가진 국가다. 1998년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에메 자케 감독은 우승의 순간에도 대회 기간 내내 자신을 대놓고 비난했던 언론들을 향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프랑스 스포츠계에선 축구 대표팀 감독과 언론 간의 싸움이 치열해 월드컵 본선보다 어려운 대결이라고도 칭한다. 

 

그러나 데샹 감독은 자신의 멘토였던 에메 자케 감독이 언론에 혹독하게 당하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그 어떤 대표팀 감독보다 철저하게 팀을 관리했고 또한 능수능란하게 여론을 요리했다. 이러한 행보를 두고 기자가 “지나치게 대표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데샹과 함께 한때 축구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방송인 나탈리 야네다는 “그는 마치 스파이 같았다. 모든 언론이 축구팀을 다루는 방식을 면밀하게 관찰했고 감독이 되고 나서는 그 경험을 그대로 적용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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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꿈 끝내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프랑스

 

그는 말 많은 축구협회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가 감독이 된 후 대표팀 경기의 평균 좌석 점유율은 97%에 이른다. 축구협회의 수익은 1억115만 유로로, 그가 감독이 되기 전과 비교해 20%나 증가했다. 대표팀 이미지가 클럽 운영에 직결되는 지방 군소 축구클럽 구단주들 역시 두말할 것 없이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7월17일 파리 콩코드 광장 앞 크리용 영빈관엔 다시금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엘리제궁 환영만찬을 마친 대표팀 선수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들은 지하주차장이나 뒷문을 통해 호텔을 빠져나간 뒤였다. 하지만 이러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디디에 데샹 감독이었다. 이런 모습이 그가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승팀을 이끈 리더 데샹은 이렇게 국민적 영웅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국가의 리더 마크롱은 잠깐의 달콤한 꿈을 끝내고 다시 전쟁 같은 현실로 돌아왔다. 그는 우승 축제 이튿날인 7월17일 아침, 노조 대표와 엘리제궁에서 면담을 가졌다. 축구 대표선수들은 역할을 마치고 휴가를 떠났지만 마크롱에겐 철도 노조와의 대결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월드컵 우승이 마크롱의 지지율엔 영향을 미칠까. 1998년의 경우 시라크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우승 직후 7%나 상승했다. 반면 이번 월드컵은 딱히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컵 우승 이틀 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오독사의 발표에 따르면, 마크롱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여전히 61%에 이르렀다. 지난 6월 조사 이후 지지율이 오히려 2% 하락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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