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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자산, 한국 GDP의 절반 넘었다

60개 기업집단 자산·매출·계열사 수 전수조사 결과…재벌기업 내에서도 ‘부의 편중’ 가속화

이석 기자·유경민 인턴기자 ㅣ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4(Tue) 14:00:00 | 1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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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 4개 그룹의 자산이나 매출은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60곳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렀다. 하위 56개 기업집단과 상위 4개 기업집단의 자산이나 매출이 비슷해졌다는 얘기가 된다. 10대그룹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자산이나 매출 비중이 전체의 70%에 달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부의 편중’ 현상이 재벌기업 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시사저널이 공정위의 ‘대규모 기업집단 공개 시스템(오프니)’을 통해 60개 기업집단의 최근 20년간 자산총액(공정자산 기준)과 매출, 계열사 수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확인됐다. 상위 4대 기업집단 자산은 올해 934조5290억원으로, 전체 조사 기업(1966조3740억원)의 48%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그룹이 399조5596억원(20.32%)으로 가장 높았다. 현대차그룹이 222조6542억원(11.32%)으로 뒤를 이었고, SK그룹과 LG그룹의 자산은 각각 189조5036억원(9.64%)과 122조7754억원(6.24%)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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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4대 그룹과 나머지 56곳 자산 비슷 

 

무엇보다 올해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는 1조6932억 달러(약 1918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상위 4개 기업집단의 자산이 우리나라 한 해 GDP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주목된다. 그나마 2017년에는 4대 그룹의 자산이나 매출이 GDP의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상위 10개 그룹의 자산과 매출 역시 2017년 76%와 78%를 차지했다가 올해 소폭 하락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주요 그룹의 자산이나 매출액 비중이 지난해보다 하락한 이유는 단순하다. 현대차그룹은 2015년 이후 실적이 부진했다. 삼성그룹도 2013년 화학 및 방산 계열사를 한화나 롯데그룹에 매각하면서 통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이들 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지배력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변화는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공정위 오프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20여 년간 재벌기업 내에서도 점유율 차이가 뚜렷했다. 2000년대(2001~10년) 공정위가 지정한 대규모 기업집단 대비 10대 그룹의 자산총액 평균은 62.4%였다가, 2010년대(2011~18년) 69.5%로 차이가 크게 확대됐다.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10대 그룹의 비중이 최저점을 찍은 후 계속 상승하는 추세였다. 같은 기간 4대 그룹의 자산 역시 45.30%에서 47.25%로 꾸준히 격차가 벌이지고 있었다. 

 

조사 범위를 범(汎)삼성가와 범현대가, 범LG가로 확대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공정위 발표 시점인 2018년 5월 기준으로 이 세 가문에 소속된 기업집단은 모두 13개, 계열사는 560개에 불과했다. 전체 계열사(2083개)의 26.89% 수준이다. 하지만 자산과 매출은 각각 996조1290억원과 813조961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기업 대비 자산은 51%, 매출은 52%로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삼성과 CJ, 신세계, 한솔그룹 등이 포함된 범삼성가의 자산이 467조59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현대차와 KCC, 한라,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포진한 범현대가의 자산은 320조2020억원으로 조사됐다. 최근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 현대그룹과 현대해상화재보험, 현대엠파트너스(옛 현대기업금융), 현대성우그룹, 한국프랜지공업 등을 합할 경우 범현대가의 자산은 3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LG와, LS, GS그룹 등이 포함된 범LG가의 자산은 208조8680억원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세 가문의 자산만으로 올해 한국 GDP의 절반 이상이 된다. 이런 추세라면 범삼성가와 범현대가, 범LG가의 내년 자산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汎삼성·현대·LG家 자산 1000조원 육박 

 

주목되는 사실은 이들 가문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나 지배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통계등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한국의 GDP 성장률은 80%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범삼성가와 범현대가, 범LG가의 자산은 179조8690억원에서 519조7070억원으로 188.94%나 증가했다. 매출 역시 259조7140억원에서 538조1510억원으로 107.21% 성장했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이들 가문의 자산이나 매출 상승률이 과거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의 GDP 성장률은 더욱 하락했다는 점에서 범삼성가와 범현대가, 범LG가의 경제력 집중 현상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꿔 말하면 재벌기업의 경제력 집중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지뢰’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국내 재벌기업의 특성상 매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이들 기업은 오랜 기간 형성된 강력한 수요 독점을 무기로 단가 후려치기와 기술 탈취, 일감 몰아주기 등의 사업 방식을 통해 고도성장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제력이 한쪽으로 쏠리는 ‘부의 편중’ 문제가 발생했다. 상위 기업집단으로 올라갈수록 경제력 집중 현상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벌들은 혁신이나 개혁에는 여전히 게을렀다. 최근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사양화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안이하게 대응해 왔다. 부를 독식한 후 2세나 3세들에게 물려주는 데만 급급해했다. 이게 부메랑이 돼 재벌기업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를 덮칠 수 있다는 게 경영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국 제조업의 위기가 경제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 재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과도한 수직계열화를 막아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그는 “최근 정부가 재벌 혁신에 나서고 있지만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며 “혁신 성장의 3대 요소는 기회와 유인, 금융이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 지원 정책만 펴왔다. 기회와 유인을 위한 구조 개혁 없는 ‘혁신성장’은 100%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최근 보고서에서 비슷한 지적을 했다. ‘2018 OECD 한국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의 계열사 수는 2001년 624개에서 올해 2083개로 233.81%나 증가했다. 상위 기업집단으로 올라갈수록 증가폭은 낮아졌다. 10대 그룹의 증가율은 145.14%에 그쳤다. 반대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위 기업집단으로 갈수록 높게 나왔다. 30대 그룹의 자산은 2001년 437조8670억원에서 2018년 1966조3740억원으로 349.98% 증가했고, 10대 그룹의 증가율은 468.91%를 기록했다. 

 

상위 기업집단으로 올라갈수록 내부거래를 통한 이익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OECD는 분석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재벌기업의 이익은 내부 소유권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높을수록 이익 또한 더 키지는 구조를 띠고 있다”며 “이런 문제로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는 OECD 평균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도 시간이 갈수록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근로자당 부가가치는 1980년대까지 50(최대 100)을 웃돌다가 최근에는 30 전후를 오르내리고 있다. OECD 국가 중 멕시코와 아일랜드 다음으로 낮은 수치였다. 

 

OECD는 우선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부터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OCED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외이사가 모든 상장기업 이사회의 절반이 돼야 총수 일가의 경영 파행을 견제할 수 있다”며 “아울러 부패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기업인에게 대통령 사면을 않겠다는 정부 약속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관련기사

“‘제조업의 덫’에 빠진 재벌, 과감히 메스 들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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