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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으면 세금 안내고, 돈 없으면 세금 낸다?

작년 납세자 1심 승소율 39%…국세청 ‘무작정 과세’에 반발 커져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1(Wed)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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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무조건 두들겨 맞은 다음, 알아서 각개격파식으로 과세 부당성을 호소하는 게 과연 조세정의일까. 이런 의구심이 들게 만드는 판례가 최근 나왔다.  

 

과거 한 상장사에 근무한 조아무개씨는 올 6월 대법원으로부터 국세청의 ‘조세회피 과세에 대해 증여세 부과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대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린 고등법원의 판결에 최종 손을 들어준 것이다. 판결에서 대법원은 “부당하게 과세한 차명계좌 증여의제 과세와 관련한 조세심판원 결정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최종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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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과세하면 소송하는 게 정답일까

  

지난 2010년 코스닥 상장사인 A사는 심각한 경영난을 맞는다. 당시 자금난에 휩싸인 이 회사 대표 이아무개씨는 자금조달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통한 주가 부양 불법을 동원했다. 회사 주가가 떨어지면 사채업자 등 적대적 M&A 세력이 반대매매를 통해 주식을 대량 매도할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급한 불은 끄면서 회사 부도는 막았고 직원들의 밀린 급여도 지급했다. 

 

이 회사 대표 A는 “적대적 M&A(인수‧합병)세력으로부터 회사를 지키는 방법은 그 것 밖에 없었다. 법을 어긴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만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법을 어긴 탓에 이 대표는 자본시장통합법 위반으로 3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 사이 회사는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다. 출소 후 이 대표에게 남은 것은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이 대표에게는 엄청난 금액의 세금고지서가 날아왔다. 

 

과세당국은 2010년 그가 주가조작 때 동원했던 조씨를 비롯해 직원 5명의 차명 계좌를 문제 삼았다. 당시 과세당국은 이 대표의 행위가 주가 부양과 관계없는 조세회피 목적이 더 컸다고 단정 지었다. 그 결과 당시 차명계좌를 빌려줬던 조씨를 포함한 5명에게 ‘증여의제 과세’라는 세금폭탄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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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세까지 더해지면서 금액은 평균 1인당 7억~8억원 규모였다. 개인으로는 쉽게 갚을 수 없는 큰 돈이었던 것이다. 당시 죗값으로 형을 지냈지만 이럴 경우, 상장사 A사 전 대표 이씨는 연대납세의무자가 되기 때문에 추가로 30억~40억원을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억울하기는 이들 5명도 마찬가지. 이후 조씨는 행정심판을 요청했지만 ‘이유 없다’는 판결만 받아야 했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납세자는 소송비용 등을 이유로 결과에 승복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달랐다. 당사자 중 한 명인 조씨는 조세심판원의 판결에 의문을 제기해 나홀로 항소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항소심인 고등법원으로부터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는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다”면서 “위법(피고 : 국세청)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국세청의 상고에 대해 이유가 없다. 이 사건(과세)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올 6월 대법원 역시 부당과세라고 판정내리면서 논란은 마침표를 찍었다. 법원은 “대표자인 이씨는 명의신탁 당시에 조세를 회피할 목적이 없었다”고 봤다. 

 

 

돈없어 소송 못하면 그대로 세금 떠안아

 

문제는 조씨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이다. 이들은 여전히 막대한 세금을 내야하는 처지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법원은 이들이 항소, 상고 권리를 포기했기 때문에 이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간주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세금을 내야할 처지에 있는 다른 이들은 “항소하려면 일단 변호사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면서 “지금 막대한 세금을 내지 못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이들 중 한명은 체납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다니던 회사에서도 해고됐다.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재취업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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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지적할 수 있는 점은 현재의 조세정의 시스템이 철저하게 돈을 기반으로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세금 탈루가 발생하더라도 큰 돈의 수임료를 내고 대형 로펌을 선임한 재벌들은 추후 조세 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앞선 4명의 사례처럼 변호사를 선임할 능력이 안되는 일반 국민들의 경우에는 엄청난 금액의 세금을 고스란히 내야 한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대법원이 나중에 과세 당국의 세금청구가 과하다고 판정해도 이를 어디다 호소할 방법이 없다. 이미 지난간 행정 조치에 대해서는 하소연할 방법이 없다.  

 

지난해 납세자들이 과세당국을 상대한 1심 법원 소송에서 승소한 비율은 39%였다. 하지만 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최소한 변호사라도 선임해 과세당국과 법리다툼을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머지 61%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61%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과세당국의 조치가 적법했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정이 있어 당시 항소, 상고 등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동일 사건에 대해 나중에 상급기관의 판결이 나오면 이를 재심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래야 조세정의라는 과세당국의 목표가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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