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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은 온 순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

[유재욱의 생활건강] 생명 위급한 환자 먼저…정확한 진단 후 치료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8(Sat) 10:00:00 | 1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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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어난 응급실에서의 의료진 폭행 사건은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져 덮여 있었던 문제들이 밖으로 불거진 사건이다. 응급실에서 의료진 폭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필자도 응급실에 근무했을 때 여러 번 환자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버스 운전기사를 폭행하면 중하게 처벌받는다. 승객은 물론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에게도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의료진에 대한 폭행 역시 다른 환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접근해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응급실의 특수한 상황과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도 환자와 의료진 간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응급실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치료하는 특수한 공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진료실과는 치료 순서가 다르다. 그래서 환자가 생각하기에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한 오해가 발생한다. 환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을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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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응급실은 도착한 순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 

 

식당에서 나보다 늦게 온 사람에게 음식이 먼저 나왔다면 화가 날 일이다. 하지만 응급실은 도착한 순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 환자의 위급한 정도에 따라 진료 순서가 정해진다. 내가 저 사람보다 먼저 도착했더라도 나중에 위급한 사람이 오면 위급한 사람부터 우선 치료하도록 규정돼 있다. 운이 나쁘면 초저녁에 응급실에 가서 계속 순서가 밀리다가 아침까지 제대로 진료도 못 받고 그냥 누워만 있다가 오는 경우도 있다. 

 

누구나 자기가 제일 위급하다고 생각한다. 응급실에 와서 빨리 안 봐준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 중에 흔한 경우가 ‘술 취해 넘어져 두피가 찢어져서 피투성이가 된 환자’다. 사람이 출혈이 되면 환자나 보호자나 흥분하고 당황하게 된다. 그런데 자기보다 늦게 온 멀쩡한 사람이 먼저 치료를 받고 있다면 당연히 화가 날 수도 있다. 

 

응급실에는 치료의 우선순위가 있다. 의료진 사이에 회자되는 말 중에 ‘응급실에 온 환자 중에 피투성이가 된 사람보다 멀쩡히 걸어 들어온 사람을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응급실에서 가장 응급한 사람은 가슴이 뻐근하다고 가슴을 움켜쥐고 멀쩡히 걸어 들어오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 중에는 종종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 입장에서는 사망확률이 거의 0%인 피부가 찢어진 환자와 사망률이 30%에 육박하는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먼저 치료해야 한다. 

 

 

② 고열로 응급실을 찾았는데 치료는 안 해 주고 검사만 한다. 

 

아이가 고열이 나서 응급실을 찾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빨리 해열제를 써서 열을 떨어뜨려 주면 좋겠는데, 응급실에서는 정확한 진단이 나올 때까지 치료를 안 해 주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수액을 걸어 놓고, 피검사다 엑스레이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한다. 아이는 아파서 울고 있는데 마냥 기다려야 하니 답답하다. 

 

‘내가 아는 병인데 빨리 치료해 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응급실은 하루에도 몇 명씩 생사를 오가는 중환자가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진단이 내려진 후에 처방과 치료를 하도록 정해져 있다. 응급실에서 치료가 바로 이루어지지 않고 진단만 오래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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