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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연인’에 빠져 거액 갈취당하는 중년 여성들

신종 사기 ‘로맨스 스캠’ 피해자 급증…사기당하면 회복 어려워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2(Wed) 14:00:00 | 1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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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세상은 국경을 초월한 만남이 가능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만나 연애 감정을 느끼고 결혼한 커플들이 종종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 번도 만나지 않고 목소리조차 듣지 않은 남성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고 결혼까지 약속했다가 사기를 당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이다. 이성적인 만남이나 결혼을 조건으로 친분을 쌓은 뒤 온라인상에서 갖가지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다. 

 

울산에 사는 50대 여성 A씨는 최근 로맨스 스캠에 걸려 거액을 날렸다.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지내고 있었던 A씨는 약 두 달 전 한 외국인 남성으로부터 페이스북 친구신청을 받았다. 그는 자신을 중국계 미국인이며 이라크에 파병된 특수부대 소속 장성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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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외국인 그럴듯한 직업 내세워 접근

 

해당 남성의 친구신청을 받은 A씨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사진을 주고받으며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대화를 나눴다. 영어가 서툴렀던 A씨는 번역기를 이용해 대화를 주고받았다. 달콤하고 자상함을 갖춘 남성, A씨는 어느새 마음을 빼앗겼고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남성은 A씨에게 ‘내 사랑’이라고 불렀다. A씨는 남성이 군에서 은퇴하면 결혼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두 사람은 약 2개월간 메시지로 대화를 나눴고 서로 전화통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남성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라크에서 나가려면 외교관을 통해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면서 돈을 빌려 달라고 요구했다. 또 “군 은퇴 자금으로 받을 예정인 39억원을 당신에게 주겠다”며 환심을 샀다. 그러면서 “자금을 받으려면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재차 돈을 요구했다.

 

해당 남성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A씨는 그가 원하는 대로 돈을 보내기 시작했다. 7월에만 3차례에 걸쳐 5만 달러(5600만원 상당)를 송금했다. 8월에도 돈을 보내려고 금융기관을 찾았다. 이미 5만 달러를 보내 해외송금 제한이 걸려 언니 명의로 3만5000달러(3900만원 상당)를 송금하려던 찰나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지점장이 송금을 미루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의 확인 결과, 신원 미상의 사기범은 미군을 사칭해 A씨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범이 사칭한 군인은 미군에서 36년간 근무하다 지난해 퇴직했다. 이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경찰이 확인했다.

 

A씨는 “그럴 리가 없다”며 자신이 사기당한 사실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관이 포털사이트에서 진짜 인물을 검색해 보여주자 그제야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사기당한 5600만원은 찾을 길이 막막해졌다. 

 

수도권에 사는 중년 여성 B씨도 비슷한 방법으로 사기를 당했다. B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한 백인 남성이 접근해 오자 호기심에 대화하다가 결혼 얘기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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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남성은 “의사 일을 하면서 말레이시아에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사업도 하는데, 세관 통관에 문제가 생겨 돈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B씨는 7차례에 걸쳐 약 7700만원을 달러로 바꿔 송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B씨는 로맨스 스캠 국제사기범들에게 당한 것이었다. 홍콩의 한 여성은 이런 방식으로 1년6개월 동안 약 8억3000만원을 사기당해 국제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맨스 스캠은 남성들도 예외가 아니다. 30대 후반의 미혼 남성인 C씨는 얼마 전 미국 국적의 한 직업군인 여성으로부터 페이스북 친구신청을 받았다. 이 여성은 자신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 나온 평화유지군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C씨에게 호감을 갖게 돼 친구요청을 했다면서 자신의 프로필 사진 여러 장을 보내왔다. 그리고 “당신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며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고, C씨의 메일도 물어왔다. 

 

C씨가 메일 주소를 알려주자 “자신은 33살이며 결혼할 사람을 찾는다”며 환심을 사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다. C씨는 갑작스럽게 다가서는 외국 여성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고 프로필에 있는 친구들이 누구인지 살펴봤더니 거의 나이지리아 국적의 사람들이었다. 

 

C씨는 그제야 해당 여성이 거짓으로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사기범들이 남성들을 상대로 한 수법을 검색해 봤더니 똑같았다”며 “주로 솔로 남성들에게 접근해 사기를 친다”고 말했다.

 

40대 후반의 남성 D씨도 로맨스 스캠 사기범으로부터 친구신청과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미모의 군인 여성으로부터 친구신청이 왔다”며 “자신을 ‘시리아 알레포에 파견된 러시아 장교’라고 소개했다. 사진으로 보니 미모가 뛰어나고 매력적인 모습이어서 호감이 갔다. 달콤한 메시지도 보내왔는데, 일도 바쁘고 귀찮아서 그냥 차단해 버렸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후 또다시 군복을 입은 여성에게 친구신청이 들어왔는데, 자세히 보니 이전에 친구신청을 보냈던 러시아 군인 여성이었다. 이상한 것은 프로필 사진을 보니 분명 동일 인물인데 이름이 달랐다는 것이다. D씨는 이전 러시아 여성의 페이스북 계정을 찾아봤더니 삭제돼 있었다. 그래서 이 여성이 이름을 바꿔가며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자칫 사기를 당할 뻔했던 것이다. 

