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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안 파동 1년, 여전한 ‘생리대 포비아’

릴리안 피해자들과 회사 측 법정공방 여전…대체품 떠오른 생리컵·면생리대 판매량↑

박견혜 시사저널e. 기자 ㅣ 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8.08.22(Wed) 11:00:00 | 1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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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나라 생리대 릴리안의 발암물질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8월이었다. 여성들은 일회용 생리대에서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직면하곤 두려움에 떨었다. 신체에 오랜 시간 직접 닿는 제품이니만큼 안전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기본 상식이 깨져버린 것이다. 생리대 사용 후 생리 불순, 생리통 심화 등 신체 이상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나왔다.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무엇이, 어떻게 변했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브랜드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낸 후에도 여성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변화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따라 흡수력·냄새 걱정 등만 앞세웠던 생리대 광고가 건강·안전 쪽으로 변화했다. 또 생리컵·면생리대 등 그간 ‘마이너’ 취급을 받았던 일회용 생리대 대체품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생리컵 판매가 실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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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때문에 아프다” 소송 현재진행형

 

타임라인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지난 2016년 10월, 시민단체인 여성환경연대는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에 국내 유통 생리대 10종에 대한 유해물질 조사를 의뢰했다. 같은 해 식약처 역시 생리대 유해물질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이후 약 5개월 후인 지난해 3월 여성환경연대는 조사 대상 모두에서 VOCs 등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당시 어떤 제품에서 문제의 유해물질이 나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8월, 3월 발표 당시 문제가 된 생리대 중 하나가 릴리안 생리대인 것이 드러나면서 릴리안 불매 운동과 판매 중단까지 줄줄이 이어졌다. 

 

식약처는 지난해 9월과 12월 시중 유통 중인 생리대·팬티라이너에 존재하는 클로로벤젠·아세톤 등 VOCs에 대한 위해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은 모두 “검출량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다”였다. 식약처 1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릴리안 생리대 판매는 재개됐다.

 

하지만 인체에 무해하다는 정부 발표로도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았다. 릴리안 제조사인 깨끗한나라를 상대로 한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법무법인 법정원은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돼 부작용 논란이 제기된 ‘릴리안 생리대’ 소비자들이 제조사 깨끗한나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했다. 소송에 참여한 인원만 5000여 명에 달한다. 현재는 제품과 신체 이상 증상 간 인과관계에 대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릴리안 생리대를 쓰고 생리불순 등 생리기능 장애를 겪었다’고 주장하는 원고 측과 ‘식약처 조사 결과를 볼 때 문제 없다’는 피고 측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법정원은 원고들이 해당 제품을 지속 사용해 온 사실과, 이로 인한 병원 치료 등을 증거 자료로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제3의 기관에서 독립적인 성분조사를 다시금 진행하겠단 계획이다. 해당 소송을 맡은 법정원 변호사는 “앞으로 최소 6개월은 더 걸릴 것이다.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의 일반적인 ‘생리담(談)’이란 “지금 그(생리) 기간이야?”를 앞세워 여성의 예민함을 넘겨짚을 때나 이뤄졌다. 간혹 예민한 남성에게는 “너도 혹시 생리하니?”라는 말이 유머처럼 뱉어지기도 했다. “슈퍼에서 생리대 사는 방법을 알려 달라”가 국내 포털에 질문으로 올라올 정도로 우리 사회는 생리에 그야말로 무지했다. 

 

올해 1월 개봉한 영화 《피의 연대기》(감독 김보람)는 생리를 위한 ‘생리 영화’다. 영화는 생리대 이슈가 터진 이후, 알맞은 타이밍에 알맞게 개봉한 영리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감독은 이 영화를 지난 2년간 끈질기게 준비했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생리에 대한 긴긴 시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공식 관객 수는 1만554명이다. 수치가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가 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독립영화로서 꽤 많은 관객 수인 1만 명을 불러 모았다는 것은 그만큼 ‘피 흘리는 여성’ 다수가 이 영화에 공감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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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품의 등장, 그리고 비싼 가격

 

영화는 생리와 그 속에서 여성이 겪는 불가피한 곤욕 등을 다루다가 끝내 생리와 필연의 관계에 있는 ‘도구’로 파고든다. 특히 아직 낯선 생리용품인 면생리대와 생리컵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가 주목한 생리컵은 릴리안 사태 이후 기존 일회용 생리대의 대체품으로 뜨겁게 회자됐다. 생리대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말, 여성들은 국내 판매가 막힌 생리컵을 구하기 위해 해외 직구 사이트로 몰려갔다. 온라인에서는 생리컵 직구하는 방법이 공유됐고, 동시에 ‘약국 생리대’가 유명세를 탔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에야 생리컵 국내 판매를 허가했다. 이후 미국산 생리컵인 페미사이클이 1월부터 국내에서 정식 판매될 수 있었다. 그간 우리 사회가 생리에 얼마나 무감했는가를 보여주는 일례다. 

 

지난해 12월 식약처가 생리컵 국내 판매를 허가한 이후 현재 시판되고 있는 생리컵은 총 4개다.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이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롯데마트·GS25·랄라블라 등 대형마트, 편의점,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모두 지난해 6월부터 국내 1호 생리컵 타이틀을 내세운 ‘위드컵’ 판매를 시작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출시 직후 2주(6월15~28일) 대비 최근 2주(7월27일~8월9일) 매출액이 18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매출액은 2.7% 늘었다. G마켓·옥션·쿠팡·티몬 등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현재 생리컵을 판매하고 있다. 

 

대체품뿐 아니라 일회용 생리대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한창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일던 올해 1월과 8월 천연 소재를 적용한 라네이처와 화이트 에코프레시를 출시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깨끗한나라 역시 지난해부터 1만2000명의 소비자들 의견을 취합해 만든 생리대 메이앤준을 8월 출시했다. 이들 브랜드 모두 유해성이 없다는 점을 가장 앞세우고 있다. 다만 높은 가격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라네이처는 일부 유럽산 수입 친자연 생리대 시중 평균가격 대비 약 70% 수준의 합리적 가격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실제 중형, 날개형, 낱개(1개) 기준 가격은 라네이처가 나트라케어에 비해 약 69% 저렴하다. 반대로 동일 기준의 일반 생리대와 비교했을 때는 약 10~30% 가격이 높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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