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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엔 BMW 화재 분석할 전문가 없다”

[인터뷰] BMW 피해자모임 대표 맡은 톰 달한센…“이번 사태는 디젤게이트보다 더 중대한 게이트”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7(Fri) 17:00:00 | 1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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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 건물에서 ‘BMW 피해자모임’과 그들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하종선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화재 원인을 정부가 직접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 피해자모임 대표로 참석한 4명 중엔 외국인 남성이 한 명 있었다. 민사소송을 낸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톰 달한센(Tom Dahl-Hansen·72)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달한센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근무했다. 그 전에는 산업부 기자로 일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달한센은 ITU에서 외교관 신분에 준하는 고위직을 지냈다. 당시 부하 직원이었던 한국인 이희숙씨(71)를 만나 결혼했다. 정년퇴직한 뒤엔 이씨와 함께 2013년 서울로 왔다. 

 

달한센이 모는 BMW 520d 차량은 이번에 리콜 대상이 됐다. 그는 화재사고를 직접 겪진 않았다. 그럼에도 달한센은 “물질적·정신적 피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모임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달한센과 이씨 부부를 단독으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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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를 얼마 동안 탔나.

 

“노르웨이에 있을 때부터 5년 정도 520d를 탔다. 제네바에서 일할 때도 같은 모델을 20년 동안 탔다. 이후 사업차 이집트 카이로에 머물 때도 3년 동안 탔다. 한국에 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2013년식 520d를 새 차로 사서 이용해 왔다. BMW하고만 30년 넘게 인연을 맺었다. 그만큼 다른 브랜드에 비해 품질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비스도 나무랄 데 없었다.” 

 

그동안 차량에 문제는 없었나.

 

“전혀 없었다. 그런데 2015년과 2016년에 연달아 한국에서 화재사고가 났다. 당시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했다. 오직 한국에서만 발생한 거다. 올해 들어선 화재가 거의 매일 터졌고, 결국 대규모 리콜이 결정됐다. 눈앞에서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만 화재가 많이 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알 수 없다. BMW 측의 주장대로 유럽 판매용 차와 한국 판매용 차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8월14일자 중국 신화통신 보도를 보면, 독일 BMW 본사는 한국의 화재 이유에 관해 교통 상황과 운전습관 등을 언급했다. 믿을 수 없다. 한국의 도로 상태는 유럽보다 좋다. 또 차가 너무 많아 고속 주행할 일도 거의 없다.” (하종선 변호사는 신화통신 보도를 인용하며 “BMW가 차량 문제를 독일 본사 차원에서 숨긴다고 판단해 본사 CEO와 홍보담당 임원을 고소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BMW코리아의 대처 방식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회사가 리콜을 결정했을 때 통보 편지를 보내왔다. 어이가 없었다. ‘미안하다’거나 ‘앞으로 잘하겠다’는 문구를 편지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회사 대표 이름은커녕 담당자 이름도 없었다. 뒤편에는 리콜 대상 차량 목록만 적혀 있었다. 그냥 백지나 다름없다. 이렇게 무례한 편지는 생전 처음 봤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거다. 유럽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달한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부인 이희숙씨도 거들었다. “리콜 때문에 서비스센터에 전화해도 잘 안 받더라. 겨우 예약을 잡았는데 ‘차는 직접 갖고 와야 한다’고 했다. 불이 날까 봐 무서워 주차장에만 세워두고 있는데 강제로 운전을 시킨 셈이다. 목숨 걸라는 말 아닌가?” 달한센이 다시 말을 이었다.  

 

BMW 화재사고 이후 본인이 입은 피해에 대해 자세히 말해 달라.

 

“첫 번째로 찻값이 떨어졌다. 중고차 시장에 내놓아도 제값을 받지 못하니 금전적으로 피해다. 두 번째는 정신적 피해다. 이번 사태가 터진 뒤로 운전대를 한 번도 잡지 않았다. 운전하다가 불이 날까 너무 두렵다. 1999년에 유럽 몽블랑 터널(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잇는 터널)을 지나던 트럭에서 불이 난 적이 있다. 그때 사고로 39명이 사망했다. 차량 화재는 극도로 위험한 사고다. 몽블랑 터널 사고로 차량 화재에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 정부나 당국에 아쉬운 점이 있나.

 

“한국 법률은 제조사 위주로 짜여 있는 것 같다. 소비자를 보호해 주는 법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차량에 결함이 생기면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긴다. 제조사가 결함의 원인을 모르겠다고 버티면 그냥 넘어간다. 유럽은 다르다. 제조사가 결함에 대해 책임지고 증명해야 한다. 또 한국 정부 내엔 차량 전문가가 없다고 들었다. BMW 차량의 문제 원인을 제조사에 물어본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crazy movement) 아닌가?”

 

그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정부가 민간 유력기관과 협조해 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 BMW는 도저히 못 믿겠다. 그리고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문제 차량을 보내 조사를 해야 한다. 가장 믿을 만한 기관이다.” 

 

NTSB는 미국의 독립 수사기관이다. 육·해·공에서 일어나는 모든 교통사고를 분석한다. 3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우버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치어 죽인 사고를 조사하는 곳도 여기다. 하종선 변호사는 “차량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 분석에서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기관”이라고 소개했다. 

 

달한센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2015년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는 차량 배기가스량을 조작한 사건이다. 이게 문제가 된 건 환경기준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번 BMW 화재사고는 사람 목숨이 달린 게이트다. 디젤게이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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