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투신사망에 ‘패닉’…왜 극단적인 선택 했을까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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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이미지’ 트레이드 마크…“의혹 제기 만으로도 도덕적 내상”

 

최근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 과정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 이름이 나오자 모두가 의아해 했다.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많았다. 이런 와중에 난데없이 노 의원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무엇이 그를 스스로 목숨 끊게 만들었을까.  

 

'드루킹' 김동원씨(왼쪽)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 연합뉴스

 

 

노회찬 투신사망, 유서에 "금전 받았으나 청탁과는 관련없다"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7월23일 숨진 채 발견됐다. 예기치 않은 비보였다. 평소 진보정치에 대한 소신이 강하고 달변가였던 노 의원이 의혹을 정면돌파하든 인정하든 결자해지에 나서리란 관측이 많았다.   

 

경찰에 따르면, 7월23일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현관 쪽에 노 의원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아파트는 노 의원의 자택이 아니라 어머니와 남동생 가족이 사는 곳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의원 외투를 발견했다. 이어 외투 안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과 정의당 명함, 유서를 찾아냈다. 유서에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노 의원이 드루킹 사건과 관련, 신변을 비관해 투신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드루킹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은 도아무개(61) 변호사가 2016년 총선 직전 드루킹과 공모해 자신의 경기고 동창인 노 의원에게 정치자금 5000만원을 불법 기부했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핵심멤버이자 드루킹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물이다. 5000만원 중 4190만원이 되돌아온 것처럼 경공모 계좌 내역을 꾸미고, 5만원권 돈다발 사진을 증빙용으로 찍는 등 각종 증거위조를 교사한 혐의 등도 있다. 특검은 이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증거 조작 행위에 도 변호사 등의 지시가 있었다는 경공모 측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노 의원이 '야인' 시절 경공모 초청 강연에 참석한 뒤 강연료로 2000만원을 받은 증거를 추가로 확보한 상태였다.

 


'깨끗한 이미지' 트레이드마크…"의혹 제기 만으로도 도덕적 내상"

 

노 의원의 투신사망 소식을 접한 특검팀은 업무를 멈추고 긴급회의를 여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검은 7월23일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도 변호사 소환 조사 계획도 취소하고 향후 수사 방향을 재설정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특검이 노 의원이나 측근을 직접 조사하려 한 적은 없었다.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이었고, 노 의원 역시 결백을 주장하며 차분하게 전열을 가다듬었다. 지난 7월20일 노 의원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어떠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 (특검이) 조사한다고 하니, 성실하고 당당하게 임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적극 해명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노 의원이 귀국 하루 만에 유명을 달리한 데 대해 누구도 제대로 설명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를 지켜봐온 많은 이들은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것이 사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고 조심스레 추측한다. 알려진 노 의원 유서에도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다'며 기존 입장을 일부 뒤집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7월19일 YTN에 출연해 "최종적으로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하겠지만, 일단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제기만으로도) 깨끗하고, 정의로운 이미지가 트레이드마크였던 노 의원이 도덕적으로 엄청난 내상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드루킹 특검 수사 과정에서 갑자기 노 의원 이름이 거론된 것이 석연찮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김 교수는 "(드루킹 댓글 조작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데, 이 자금의 흐름이 어떻게 됐느냐는 것을 파악하지 않고는 댓글 조작의 진실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쪽으로 (특검이) 접근하고 있는 듯하다"며 "이런 과정에서 노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나왔다"고 해석했다.

 

한편 노 의원과 심상정 의원, 이정미 대표 등으로 대표되던 정의당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정의당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율을 위협하며 진보정당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7월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오늘 오전 우리 당 노회찬 원내대표에 대한 갑작스럽고 황망한 비보가 있었다"며 "자세한 사항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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