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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지구②] 인류 위협하는 ‘마이크로비즈’

5mm 이하 플라스틱이 먹이사슬 통해 다양한 개체로 전이···홍합·굴·게·숭어 등 170여 종에서 플라스틱 검출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8(Wed)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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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 수심 1만898m에서 발견한 것은 뜬금없게도 비닐봉지입니다. 인간의 손을 타지 않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무인도는 30년 후 세계 최대 쓰레기장이 됩니다. 수만 년 전의 무공해 공기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남극의 눈에서 검출한 것은 유해 화학물질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플라스틱입니다. 1분마다 트럭 1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갑니다. 세계 바다에 떠도는 플라스틱 조각은 약 5조개에 이릅니다. 해류가 순환하는 곳에는 아예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생깁니다. 태평양에는 플라스틱 1조8000억개로 형성된 쓰레기 섬이 있습니다. 크기가 남한 면적의 15배입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 섬을 국가로 인정해달라고 유엔에 요청했습니다. 실제로 이 섬엔 국기·화폐·우표·여권도 있습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이 섬의 1호 국민입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오염됐고, 웬만한 나라보다 큰 플라스틱 섬까지 생겼으니 가히 '플라스틱 지구'라고 부를 만합니다. 시사저널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협조를 받아 '플라스틱 지구'를 고발하는 탐사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앞으로 수차례에 걸쳐 '조선 시대에 플라스틱이 있었다면·한 주먹도 안 되는 4년 동안 모은 쓰레기양·쓰레기차가 없는 마을' 등 재미있는 주제로 그 내용을 풀어놓겠습니다. 모자이크 같은 단편의 이야기를 다 끼워 맞추면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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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은 플라스틱이 자연 분해되는 데 약 500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한다. 조선을 세운 태조 때 플라스틱이 있었다면, 그 플라스틱은 고종 때까지 또는 지금까지도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플라스틱이 세상이 나온 게 100년 남짓이니까 이론적으로 지구상에서 아직 자연 분해된 플라스틱은 없는 셈이다. 한 번 만들면 5세기 이상 존재하는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 남짓이다.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 가운데 연간 127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간다. 1분당 트럭 1대 분량이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바다에 5조개 이상의 플라스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를 400바퀴 감을 수 있는 양이다. 미국 해양교육협회(SEA)는 해양쓰레기가 주로 육지에서 쓰고 버린 생활용품 조각이라고 밝혔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해양쓰레기 중 약 80%는 육지에서 발생하고 나머지 20%는 선박에서 버리는 쓰레기다. 

 

이처럼 인간이 버린 쓰레기는 바다를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해양 생물을 위협한다. 해양생물학자 크리스틴 피게너는 2015년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힌 바다거북을 발견했다. 집게로 빨대를 빼내려고 하자 거북은 피를 흘리며 괴로워했다. 힘겹게 빨대를 빼내는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전파됐고 3년 후 이 사실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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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500년간 존재할 수 있는 플라스틱  

 

UNEP의 해양쓰레기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 생물 267종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피해를 입고 있다. 또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의 악영향을 받는 해양 생물이 약 700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바닷새 10마리 중 9마리, 바다거북 3마리 중 1마리, 고래와 돌고래의 50%는 플라스틱을 먹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해마다 바닷새 100만 마리와 바다거북 10만 마리가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죽는 것으로 추정한다. 바다거북의 경우 플라스틱을 한번 삼키면 토해낼 수 없는 소화기관 구조여서 특히 피해가 크다. 

 