 

 

“돈 빌려 달라”고 하면 무조건 의심해야

 

로맨스 스캠 사기조직은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 사기범들의 활동무대는 주로 페이스북 등 SNS다. 이들은 먼저 SNS를 통해 사기 대상을 물색한다. 주로 혼자 사는 40~50대 중년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이들에게 미끼(친구신청)를 던지고 그것을 물었다고 판단되면 그때부터 매뉴얼대로 작업에 들어간다. 

 

피해 내용을 보면 사기수법은 판박이다. 우선 사기범들의 프로필 사진은 한눈에 봐도 호남형이다. 직업은 그럴듯한 군인, 의사, 사업가, 거액의 유산 상속자 등을 내세운다. 친구신청을 받아주면 달콤한 메시지를 보내 상대방의 환심을 산다. 그런 다음 자신의 사진이라며 여러 장을 보내 믿음을 준다. 배우자와 사별이나 이혼했다며 혼인 상태가 아님을 강조한다. 

 

그런 후 2~3개월 동안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애정공세를 펼친다. 사기범들은 거의 매일 자신의 사진을 보내고 다정다감하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허니’ ‘달링’ 등의 호칭으로 부르며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이때부터는 “결혼하자”며 청혼을 하고, 여성은 사기범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다.

 

이쯤 되면 본색을 드러내 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물론 무조건 “돈을 달라”고 하지 않고 빌리는 수법을 쓴다. 그리고 상대방이 돈을 보낼 수밖에 없는 급한 상황을 만든다. 

 

돈을 보내주면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갚겠다”거나 이자를 더해서 갚겠다고 말한다. “거액의 공사대금을 받았는데 수수료가 급히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 달라고 하는 식이다. 일단 돈을 받고 나면 다른 핑계를 대며 추가 송금을 요구한다. 

 

더 이상 돈이 없다고 판단되면 SNS 계정을 삭제하고 잠적한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이미 돈을 인출하고 사라진 뒤다. 이들은 실존 인물의 사진이나 신분을 도용한 가짜들이다. 남성들에게 접근한 여성들은 알고 보면 사기 조직의 남자 조직원이다. 

 

이렇듯 로맨스 스캠은 사람의 감정을 파고든다.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우선 SNS에서 친구신청이 와도 수락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사기범들의 이메일 주소는 비슷하기 때문에 구글링을 통해 이메일을 검색해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돈’ 이야기를 꺼내면 의심하고 절대 돈을 보내서는 안 된다. 경찰은 “각자 조심하는 게 최고의 예방”이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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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적 인기 ‘데이트 앱’도 위험하다  

 

로맨스 스캠은 국내에서도 활개치고 있다. 페이스북 등 SNS뿐만 아니라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도 사기에 악용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데이트 상대를 찾는 ‘데이트 앱’은 남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일일이 셀 수 없는 관련 앱이 출시되는 상황이다. 결혼에 실패한 중년 남녀를 위한 ‘돌싱 전문 앱’도 등장했다.  

 

데이트 앱은 이성을 만나기에 쉽고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입할 때 이름과 나이, 직업, 사진 등 개인정보를 기재하면 원하는 이성을 고를 수 있고, 대화나 만남까지 가능하다. 

 

문제는 개인정보를 허위로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간단한 확인 절차만 거치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짜 신분’을 내세울 수 있다. 사기범들은 이런 허술함을 악용한다. 

 

최근 울산에서는 데이트 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 수십 명을 상대로 돈을 받아 가로챈 A씨(56)가 경찰에 구속됐다. A씨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결혼·중매 앱에서 알게 된 중년 여성들에게 ‘사업가’라고 속이고 자신이 운영했던 공장 사진을 보냈다. 

 

상대 여성들과 친해진 뒤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인데 지갑을 잃어버려 주유비와 통행료가 없다”면서 돈을 빌렸다. 나중에 갚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A씨는 이런 수법으로 여성 46명에게 10만~30만원씩을 받아 챙겼다. 돈을 받은 후에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여성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여관과 만화방 등을 전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사기범들이 국내에 조직원을 두고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해외 로맨스 스캠 조직의 지시를 받아 사기를 친 나이지리아 국적의 외국인 2명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검거했다. 

 

이들은 로맨스 스캠 수법으로 41명에게서 무려 6억4000만원이나 챙겼다. 피해자들의 연령은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했다. 피해금액도 적게는 200만원에서 최고 1억300만원까지 됐다. 로맨스 스캠은 한순간에 피해자의 마음뿐 아니라 전 재산을 갈취할 수 있는 무서운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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