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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인터뷰] 9월 방북 추진하는 ‘막가파’ 명진 스님

사단법인 ‘평화의 길’ 출범…“판사마저 무너진 사법 당국 반드시 개혁해야”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7.30(Mon) 14:00:00 | 1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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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은 별명이 많다. 조계종으로부터 승적이 박탈돼 ‘프리랜서 스님’, 보수정권을 비판하는 발언을 자주 해 ‘좌파 스님’ ‘청개구리 스님’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정작 그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별명은 ‘막가파’다. 이명박 정권 당시 ‘명진의 막가파식 행태에 전략적 대응방안을 강구하라’는 문건을 작성하고 그를 사찰한 사실이 최근 검찰수사 결과 밝혀졌다. 명진 스님은 스스로 “청와대 기록물이 검증한 ‘국가공인 막가파’”라며 “가장 추악했던 정권으로부터 미움을 받았으니 그만큼 정의롭게 살았다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민간인 사찰과 봉은사 퇴출의 쓰린 경험을 늘 웃음으로 승화시키곤 한다.

 

지난 6월30일 서울 성동문화회관에서 열린 명진 스님의 저서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북콘서트 자리엔 보수정권 9년을 아프게 기억하는 이들이 다수 자리를 메웠다. 세월호·용산 참사 유가족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함께해 서로를 위로했고, 분노 대신 평화를 얘기했다. 이 자리에서 명진 스님은 사단법인 ‘평화의 길’ 발족식을 가졌다. 자신의 삶의 ‘마지막 남은 불꽃’이라며 ‘평화의 길’을 소개한 그는 “한국 사회 권력의 피해자들을 보듬을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활동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7월18일 오후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에서 시사저널과 다시 만난 명진 스님은 남북 협력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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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를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나.

 

“남북이 기사를 교류하며 만들었던 잡지 ‘민족21’의 발행인도 6년 했고 평양 ‘윤이상 음악연구소’에 지원도 해 왔다. 봉은사 주지 시절, 북한의 사찰을 모두 담은 열 권짜리 도록을 완성하기도 했다. 한반도가 평화 국면으로 바뀐 이 시점엔 또 어떻게 통일에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개마고원에서 나오는 주목나무로 단주를 만들고 북한 사찰의 비석·비문을 탁본하는 등 2010년 5·24조치(대북제재 조치)로 못다 한 사업을 재개하려 한다.”

 

종교의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

 

“불교의 경우 북쪽에서도 굉장히 관심이 많고 다른 종교에 비해 다가가기에 부담이 없다. 불교의 역사는 남북이 같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통일에 기여해야겠다 싶어 여러 사업을 구상 중이다. 특히 강원도 고성에 건봉사라는 절 옆에 금강산 내금강으로 들어가는 옛길이 나 있는데 이 길을 복원해 누구나 걸을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준비 중이다. 9월 방북을 위해 북쪽에 연락도 취해 놨다. 그쯤 평양에 한번 가 논의를 하게 될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 스님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남북 교류 사업은 없나.

 

“지금 조계종단에서 승적이 제적된 상태라서 아무래도 정부 차원에서 나와 함께하긴 부담이 될 거다.”

 

 

“머리 깎고 절에 들어와 사업가 노릇해”

 

한 달 넘게 설조 스님이 단식을 이어가는 등 여전히 조계종 적폐청산의 목소리가 높다.

 

“나이가 88세면 밥을 먹어도 기력이 쇠할 때 아닌가. 그런데도 설조 스님은 정신적으로 맑고 당신의 의지가 아주 강하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고깃덩어리 부처님께 바쳐 불교가 조금이나마 맑아진다면 아까울 게 무어냐 하신다. 목숨을 건 스님의 영향으로 사회 각계 원로들과 여론이 다시 종단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조계종단에 어떤 심각한 문제들이 있는 건가.

