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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나를 버렸다”④] “한국 보훈제도, 고민 없이 일본 모방”

[인터뷰] 장대섭 前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장 “국가 보상체계 일원화해야”

조유빈 기자·김정록 인턴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8(Wed) 11:00:00 |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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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을 보(報)에 공훈 훈(勳)을 쓴다. 공훈에 대해 보답하는 것이 보훈의 의미다.” 장대섭 전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나라를 위해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의 희생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 보훈제도의 본질”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보훈제도는 일본을 단순히 모방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이 ‘국가가 나를 버렸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사병은 ‘보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는 “원칙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단순한 법안 개정보다는 다른 기관들과의 협조를 통해 국가 보상체계를 전반적으로 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7월31일 만난 장대섭 전 보훈심사위원장에게 현재 우리나라 보훈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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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제도의 본질은 무엇인가.

 

“본래 보훈제도의 본질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국가유공자와 보훈 대상자를 나누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선진국은 업무수행 중에 장애를 입은 제대군인들을 똑같이 보상한다. 우리나라만 특이하게 국가유공자라는 호칭을 예우 차원에서 쓰다 보니, 유공이라는 개념에 안 맞는 대상자를 보훈 대상자로 나누게 된 것이다.”

 

군 사고 피해자들은 군이나 정부가 보상과 보훈제도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과거에는 원호(援護) 대상자라고 해서 도와주는 개념이 강했다. 어감이나 전반적 제도가 좋지 않아 등록을 하지 않는 분들도 있었다. 근래 와서는 국군통합병원 등에서 (보훈제도를) 안내하고 있다. 국방부 각 군대 내에서도 구체적으로 안내해야 하는데, 훈련과 경계근무 등이 우선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보훈제도 자체가 신청등록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국가가 직권으로 보훈 대상자로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하지 않는 이유는.

 

“애초부터 신청등록주의를 취했다. 일본 제도를 모방한 것이다. 그러나 직권등록도 보완적으로 필요하다. 신청하려고 해도 가족이 없어 신청할 사람이 없는 경우, 국가유공자 제도에 대해 무지해 신청을 못한 경우 보조적으로 직권등록을 해야 한다. 선진국도 신청주의를 기본으로 하지만, 신청하기 쉽게 정보를 제공하고, 서비스가 편리하고 합리적으로 제공된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다르다.” 


선진국의 사례에 비춰 우리나라의 보훈 보상 수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1급 대상자의 경우 선진국 수준으로 따라왔다. 사실 1급 대상이 되는 사람은 많지 않아 예산을 더 들여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대상이 많은 3, 4급의 경우가 중요하다. 3, 4급의 경우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보상 수준이 많이 미흡하다.”

 

선진국 수준으로 보훈 보상 수준을 올려야 한다고 보나.

 

“선진국의 종합적인 수준에 최대한 맞추되, 우리나라의 고유한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가족주의적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순직 장병의 부모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부양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배우자와 자녀에 대해서만 보상한다. 우리나라는 의료나 취업 등 지원을 해 주는 보완적인 제도도 있다.”


공무원 가산점 등 취업 지원 제도가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일부 보훈 대상자들은 과거 군 장성 자녀와 같은 5%의 가산점을 받고 있다. 군 장성 자녀 가산점은 과거 군 출신 보훈처장 등이 만든 제도다. 보훈 적폐다. 2012년에 이 제도가 없어졌지만 아직까지도 혜택은 유효하다. 이들과 차등을 둬야 한다.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이 우선적으로 취업이 돼야 한다. 또 단순한 가산점이 아니라 피해를 입은 장병과 보훈처가 협의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영역을 설정해, 취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산재 보상보다 보훈 보상 수준이 낮다는 비판도 있다. 왜 개선되지 않는다고 보나.

 

“보상의 원칙에 대해 선진국은 고민을 많이 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은 산재 수준보다 보훈 수준을 높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산재 보상과 비슷하게 수준을 맞추고 5%를 더해 고정시켰다. 우리나라는 구체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일본 제도를 모방했다. 말로는 영예로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하지만 기준이 없다. 원칙을 못 세웠다는 것이 문제다.”


K-9 자주포 폭발 사고의 일부 피해자들이 제조사인 한화지상방산을 상대로 소송하고 있다. 보훈처나 군이 제조사에 책임을 묻거나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주포 사고처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조사가 있는 경우 법률적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보훈처는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직업군인의 경우, 군인연금법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을 받아내는 한정적 개념이라 국방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국방에 전념해야 할 에너지를 뺏긴다고 보는 것이다.”

 

직업군인들은 연금 등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어느 정도 있지만 사병들은 그런 제도 자체가 없다. 

 

“사병은 현재 보상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틀을 바꿔야 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보훈처, 국방부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이해 당사자들을 모아 조율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재 보상과도 수준을 맞춰야 하는데, 장애인연금을 비롯해 공무원이나 경찰, 교원들의 장애 보상 등 여러 가지 제도들이 형평성을 갖도록 전체적으로 비교분석을 해야 한다. 정부가 중간 역할을 해야 가능하다. 선진국에서는 사회보장제도로 일원화돼 휴가 기간 군인의 부상에 대해서도 케어가 가능하다.”

 

K-9 사고와 관련해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자 정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찬호씨 사례의 경우 언론을 통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 심사 등록은 전부가 아니다. 자료를 받아 심사를 하고, 통과가 되면 병원에 가서 신체검사를 한다. 의사가 기능을 확인한 후 등급을 판정하고 이에 따라 보상이 이뤄진다. 정부는 최근 제대한 전역자에게도 위문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위문금으로는 개인적 보상 수준을 높인다고 보기 어렵다. 단순한 법안 개정보다는 다른 기관들과의 협조를 통해 국가 보상체계를 전반적으로 다듬어야 한다.”  

 

“국가가 나를 버렸다” 특집 연관기사

[“국가가 나를 버렸다”①] 軍 사고 피해자 두 번 죽이는 국가보훈처(上)

[“국가가 나를 버렸다”②] 軍 사고 피해자 두 번 죽이는 국가보훈처(下)

[“국가가 나를 버렸다”③] K-9 폭발사고 1년째 책임 공방 계속

[“국가가 나를 버렸다”⑤] “국가가 책임져 줘야 국방 의무 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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