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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빵과 장미

노회찬이 남긴 숙제들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1(Wed) 08:00:00 | 1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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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자유+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공동체가 그 구성원들의 자유를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이 정말 있다면 무슨 일들을 제일 먼저 할까. ‘자유’라는 개념을 개인의 내면으로부터 찾아내는 습관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유를 ‘윤리에 저촉되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할 자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자유라는 말의 가장 널리 알려진 격언은 존 스튜어트 밀의 저 유명한 말,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끝난다”이다. 이때 자유는 내 마음속의, 내 머릿속의, 마음껏 방종하고 사악해도 되는 그 자유가 아니라, 내가 내 이웃과 공존하기 위해 서로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구속할 것인가를 다투는 치열한 생각싸움의 언어다. 그래서 이 시민적, 사회적 자유를 지켜내고자 국가가 일을 하고 싶다면 아마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초보적이고도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나의 자유는 너의 자유와 같은 값이다. 자유의 가격은 재산의 크기나 주먹의 세기, 심지어 몸의 무게 순서가 아니라 그냥 일개체 일자유이기 때문에, 내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너의 자유도 똑같이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 상식이 지켜지지 않으니까 차별이 발생하고 차별이 눈에 보이고 차별에 편승하여 이득을 얻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차별금지법이야말로, 너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라는 말을 법으로 만든 정말 단순한 것이 아닐까.

 


 

페미니즘이 저항하는 수많은 폭력 중에, 개인 대 개인의 일들로 보여도 사회가 개입할 수 없는 것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모조리 재판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회는 얼마나 끔찍한가. 피해자가 사건 당사자가 되어 자기를 소명하는 일을 일일이 해야 하는 사회는 결코 발전한 사회가 아니다. 흔히 이런 사회를 우리는 야만이요 미개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가 이렇다.

 

강력한 로비단체가 되어 버린 일부 기독교 세력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있으나, 정치자금과 표라는 압박이 없다면 이 세력의 무기는 없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비윤리적이며 부자유하기 때문이다. 삼권분립 시대의 민주공화국에선 자유의 한계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국회의 가장 중요한 일 아닌가. 그런데 그것을 고민하던 정치인을 잃고서, 이런 글을 쓰고 있다니. 

 

노회찬 의원의 빈소가 차려진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엔 울음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닥쳐온 비보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직 분명하게 이름을 얻지 못한 분노가 분명한 슬픔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는 듯했다. 눈을 깜박이면 고인 눈물이 굴러 나오기라도 할까봐 눈알이 빨개지도록 눈을 부릅뜬 채로 사람들은 묵묵히 줄을 서서 떠난 이를 배웅하는 큰절의 차례를 기다렸다. 노무현을 통곡으로 보낸 내가 노회찬을 뜬눈으로 보낸다. 이 차이가 말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료한 언어로 말할 수 있고자, 내 불면의 밤은 길고도 길다. 

 

한 사람이 갔을 뿐인데 너무 많은 것이 금 간 얼굴로 우리 앞에 와서 선다. 어느 해 여성의 날에 그가 보내준 장미 한 송이가 느닷없이 떠오른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평등하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연대의 장미이자 약속의 장미가. 비로소 흐르는 눈물 한 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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