 

“사찰엔 국가 보조금이 있다. 당연히 국민의 세금이다. 불교 문화재 보수, 템플 스테이, CCTV 설치 등 방재사업에 2012년부터 1년에 약 2500억원 예산이 편성됐다. 처음 그 사업을 할 때 자승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이 특정업체에 사업 맡기라고 압력을 넣었다. 사찰에 지원되는 비용은 모두 자승이 나눴다. 국민 세금이 자승 개인의 통치자금이었던 거다. 지금 조계종은 어떻게든 정치권에 줄을 대고 예산을 많이 따와 절을 키우는 사람이 존경받는 곳이 됐다. 머리 깎고 절에 들어온 이들이 로비스트, 사업가 노릇하고 있는 거다.”

 

종단 적폐, 정치권 유착을 없앨 수 있을까.

 

“싸울 게 없다. 그냥 ‘정상적으로’ 조사받을 거 조사받고 밝힐 거 밝히면 된다. ‘이명박근혜’ 정권하에서 조계종은 엄청난 보호를 받았다. 문체부가 문제를 다 알고 있는데도 감사 한 번 하지 않았다. 2014년 감사원에서 전국 사찰에 대한 감사를 하려 했는데 모 국회의원이 당시 감사원장에게 전화해 감사하지 말아 달라 부탁했다고 한다. 이후 그 의원은 그걸 자승 원장에게 자랑하듯 말했고 자승은 다음 선거 때 의원의 유세를 도왔다. 이런 식의 정치·종교 간 결탁이 근절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미래가 없다. 종교에도 촛불의 준엄한 명령이 전달돼야 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6월에 민간인 사찰 건으로 기소된 것을 비롯해 이명박 정권 인사들이 줄줄이 조사받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원세훈 전 원장은 사고 자체가 기본적으로 천박하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첫해에 청와대에서 내가 있던 봉은사로 등값을 보낸 적 있다. 안 받고 돌려보냈더니 ‘감히 봉은사 주지가 대통령 등값을 돌려보내느냐’며 청와대 비서실에서 날 혼내러 왔다. 봉은사 종무원들과 싸움이 벌어졌다. 일이 커지니 원세훈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과를 하러 왔다. 그때 내가 ‘학력위조, 탈세, 부동산 투기 이런 게 지금 내각의 기본 아니냐’며 혼을 냈다. 그때 원세훈이 ‘스님, 탈세 해 본 사람이 탈세하는 놈 잡을 수 있고, 부동산 투기해 본 사람이 국토부 장관 해야 수법 다 알기 때문에 잡을 수 있습니다’ 하더라. 그게 원세훈이란 사람의 기본적인 사고다. 그래서 내가 ‘그럼 전국의 경찰서장은 다 강도나 도둑놈 시켜라’ 하고 돌려보냈다. 돌아가는 그의 뒤통수에 대고 ‘이 정권에서 국정원장까지 갈 인물’이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스님을 찾았다. 책 제목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제 했던 질문이라고. 

 

“2007년 어느 날 아침, 누가 ‘스님께서 불편해할 수도 있는 한 분을 데려오겠다’고 하더라.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점심을 같이하며 편하게 얘기하다 보니 본인이 재미있었는지 좀 더 있다 가겠다며 뒤의 약속을 취소하더라. 그때 그가 ‘스님,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겁니까’ 묻더라. 그래서 ‘할아버지는 삼성을 창업했고 아버지는 그걸 키웠다. 그 과정에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지 않았느냐. 영향력 큰 만큼 소외된 사람 살피며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라’고 말했다. 근데 그 말을 결국 안 들었지.”


이 정권에서 꼭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

 

“1심, 2심 거쳐 무죄 되고 보상받았던 이들이 대법원 판결에서 뒤집혀 보상금까지 돌려줘야 했던 사건들이 있지 않았나. 40여 년 전 인혁당 사건도 2011년 대법원에서 국가배상금이 지나치게 많이 지급됐다며 일부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었다. 얼마 전 복직된 KTX 여승무원 건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이들의 오랜 세월 망가진 인생과 설움은 누가 보상하나. 이러니 내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욕을 안 할 수가 없다.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인 판사마저 무너진 사법 당국에 대한 개혁이 결코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이 정권에서 반드시 이뤄내야 할 일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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