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사고 4가지에 대한 응급처치 요령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9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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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을 입거나 골절되거나 뱀과 벌에 물렸을 때

 

여름 휴가철을 맞아 캠핑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많이 발생하는 캠핑 사고 4가지에 대한 응급처치 요령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화상…물집 생기면 터뜨리지 말고 병원으로

 

캠핑을 하던 중 요리를 위해 피운 모닥불이나 가스레인지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화상을 입으면 깨끗한 찬물로 화상 부위를 식히는 것이 최우선이다. 적어도 15~20분 흐르는 찬물에 화상 부위를 씻어주거나 찬물에 적신 깨끗한 거즈를 상처 부위에 덮어 준다. 화상으로 손상된 피부의 면적을 최소로 줄이고 통증을 가라앉힐 수 있다. 깨끗하지 않은 된장이나 고추장 혹은 아무 연고나 바르는 것은 상처를 오염시키고 냉각을 방해하므로 절대 피해야 할 조치다. 

 

냉각이 어느 정도 됐다고 판단되면 상처 부위를 살펴본다. 피부가 벌겋게 변하고 아프지만, 물집이 전혀 없다면 1도 화상이다. 이런 경우는 치료가 필요 없고 흉터도 거의 남지 않는다. 

 

만약 물집이 잡혔다면 2도 이상의 화상이다. 깨끗한 소독 거즈나 붕대, 수건으로 화상 부위를 덮고 즉시 병원으로 간다. 화상으로 생긴 물집은 일시적으로 피부를 보호하는 덮개의 역할을 한다. 피부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새 피부가 돋아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물집을 터뜨리는 것은 상처를 덧나게 할 우려가 있다.

 

(pixabay)

 

2. 골절​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하고 이동

 

평소에 하지 않던 무리한 활동을 하다가 관절이나 뼈를 다쳐서 부러진 것이 아닐까 의심될 때가 있다. 골절되면 부러진 부위가 부어오르고, 심하게 아프며, 골절 부위를 만지면 통증이 심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골절이 의심된다면 무엇보다 다친 부위를 자꾸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뼈와 주위를 둘러싼 인대, 힘줄, 근육이 더 손상되므로 움직이지 않도록 부목을 대어 고정하는 것이 좋다. 

 

또 다친 부위가 점차 부어오르면 골절 부위 주변의 근육, 인대와 혈관을 눌러 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이동 중에도 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들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구할 수 있다면 얼음을 거즈나 비닐봉지에 싸서 다친 부위를 냉찜질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 3. 뱀물린 부위 5~10cm 심장에 가까운 쪽 묶기

 

뱀에 물렸을 때 흔히 하는 실수는 뱀을 잡으려고 하거나 사진을 찍으려 시도하다가 다시 물리는 것이다. 대부분은 뱀을 확인하지 않아도 상처의 모양과 증상으로 독사인지 여부를 알 수 있으므로 뱀의 종류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불필요하고 위험하다. 

 

독사에 물린 부위는 부어오르며, 피가 나며 전신적으로는 어지럽고, 토하거나 메슥거리고 시야가 흐려질 수 있다. 뱀에게 물린 상태에서 흥분해서 움직이면 독이 혈액 안에서 더 빨리 퍼진다. 마음을 안정하고 일단 물린 장소를 벗어나서 움직이지 말고 눕거나 앉아서 응급 처치를 한다.  

 

가장 좋은 응급처치는 물린 곳에서 5~10㎝ 심장에 가까운 쪽을 넓은 끈이나 고무줄, 손수건으로 묶어 독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해야 한다. 팔·다리가 저릴 정도로 너무 세게 묶는 것은 좋지 않으며 손가락 2개 정도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묶어 준다. 물린 위치를 심장보다 아래쪽에 두면 심장으로 독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나 물린 부위가 더 부어오를 수 있다. 그렇다고 부어오르는 것을 걱정해 심장보다 높게 위치시키면 붓기가 덜 할 수 있으나 독이 빨리 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연스럽게 물린 부위를 유지하면서 빨리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게 좋다. 현장에서 입으로 독을 빨아내는 것이나 칼로 상처를 도려내는 것은 과학적인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 아니다. 

 

 

■ 4. 벌숨 가빠지면 즉시 병원 치료받아야 

 

여름엔 벌레에 물리거나 침에 쏘이는 일이 잦다. 모기나 개미에 물리면 그 부위가 약간 붓고 가려운 정도로 그친다. 그러나 벌에 쏘이면 때로는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벌은 꽁무니에 있는 길고 가느다란 침을 통하여 독액을 내뿜는다. 꿀벌이 침을 쏘면 사람의 피부에 침과 함께 독액 주머니가 떨어져 나와 붙는다. 땅벌이나 말벌은 침이 떨어져 나오지 않는다. 

 

꿀벌에 쏘였을 때는 피부에 꽂혀 있는 침과 독액 주머니를 제거해야 더 이상의 독액 주입을 차단할 수 있다. 이들을 제거할 때 독액 주머니를 오히려 짜거나 침이 더 깊이 박히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꿀벌에 쏘인 경우라면, 침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고 필요하면 얼음으로 냉찜질을 하거나 소염제를 바르거나 복용하면 충분하다. 

 

하지만 드물지 않게 과민반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병원으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 예를 들어, 벌레에 물리거나 쏘인 후 그 부위가 아닌 전신 피부에 발진이 생기거나, 숨이 가빠오며 호흡이 거칠어지거나, 입술이나 눈꺼풀이 부어오르거나,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배가 아파오는 경우다. 이런 과민성 반응이 나타나면, 기관지가 붓고 기도가 수축해 호흡곤란과 혈압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병원 밖에서 치료할 방법은 없다. 신속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할 수 있다.

 

도움말 = 곽영호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송경준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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