스페인 남부 바다에서 잡힌 향유고래 뱃속에는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29kg에 달했다. 비닐봉지·​밧줄·​그물 등이 고래 위장과 창자를 가득 막고 있었다.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08년 미국 서부 연안에서 잡힌 물고기 중 35%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다. 조사를 진행한 알갈리타 해양연구재단 연구팀은 “검출된 플라스틱은 평균적으로 마리당 2개였지만, 물고기 한 마리에서 83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나온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류와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마모되고 태양열에 의해 부스러져 잘게 부서진다. 대부분 1cm 이하짜리이고 무게도 1g을 넘지 않는다. 이런 작은 쓰레기는 수면에서 수심 10cm 사이에서 떠다닌다. 인공위성이 해양쓰레기를 촬영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4개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0.05~0.5cm 크기의 소형 플라스틱, 0.5~5cm 크기의 중형 플라스틱, 5~50cm 크기의 대형 플라스틱, 그리고 50cm 이상인 초대형 플라스틱이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큰 플라스틱이 아니라 작은 플라스틱이다. 대형 플라스틱 쓰레기는 제거하기가 오히려 수월하지만, 5mm 미만의 소형 플라스틱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제거가 쉽지 않다. 특히 지름 5mm 이하의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 또는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라고 부른다. 전 세계 바다를 떠다니는 마이크로비즈가 최대 51조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마이크로비즈도 2가지가 있다. 처음부터 인위적으로 작게 만든 플라스틱 입자를 '1차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하며,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모되고 깨져 작아진 입자를 '2차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1차 미세 플라스틱은 치약, 각질 제거용 세안제 등 주로 물로 씻어내는 제품의 세정기능을 높이기 위해 첨가된 것이다. 한 제품에 많게는 280만개의 마이크로비즈 입자가 들어있다. 보통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강·​하천·​바다로 유입된다. 이런 제품을 단 한 번만 사용해도 약 10만개의 마이크로비즈가 하수도로 씻겨 내려간다. 소비자는 의도치 않게 해양 오염에 동참하는 셈이다. 유럽연합 환경집행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화장품에 사용된 마이크로비즈가 매년 최대 8627톤씩 유럽 주변 바다로 유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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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플라스틱 쓰레기 입자

 

문제는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먹이사슬을 통해 다양한 개체로 전이되고 축적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동물성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들이 마이크로비즈를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고, 이후 다양한 상위 포식자로 이동한다. 해양 생태학자들은 먹이사슬의 모든 단계에 있는 해양생물이 마이크로비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마이크로비즈가 해양생물 체내에서 물리적인 상처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유해 화학물질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비즈는 독성 화학 물질을 옮기는 운반체 역할을 한다. 마이크로비즈는 마치 자석처럼 바닷속 유해 화학물질을 끌어당겨 다시 해수나 해양생물의 체내로 방출한다. 또 플라스틱을 만들 때 첨가하는 프탈레이트·​비스페놀A(BPA)·​노니페놀(NP) 등 화학물질이 마이크로비즈에서 나와 해수나 해양생물의 체내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먹이사슬을 통해 다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린피스가 2016년 관련 연구 논문 60여 편을 검토한 종합 보고서를 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홍합·굴·게·숭어·대서양 참다랑어·날개다랑어·바닷가재 등 사람들이 즐겨 먹는 170여 종의 해산물에서 마이크로비즈가 검출됐다. 또 마이크로비즈를 삼킨 해양생물들은 장폐색, 산화 스트레스, 섭식 행동 장애, 에너지 감소, 성장 및 번식 장애 등 다양한 이상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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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학자들은 지중해에서 어류 표본을 채취해 플라스틱 부스러기의 유무를 조사했다. 그 결과 18% 이상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발견했다. 그중에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황새치, 참다랑어와 같은 인기 어종도 있었다. 북해에서 양식한 홍합과 대서양에서 기른 굴, 심지어 소금에도 마이크로비즈가 검출됐다. UNEP는 “(해양쓰레기의) 독성물질이 인체에 유입돼 암 또는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람이 섭취하는 다양한 해산물에서 마이크로비즈가 발견된 점으로 볼 때, 인체 유해 가능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2016년 연구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의 체세포 및 조직에 직접 작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비즈의 표면으로 흡착 및 침출될 수 있는 각종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이 나왔다. 2015년 연구 보고서는 "100nm(나노미터, 10억분의 1m)보다 작은 나노 입자는 '세포 내 섭취'(세포가 세포막을 이용해 물질을 밖에서 안으로 삼키는 작용)를 통해 모든 세포로 흡수될 수 있지만, 100nm보다 큰 나노 입자는 대식세포에 의한 '식세포 작용'(세포가 물질을 받아들이는 작용)을 통해 흡수될 수 있다"고 밝혔다. UNEP는 2016년 보고서에서 인체로 유입된 마이크로비즈가 어떤 작용을 하고 그 독성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관기사

[플라스틱 지구①] 인구 20만 '쓰레기 섬' GP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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