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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비대위 존재감 ‘흐릿흐릿’

‘6개월 임시 선장’ 김병준의 ‘인적 청산 없는 쇄신’ 국민 호응 못 얻어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7(Fri) 14:00:00 | 1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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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김병준 비대위’가 출범한 지 3주가 지났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 6·13 지방선거 참패로 위기에 처한 한국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당의 비전·가치 정립에 혁신 목표를 뒀다. 그러면서 그가 강조한 것이 ‘탈(脫)국가주의’다.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로 몰아붙이며 ‘자율주의’를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인적 청산 없는 쇄신’은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책정당을 지향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폭염 전기료 인하 등 정부 정책 실패를 비판만 할 뿐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안 정당 탈바꿈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김병준 비대위에 대한 여론은 냉랭하다.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선 한국당 지지율은 11%로 변동이 없는 반면, 의석수 5석인 정의당은 16%를 기록했다. 제1야당의 체면을 구긴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인적 청산 기준과 관련, “친박과 비박 등 계파가 아니라, 앞으로 세울 새로운 가치와 이념을 기준으로 인적 청산을 하겠다”고 밝혔다. 당 정체성 확립 이전까진 친박·비박 끌어안기를 통해 당 화합과 통합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입장은 역대 비대위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린 듯하다. 

 

김 위원장은 “사람들 보기에 사람 자르고 하면 시원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그렇지만은 않다”면서 “잘못했다가는 오히려 당이 자중지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파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니만큼 갈등 해소에 우선을 두겠다는 얘기다. 특정 계파를 없앤다고 당이 혁신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인 셈이다. 그의 ‘선(先) 가치 정립 후(後) 인적 청산’ 전략엔 중도 성향 전략가의 조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략가는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대표적인 인사로 김 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전략은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한 선택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당내 기반이 전혀 없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의원·원외 당협위원장 등 ‘친홍’ 그룹이 존재했음에도 친박을 청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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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 가치 정립 後 인적 청산’ 전략

 

김 위원장과 한국당의 인연은 짧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탄핵 정국에서 그를 국무총리로 지명한 바 있다. 당시 야권의 반대로 총리 지명이 무산된 뒤 한국당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 그가 비박의 러브콜을 받아 침몰하는 한국당호를 구할 ‘임시 선장’이 됐다. 비박이 그를 영입하긴 했지만 그와 친분이 두터운 비박 인사는 거의 없다. 친박은 비박을 등에 업은 그를 친박 청산 ‘청부업자’라고 여긴다. 당내에 그가 기댈 언덕이 거의 없는 셈이다.

 

그의 처지는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20대 총선을 승리로 이끈 김종인 전 장관과 대비된다. 김 전 장관은 총선 공천권을 가진 데다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도 받았다. 이는 전면적인 당 쇄신을 단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정치적 뒷배가 없는 김 위원장에겐 총선 공천권이 아닌 당협위원장 교체권이 주어졌다. 김 위원장은 이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한 무기로 삼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당협위원장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나 지표를 개발해 도저히 같이 못 간다고 판단되면 현역 의원을 포함한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김병준, 대권 염두에 둔 행보”

 

김 위원장의 이런 의도를 파악한 일부 의원들은 ‘김병준 흔들기’에 나섰다.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그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하고 노무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높게 평가하는 등 ‘좌클릭’이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일부 의원들이 ‘건국절 논쟁’을 재점화시키고 있다. 심재철 의원은 “나라를 아이에 비유하자면 1919년에 임신은 됐을지 모르지만, 아이가 태어난 생일은 1948년 8월15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김 위원장 견제로 받아들여진다. 김 위원장은 앞서 건국절 논란에 대해 “‘1948년 건국’ 등이 옳다고 믿으면 이를 논리로 다툴 일이지, 국정교과서로 이를 강제할 일이더냐”고 일갈한 바 있다. 정두언 전 의원은 당내 반발과 관련해 “중진들은 ‘김병준 한 번 두고 보자. 그러다 헛발질 한 번 할걸? 그러면 우리가 여차하면 (당신을) 밀어내겠다. 이런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비대위원장이 된 뒤 국가주의, 먹방 적폐, 국민중심성장론 메시지를 던지면서 친박과 비박 모두 안고 가려는 것은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이해찬 의원도 “김 위원장은 2007년 대선 출마를 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며 정치적 욕망이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적극 반박했다. 그는 “제가 정치를 할 것 같으면 벌써 시장이나 국회의원을 하려고 하지 않았겠나”라며 “‘권력의 속살은 잿빛’이다. 그만큼 (권력이) 무겁고 험한데, 저는 그런 짐을 질 만큼 큰 인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대위 활동기간은 6개월여다. 김 위원장이 이 기간에 당 혁신에 성공한다면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된다. 반면 반대 세력에 흔들려 개혁이 지지부진해진다면 당에서 축출당할 수도 있다. 그의 정치적 운명이 당 혁신 여부에 달린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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