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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몰카가 문제가 아니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마약 중독보다 위험한 불법동영상 중독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4(Sat) 10:27:09 |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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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131회를 안 보신 분은 꼭 보시라. 어이가 없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

여성이 성범죄를 당하고, 그 장면은 강간범에 의해 고스란히 촬영된 다음 웹하드에 올려져 100원씩에 팔려 나간다. 그런 영상이 있음을 알게 된 피해자가 해당 영상을 삭제하는 데 드는 비용은 1건당 55만원. 결국 피해자는 자살하고, 그러자 그 동영상은 ‘유작’이라 이름 붙여져 다시 팔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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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일들이 사업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동영상을 만드는 자, 올리는 자, 웹하드 회사, 동영상을 필터링하는 기술을 지닌 업체, 그리고 마침내 삭제 대행업체까지 이어지는 커넥션. 모든 단계가 사업의 외피를 쓴 범죄다. 심지어 이토록 쉽고 수익률 높은 범죄가 또 어디 있겠나 싶다. 

 

당연한 의문이 든다. 두 가지다. 첫째는 이렇게 분명한 공급 라인이 왜 아직도 분쇄되지 않을까. 사이버상의 범죄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면 생각보다 쉽게 분쇄될 수 있다. 방송에 등장한 필터링 업자의 말에 답이 바로 나온다. 필터링 기술을 개발해 경찰이 돌리면 된다. 성범죄 동영상을 올리는 웹하드 회사의 회선을 차단할 수도 있다. 문제는 너무 경미한 처벌, 범죄자들 당사자에 의존한 수사, 그리고 속임수. 

 

두 번째 문제는 성범죄 동영상 중독자 수준이 된 다운받아 보는 사람들 자체다. 한 성폭력 예방교육 강사는, 피해자 동의 없이 유출된 동영상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강의의 말미에 이런 항의를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볼 것이 없다. 왜 보면 안 되나?” 흡사 고대 로마에서 죄수들을 사자에게 물어뜯기게 하는 살인을 민중의 오락으로 제공하듯, 100원만 있으면 거기 진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많은 남성들의 시간이 성범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이 현실의 의미를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다.

 

그렇다. 지금 이 현상은 로마가 그랬듯 한 사회가 멸망해 가는 징후다. 80년대 전두환 정권이 민중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타락시키고자 의도적으로 3S 정책이란 걸 펼쳤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전두환의 통치전략이던 섹스와 스크린, 즉 포르노가 지닌 의미를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는 이렇게 해석된다. 

 

소설 속에서는 임신으로 태어난 인간을 야만인이라 부르고, 시험관에서 태어난 인간을 문명인이라 부른다. 이 문명인들은 1%의 지배계층과 나머지 노동자 계급으로 나뉘는데 노동자들에겐 지적 탐구가 허용되지 않는 대신, 일곱 살부터 섹스놀이와 촉감 포르노, 소마라는 이름의 마약이 제공된다. 고된 노동으로 신세계의 물적 토대를 유지해 주는 대가로 노동자들은 섹스에 탐닉하고 마약으로 행복하다는 환상을 느끼며 살아간다. 마약과 포르노가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적절한 도구라는 통찰력 있는 주장이다. 

 

성범죄가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이 되어 수많은 남성들의 의식과 행위를 잠식하는 이 현상을 보다 구조적이고 거대한 계급화의 조짐으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자본가 계급에겐 더 이상 노동자가 필요 없다는, 그래서 100원짜리 성범죄 동영상에 탐닉하는 의식 마비된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끔찍한 상황에서 정부를 향해 웹하드 업체와 산업화된 구조에서 이득을 얻는 자들을 처벌해 달라는 청원은 인간을 위한 최소한의 것이다. 마약 단속하듯이 단속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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