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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으로 가는 길…서울퀴어문화축제란 한 걸음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5(Wed) 14:11:02 | 1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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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4일 토요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가는 길은 뜨거웠다. 광장은 만일의 사태를 염려한다는 명목으로 펜스가 둘러쳐져 있었고, 나머지 공간은 온통 반동성애를 외치는 사람들이 점령했다. 퀴어축제가 열리는 바로 옆에서 열겠다는 집회를 허가해 주지 않을 수도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사실 집회는 허가제가 아니다. 같은 날 바로 옆에서 그리하겠다는 사람들을 안 좋게는 볼지언정 국가가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히 사회의 진일보려니. 

 

그래서일까. 축제의 장으로 들어서기 전에도 다채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우선 눈에 띈 것은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울부짖다시피 하는 중년여성 몇 분과, 그 옆에서 다소 겸연쩍어하는 표정으로 ‘탈동성애는 인권입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늘어선 청소년들이었다. 퀴어축제를 반대하고자 나온 사람들이긴 하지만 담론의 결은 사뭇 다를 텐데, 이들은 서로의 다른 생각을 어떻게 생각할까. 광장으로 가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토론할 생각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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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센터 앞에 차려진 ‘퀴어보다 더 좋은’이란 이름의 무대는 탈동성애 팻말 조직의 것인 듯했다. 대형 화면 속 흑인 래퍼의 흥겨운 춤과 동시에 길 건너편에서 터져 나오는 반동성애 집회 측의 노래는 《독도는 우리 땅》이었다. 야시장처럼 북적이는, 같은 듯 다른 구호와 깃발의 영접을 받으며 광장으로 가는 길은, 제각기 다르게 진도 나가는 시민적 각성의 얼룩무늬로 짠 카펫 같아 보였다. 

 

막상 광장으로 들어서니, 분명 같은 태양이 내리쬐는 속을 뚫고 지나왔는데도 태양은 더 밝고 뜨거웠다. 이 세상의 밝은 웃음은 거기 다 모아둔 듯이 웃음이 넘쳐났다. 아무도 담장 밖의 저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SNS를 떠도는 모함성 비난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퀴어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고 이날은 그 축복을 확인하는 축제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상당수는 성소수자가 아니다. 그러나 광장에서 만난 어떤 이는 “우리는 모두 퀴어예요”라며 웃었다. 모두가 퀴어,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할 때 열리는 ‘천국의 다른 이름’이라 해도 괜찮을 것같이 밝은 날.

 

광장에서 나와 지하로 내려가면서 만난 풍경이 이날의 백미다. 똑같은 점퍼를 받쳐 입고 등과 가슴에 반동성애 구호를 써 붙인 사람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화장실 앞에 줄을 서 있는 바로 옆에는, 각양각색의 무지갯빛 치장을 하고 얼굴에도 팔에도 스티커 문신을 새긴 사람들이 발랄하게 웃고 떠들며 순서를 기다린다. 서로 간섭하거나 시비 걸지 않고, 흡사 행선지가 다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놀라운 광경이다. 서로 공존할 수 없다고 입으로 부르짖는 사람들이 바로 그 사람들을 옆에 두고도 묵묵히 볼일 보러 들어가고 나온다. 이것은 진보일까? 둘 사이를 갈라놓는 펜스나 경찰 인간띠 없이도, 화장실 앞에선 저절로 유지되는 질서와 평화는? 어떤 종류의, 아주 미세한 정도의 톨레랑스가 흐른다. 여기서부터 대화를 시작하면 어떨까를 잠시 생각하며, 줄이 너무 길어 다른 화장실을 가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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