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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 속설 깬 《신과함께-인과 연》

완성도 높은 후속편으로 돌아온 《신과함께-인과 연》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4(Sat) 10:21:50 |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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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자기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

 

니체의 그 유명한 잠언 앞에서 《신과함께》 시리즈의 강림(하정우)은 서성이고 배회하며 매일 울었을 것이다. 망각하지 못하는 자, 그래서 잊고 싶은 기억을 온몸으로 껴안고 버텨야 하는 자. 강림의 슬픈 운명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만약 강림이 운명의 순응자였다면 《신과함께-인과 연》은 그저 그런 비극의 서사로 돌고 돌아 흐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강림은 후회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운명에 맞서고 있다.

 

《신과함께-인과 연》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고, 특별해진다. 강림이 손에 쥐고 있는 ‘기억’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뻗어 타인의 닫힌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그건 용서와 구원이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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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떡밥’을 회수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성을 지닌 1편 《신과함께-죄와 벌》이 봉합하지 않고 끝낸 이미지들이 있다. 강림에게 불쑥 끼어들었던 고려시대 이미지들 말이다. 1편은 그것이 강림의 전생인지, 과거의 기억인지, 상상인지 알려주지 않은 채 막을 내렸다. 1편이 남긴 또 다른 미스터리는 강림과 염라대왕(이정재) 사이에 흘렀던 미묘한 기류, 그리고 저승법을 어기면서까지 원귀가 된 수홍(김동욱)을 도운 강림의 의도다. 

 

이쯤이면 예상하겠지만 《신과함께-인과 연》은 이 ‘떡밥’들을 회수해 나가는 과정이 뼈대라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1편에서 귀인들의 길잡이 역할을 했던 삼차사가 본무대로 본격 진출한다. 여기에 삼차사의 꼬여 있는 과거 실타래를 풀어줄 화자(話者)로 성주신(마동석)이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진다.  

 

드물게도 《신과함께-인과 연》은 1편을 훌쩍 넘어서는 완성도를 성취한 속편이다. 가장 큰 요인은 한층 두꺼워진 서사에 있다. 주지할 것은 이 서사가 1편에서 아쉬움으로 지적되던 요인들을 보수(補修)하는 방향으로 향한다는 점이다. 흥행에는 도움이 됐으나 작품적 완성도엔 태클을 걸었던 ‘신파 요소’가 대폭 삭감됐다. 평면적이라고 평가받았던 삼차사 캐릭터에도 볼륨감이 탄력적으로 붙었다. 극 전반의 밀도가 상승한 이유다.   

 

저승과 이승, 과거와 현재가 갈지자로 교차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런 구조를 채택한 서사는 시공간을 오가는 과정이 치밀하지 못하면 이야기의 설득력을 잃기 쉽다. 정보 배분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김용화 감독의 특기가 빛난다. 어디서 정보를 자르고, 어디에서 숨기고, 어느 부분에서는 얼마나 보여줘야 하는가. 그는 관객의 감정이 어떤 리듬을 타는지를 잘 간파하고 있다. 덕분에 엇갈렸던 시공간이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 만들어내는 정서적 울림이 크다.

 

‘인과 연’이라는 부제가 무안하지 않게, 삼차사 사이에 숨은 ‘인연’ 역시 흥미롭다. 기억을 지우고 싶은 강림. 반대로 기억을 찾고 싶은 해원맥(주지훈)과 덕춘(김향기). ‘기억’은 이들에게 ‘진실’의 다른 말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진실과 대면하고, 이를 통해 성장해 가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에 애정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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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인과 연》은 엔터테이너적인 볼거리가 릴레이로 바통 터치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텐트폴 영화로서 이 작품이 지닌 기술적 야심은 대단하다. 영화라는 매체가 품을 수 있는 오락적 요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다양한 볼거리를 향해 거침없이 진군한다. 판타지 무비로서의 정체성은 물론, 사극 무협의 정취도 보여준다. 흥미를 위해 《쥬라기 월드》 공룡 모티브도 과감하게 껴안았다. 상상력 면에서 조금 더 창의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전 한국영화가 도달하지 못한 어떤 지점까지 여러 걸음 내딛는다. 

 

이 작품은 시각특수효과(VFX)로 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감독이 절치부심 끝에 탄생시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김용화 감독이 2013년 내놓은 《미스터 고》는 VFX의 성취는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 드라마를 놓친 안타까운 사례였다. 김용화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타산지석 삼아 《신과함께》 시리즈에선 캐릭터 감정선에 신경을 썼다. 《미스터 고》의 실패에서 얻은 깨달음이 없었더라면, 《신과함께》는 지금과 같은 형태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악연일 수 있었던 《미스터 고》가 시간을 돌고 돌아 《신과함께》에 귀한 인연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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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라는 신뢰, 주지훈이라는 잠재력


《신과함께》 시리즈는 배우들의 촬영 당시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다. 상당히 많은 분량을 그린 매트 위에서 실체 없는 상대와 호흡을 맞춰 원맨쇼를 했을 텐데, 그 연기가 너무나 능청스러워 미소 짓게 된다. 여기에는 주연 배우들이 지닌 영화 밖 이미지도 힘을 발휘한다. 등장만으로도 관객들에게 호감과 신뢰를 안기는 배우가 있는데, 하정우는 이 분야에서 대부님이다. 캐릭터 비중과 무관하게 그가 나오면 일단 화면이 꽉 차 보이는 착시효과가 인다. 아무리 평범한 캐릭터도 하정우를 통과하면 평면적으로 비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배우의 재능은 더 귀하다. 강림은 그런 하정우를 만나 매력 면에서 특혜를 누린 경우다.  

 

주목할 배우는 주지훈이다. 해원맥일 때는 깃털처럼 가벼워 보이다가, 천 년 전 ‘하얀 삵’일 때는 또 그렇게 슬퍼 보일 수 없다. 분위기와 매력, 눈빛 모두를 180도 바꿔야 하는 어려운 미션 앞에서 이 배우는 ‘스위치 바꾸기’를 매끈하게 해치운다. 1편에서 캐릭터를 너무 가볍게 소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던 배우이고 그러한 의견에 동조했던 입장이었기에 《신과함께-인과 연》을 보면서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전체 그림을 위해 개인적인 욕심을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이 배우가 조금 더 노련해지면 앞으로 엄청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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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신과함께-인과 연》이 아쉬움이 없는 영화는 아니다. 극 전반에 배치된 유머 코드가 극의 몰입을 방해할 때가 있고, 관성적으로 성격을 드러내는 등장인물도 있다. 러닝타임을 줄일 수 있을 만한 구간도 엿보인다. 그럼에도 《신과함께-인과 연》은 기억될 만한 이유가 더 많은 영화다. 1·2편 동시 촬영이라는 쉽지 않은 결단과 끝나지 않을 것 같았을 긴 촬영에 대한 부담과 원작의 핵심 캐릭터 중 하나인 진기한의 부재로 인한 고비의 순간과 뜨거운 응답의 시간들을 거치며 이 시리즈는 이제 주호민 원작에 기대지 않고도 개별 작품으로서의 매력을 입었다. 

 

장르적 편식이 심한 충무로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뚜벅뚜벅 걷는 연출자가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쿠키 영상은 그런 그의 모험이 현재 진행 중임을 알리는 거대한 ‘떡밥’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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