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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TV드라마에 협찬사 등장하고 모바일 결제도 척척

[이영종의 평양인사이트] 북한에 부는 유통 혁명…평양 시내 새 쇼핑몰 들어서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30(Mon) 14:00:00 | 1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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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양에 새로운 대형 쇼핑몰을 건설 중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세워질 이 ‘상업중심’은 평양 중심부에 해당하는 중구역에 터를 잡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방북했던 재미교포 사업가는 “김정은이 조속한 건립을 지시한 강원도 원산 해양리조트(갈마해안관광지구)에 대부분의 건설 장비와 인력이 투입된 상황에서도 이 쇼핑몰 공사에는 박차가 가해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이 크다는 얘기다.

 

평양에는 이미 김정은 시대 들어 문을 연 대규모 쇼핑시설이 성업 중이다. 평양의 핵심계층과 부유층이 즐겨 찾는 광복거리상업중심이다. 여기에서는 식품이나 생필품 등은 물론 의류와 건축자재까지도 판매되고 있다. 북한 TV가 방영한 영상을 살펴보면 서방국가의 마트나 대형몰에서 볼 수 있는 쇼핑카트와 전산 관리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상품공급 부족에다 전기마저 끊겨 어둡고 썰렁한 모습을 보이던 예전의 ‘백화점’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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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당서 상납받아 돈맛 본 고위층 늘어나

 

새로운 쇼핑몰 건립은 평양 중산층 이상 주민들의 소비욕구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미 김정은 집권 이후 들어선 뉴타운 격인 여명거리나 은하과학자거리 등에는 제법 규모가 있는 지역상권 마트가 속속 문을 열고 영업 중이다. 이곳에서는 식품과 생필품 위주로 비교적 많은 상품이 전시돼 팔리고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에 쇼핑센터는 물론 커피숍과 편의점 등이 입점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은 “새 쇼핑몰 건립은 기존 상업시설로는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 주민들의 소비욕구를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포화상태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평양에는 온라인 쇼핑몰까지 등장해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다는 게 북한 관영 매체들의 보도다. 전자결제카드로 운영되는 전자상업 봉사체계인 ‘옥류’라는 쇼핑몰은 공장·기업소에서 생산한 소비품과 약품 등을 판매한다. 해당화관이나 창전해맞이식당 등 김정은 시대 들어 등장한 상점이나 식당의 상품과 음식을 배달하는 기능도 갖췄다. 고객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 주문한 뒤 전자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중앙통신은 주민들이 상품 생산 측과 직접 연결돼 “질 좋은 상품들을 손쉽게 눅은(값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고 상품배송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쇼핑몰이 이름을 알리면서 상품 생산자들 사이에서 원가와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경쟁도 활발하다는 대목은 자본주의 시장의 유통 공급망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북한이 내세우는 이들 쇼핑몰은 극소수 특권층 평양 시민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유통망이란 한계가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도 본격적인 모바일 이용이나 결제 시스템이 작동하기는 어렵다. 

 

상징적 수준의 월급만으로는 이런 쇼핑몰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광복거리상업중심의 경우 살결물(스킨)과 물크림(로션) 등 6개 품목으로 구성된 ‘미래’라는 브랜드의 화장품 세트 가격은 북한 원화로 무려 36만5100원에 달한다. 노동자 월급이 보통 북한 원화로 30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화장품 세트 구입에 무려 10년 치 월급을 꼬박 모아야 한다. 북한에서 요즘 한창 인기를 얻어가는 커피믹스는 100봉지 한 묶음에 7만2500원 수준이다. 한 달 월급으로 커피믹스 4개를 사면 남는 게 없는 셈이라, 일반 근로자는 도무지 엄두를 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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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환율제도 탓 암시장 달러로 수입품 싸게 사

 

이 같은 상황은 이중환율 제도 때문에 벌어진다. 북한은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고려호텔이나 주요 외화상점·쇼핑몰에서 1달러당 150원 정도의 공식 환율을 게시한다. 이대로라면 광복거리상업중심에서 팔리는 화장품 세트는 2434달러, 커피믹스는 483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비공식 환율인 암달러는 1달러에 북한 돈 8000원에 거래된다. 이걸 적용하면 화장품 세트는 45달러(한국 원화로 5만1700원), 전기자전거는 383달러(한국 원화 44만원) 수준이다. 달러를 손에 쥘 수 있는 경우라면 구매가 가능한 수준이다. 호텔이나 쇼핑센터 문밖만 나서도 공식 환율보다 53배나 더 힘센 암달러로 쉽게 환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달러 한 번 손에 쥐어보지 못하는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에게 쇼핑센터나 마트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달러의 위력을 경험할 수 있는 계층이 확산되면서 소비와 유통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최근 북한 TV드라마에 한국이나 서방 드라마의 기업 후원·협찬을 모방한 자막이 등장하는 건 대표적 사례다. 조선장수무역회사와 평양외국어대학 등이 제작에 기여하는 방식의 알림이 드라마 엔딩 크레딧에 표시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자본주의식 광고나 후원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점차 상업적 차원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소비를 촉진하는 패션 트렌드나 유행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번져가고 있다. 북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배낭형 가방인 ‘백팩’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재일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전하고 있다. 김일성대 학생은 인터뷰에서 “가방 안에 압착 해면(스펀지)을 넣은 휴대용 컴퓨터보호주머니가 있어 컴퓨터를 편리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어 좋다”고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생수를 마시는 문화도 자리 잡고 있다. 길거리에서 생수병을 들고 다니는 것이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페트병에 담긴 500mL 생수 한 병의 가격은 북한 돈으로 1500원 수준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4월 첫 공개연설에서 “다시는 우리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듬해 3월에는 핵 개발 덕으로 국방비를 민생에 돌릴 수 있게 됐다며 경제·핵 병진노선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핵과 미사일 도발은 북한 경제를 대북제재의 틀 속에 가둬버렸다. 그 여파로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3.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마이너스 6.5%를 기록한 1997년 이후 최저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이후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엔 북한의 비핵화 이행이 핵심이다. 평양을 중심으로 특권·부유 계층 사이에 불고 있는 소비와 유통에 대한 욕구는 변화의 바람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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