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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편의점 알바가 직업이에요”

취업난과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프리터족 급증…세수 감소나 국가 경쟁력 하락 우려

박견혜 시사저널e. 기자 ㅣ 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8.08.02(Thu) 11:00:00 | 1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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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계속되는 취업난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이슈가 맞물려 프리터(Freeter)족(族)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프리터족은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로 특정한 직업 없이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프리터족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장기불황으로 일본 젊은 층에서 두드러진 집단이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취업에 목매지 않고 자유롭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리겠다는 청년들의 자조 섞인 선택인 것이다. 

 

7월23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청년층(15~29세) 중 건설노동 등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청년은 올해 5월 기준으로 25만3000명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최고치다. 최악의 실업률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라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인 탓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단순노무직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모두를 프리터족으로 부를 순 없지만, 취업난에 치여 차선책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프리터족이나 다름없는 실정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시·도별 청년실업률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청년실업률은 8~10%대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청년들도 자신을 스스로 프리터족이라 여기기 시작했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지난해 성인 알바생 1053명을 대상으로 프리터족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가 자신을 프리터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9.8%는 프리터족이 늘어나는 이유로 “정규직 취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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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보다 비자발적 프리터 크게 늘어

 

프리터족은 일반적으로 자발적 프리터족과 비자발적 프리터족으로 분류된다. 프리터라는 용어는 1987년 리크루트사가 구인잡지 ‘프롬A’에서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처음 사용했다. 초반에는 집단의 규율과 원칙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경제생활을 한다는 자발적인 의미로 사용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높은 실업률과 취업난이 동시에 닥치면서 취업을 하고 싶어도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비자발적 프리터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나슬기씨(31)는 올해로 2년째 프리터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비자발적 프리터’라고 칭한다. 2015년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계속 언론사, 대기업 등의 입사시험을 준비했지만 취업 문턱은 높기만 했다. 현재 나씨는 월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 7시간씩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를 통해 버는 나씨의 한 달 월급은 100만원 정도.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혼자 사는 나씨의 한 달 평균 생활비는 월세, 통신비 등을 더해 70만원이다. 

 

나씨가 2년 전 PC방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바로 취업난 때문이었다. 나씨는 “졸업하고 취업이 잘 안 됐다. 서울에서 혼자 살기 위한 생활비가 필요한데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면서 “이 생활의 장점은 출근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다는 것이다. 다만 불안정성을 느낀다. 그렇다고 취직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니다. 취직하기 전까지 (아르바이트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것에 대해서는 실제 가계에 큰 보탬이 돼 소득이 달라졌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년 두 자릿수씩 오르고 있는 최저임금도 프리터족 양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에 비해 16.4% 오른 753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이다. 2007년 12.3% 오른 이후 계속 한 자릿수 상승률에 그쳤다가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씩 오르고 있다. 일본 프리터족이 2000년대 초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당시 크게 올랐던 최저임금에 기인한다. 일본의 프리터 수는 1990년 182만 명에서 2001년 417만 명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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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와 9급 공무원 월급 차 10만원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로도 공무원 수준의 월급을 벌 수 있게 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을 기준으로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을 일했을 때 받는 월급은 174만5150원(주휴수당 포함)이다. 올해 기준 일반직 공무원 9급 1호봉의 세전 월급(184만원)과 견줘도 불과 10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로도 공무원 수준의 월급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제도와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프리터족을 택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선 선택이 아니게 됐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이 프리터족에게 마냥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기존 인원을 감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7월2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자영업자와 소상인 300명을 대상으로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74.7%가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을 감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경영난에 처한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과반인 53%는 위기 해결 방안으로 직원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일찍 프리터족의 등장을 겪은 나라다. 《일본사회의 키워드, 프리터족》(다이아몬드, 2007년)이라는 책에서 저자 마루야마 은 ‘프리터가 증가하면 안 되는 이유’로 △세수(稅收)의 부족 △보험료 부족 △소비의 부족 △저축의 부족 △출산율 저하 등을 꼽았다. 일반 정규직보다 소득이 낮은 프리터는 동시에 납부할 세금이나 보험료, 소비, 저축률도 낮은 탓에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청년층을 중심으로 프리터족이 늘어나면 국가 경쟁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제조업이 몰락하는 등 경기 불황이 25년씩 진행되다 보니 일자리가 없어지고 청년들은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게 됐다. 이를 우리나라가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프리터족의 증가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운명과도 맞닿아 있다. 젊은 층 수혈이 안 되니 기업이 활력을 잃게 되고, 청년층의 소득 창출이 안 되면 국가의 세원 확보도 어려워진다”면서 “과거 일본의 국가부채가 급증했던 이유다. 일본의 엔화는 그나마 국제 결제통화지만 우리나라는 이것도 아니라 외국 자본 대거 철수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앞서 소개한 책은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 마루야마는 “직업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하는 청년층이 사회로 나올 때, 기업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가.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프리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2018년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고민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지는 대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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