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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 김용건은 어떻게 神의 한 수가 됐을까

김용건이 보여주는 새로운 ‘어르신’의 표상

정덕현 문화 평론가 ㅣ | 승인 2018.08.04(Sat) 16:00:00 |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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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멤버들이 탄탄하게 구성돼 있는 프로그램에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투입된다는 건 부담 가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tvN 《꽃보다 할배》에 투입된 김용건은 부담이 아닌 ‘신의 한 수’라 할 만하다. 그가 보여주는 새로운 어른의 모습이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2015년 3월 그리스 여행을 한 후 무려 3년간의 공백이 있어서인지, 《꽃보다 할배》는 더 이상 시즌을 계속하기가 어려운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무릎과 허리가 아파서 걷는 일조차 불편함을 보였던 백일섭 같은 어르신의 합류는 불투명해 보였다.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어르신들이니, 백일섭 한 명의 이탈은 사실상 프로그램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털어내기라도 하듯 어르신들은 다시 모였고 그 3년의 공백 동안 수술을 하고 돌아온 백일섭의 얼굴도 밝아 보였다. 물론 수술 후유증이 있어 걷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지만 여행에 대한 행복한 의욕이 보였다. 워낙 건강했던 이순재·신구·박근형도 여전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어르신들의 배낭여행이란 연세가 들어갈수록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나영석 PD는 김용건을 막내로 투입했다. 그리고 김용건은 말 그대로 ‘신의 한 수’가 됐다. 프로그램의 윤활유가 되고 또 어르신들을 끝없이 웃게 만드는 해피 바이러스가 돼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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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건에게서 보는 새로운 어르신의 면모

 

나이가 73세지만 스스로 ‘막내’를 자처한 김용건은 공항에서 만나는 순간부터 막내의 본분을 다했다. 가장 먼저 도착해 형(?)들을 기다리고 한 분씩 올 때마다 커피를 직접 사다 주는 배려를 보였다. 심지어 젊은(?) 이서진에게도 같은 특급 대우를 선보였다. 그는 여행 중에도 특유의 ‘막내 정신’을 발휘했다. 걷는 게 불편한 백일섭에게는 동행하며 챙겨주고, 차나 기차를 타고 이동 중에는 전혀 지루할 틈 없는 그의 무차별 농담이 쏟아졌다. 함께 젊은 시절부터 동고동락했던 어르신들은 까마득히 잊고 있던 옛이야기들을 김용건이 꺼내놓자 순간 나이조차 잊고 ‘눈물이 날 정도로 웃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어르신들의 여행이니만큼 조금 힘에 부칠 수 있는 그 여정에 활력소가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꽃보다 할배》가 보여준 김용건의 면모에 호응하고 공감하는 건 어르신들만이 아니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는 젊은 세대들도 이 새롭게 등장한 ‘어른’의 면모에 깊은 공감을 느끼고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그가 보여준 남다른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나이 차가 무색하게 느껴지는 예의, 또 자신을 한껏 낮춰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특유의 유머 감각 때문이었다. 

 

73세의 나이에 ‘막내 역할’이 쉬운 건 아닐 게다. 하지만 형이 해야 할 일을 막내로서 알아서 챙기는 그는 그 일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예를 들면 숙소 앞 노상카페에 박근형이 두고 온 물건을 대신 가지러 나간 김용건이 “뭐 나이 어린 내가 내려와야지”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나영석 PD가 “선생님도 칠순이 넘으셨는데”라고 말하자 그는 그 현실을 드러내면서도 그게 나쁘지 않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글쎄 말이야. 그런데 오랜만에 하니까 또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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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어른을 찾는 시대, 김용건이 만든 롤모델

 

그의 남다른 어른으로서의 면모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모습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73세의 나이라면 사실 젊은 세대들에게 하대한다고 해도 그리 흠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김용건은 젊은 제작진들에게 함부로 하대하는 일이 없다. 늘 존칭을 쓰고 상대를 예우한다. 그런데 그 예우는 선을 긋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좁히기 위함이다. 존칭을 통해 나이 차를 무색하게 만들고, 거기에 더해 농담까지 던진다. 순간 김용건은 73세의 어르신이 아니라 마치 친한 동료 같은 느낌을 만든다. 그의 농담과 예의가 모두 특유의 배려심과 연결돼 있다는 걸 그는 직접 행동을 통해 보여준다. 

 

《꽃보다 할배》에 새롭게 투입된 김용건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들이 나오게 된 건,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꼰대’로 불리며 젊은 세대와는 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존재들처럼 여겨진 어르신들과 그의 모습이 너무나 상반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어버이 연합’으로 대변되며 그 어버이라는 좋은 단어를 어느 순간부터 부정적인 단어로까지 만들어버린 그 시대의 갈등들. 그 속에서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갈등은 봉합 불가능한 상황처럼 굳어졌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김용건이라는 새로운 어른의 모습은 젊은 세대들을 반색하게 만들었다. 

 

사실 《꽃보다 할배》는 애초부터 젊은 세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어르신들을 전제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어르신들이 등장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층은 어르신들만이 아니다.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더 즐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이 어르신들이 청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들은 프로그램이 시작하던 때부터 이미 화제가 된 바 있다. 

 

프랑스의 어느 민박집에서 신구가 홀로 배낭여행을 다니는 한 젊은이에게 그 도전을 “존경합니다”라고 말한 대목이 그렇다. 그러고 보면 그 연세에도 여전히 학구열이 넘치는 이순재나 남다른 감성을 드러내는 신구, 또 아직도 젊은 청춘처럼 스타일이 멋진 박근형이나 기분 좋은 곰돌이 같은 귀여운 모습의 백일섭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했던 나이 든 어르신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젊은 시청자들 중에는 여기 출연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바람직한 ‘진정한 어른’의 롤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김용건은 그 어른들의 ‘막내’ 역할을 자처하며 아직도 여전히 자신은 ‘청춘’임을 드러낸다. 

 

나이라는 것이 그저 수치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는 보여준다. 그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어른일까. 또 나이가 많으면 청춘이 될 수 없는 것일까. 그런 질문들에 김용건은 ‘새로운 어른’의 답을 내놓고 있다. 청춘의 마음을 갖고 소통하며 실천하는 어르신. 그분들이 진정한 어른일 수 있다는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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