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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의 총체적 난국에 '멘붕'된 국민연금

빨라지는 재원 고갈 시점·기금운용본부장 공백도 부담

황건강 시사저널e. 기자·CFA ㅣ kkh@sisajournal-e.com | 승인 2018.08.17(Fri) 16:25:00 | 1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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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민연금이 연일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득 대비 9%인 현행 보험료율은 높이고, 수령 시기 역시 68세로 연장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서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등 3대 연금 가운데 보험료율을 가장 높게 책정하고 있으면서도 고갈을 걱정해야 한다는 점은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내부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은 현재 운용을 책임질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의 사임 이후 1년 넘게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주식운용실장도 공석인 상태다. 외부와 내부 모두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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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운용 성과, 최근 5년래 최고

 

현재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기금운용본부장을 포함해 공석이 된 운용직 실장의 충원이 마무리된다 해도 인사 논란은 잠잠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일반 금융회사 임원보다 급여는 낮고 책임과 부담만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으로 우수한 인재 영입이 어렵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기금운용본부장의 공백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임자 한 명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규모나 위상을 감안할 때 기금운용 담당자 몇몇이 수익률을 좌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기금운용본부장이 반년가량 공석이었던 지난해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은 7.26%를 기록하며 최근 5년래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최근 10년간 성과를 놓고 봐도 세 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한 뒤 급격한 회복세를 보였던 2009년과 2010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최근 10년 안에서도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찾기 어렵다. 1988년 이후 연평균 누적수익률인 5.41%에 비해서도 1.8%포인트가량 높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운용 실적 호조는 국내 주식시장의 영향이 크다. 코스피는 지난해 초 2026에서 지난해 말 2467로 4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덕분에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운용 수익률은 25.88%로, 벤치마크에 비해 2.23%포인트가량 높다. 11.58%를 기록했던 2016년에 비해서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내 주식시장 호조 덕분에 기금운용본부장 공석에도 호실적을 낼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국민연금 운용 성과는 올해 들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5월말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은 0.49%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주식에서는 1.18% 손실을 기록 중이다. 특정 시점의 수익률이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지만, 단순 수치상으로는 지난해 연간 수익률에 비해 급격히 악화됐다. 이 역시 국내 증시가 침체한 데 따른 것이다.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5월말까지 2.28% 하락했다. 6월 이후 하락세가 커지면서 8월초 기준 연초 대비 7% 이상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 수익률 하락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규모를 감안하면 운용수익률은 시장 등락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는 지난해 600조원을 돌파했다. 국민연금은 이 가운데 국내 주식에만 131조원, 해외 주식에서는 109조원가량을 굴리고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계획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전략적 자산배분 계획에 따르면, 전체 운용자산 가운데 45%가량은 채권에 투자하고 45%가량은 주식에 투자된다. 자산군별 세부 수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정한다. 올해 5월말 시점에서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는 국내 주식에 20.5%, 해외 주식에는 18%를 배분하고 있다. 국내외 채권은 50.3%, 대체투자는 10.6%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투자 비중의 절반을 차지하는 채권은 상대적으로 수익률 변동성이 작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주식 운용 성과가 국민연금의 전체 수익률을 좌우하는 셈이다.  

 



“기금 운용 전반의 시스템 개선 필요”

 

연금 규모에 비해 운용 담당자가 부족하다는 점도 시장 수익률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5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634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기금 운용직 정원은 278명 수준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 기금 운용직 한 명당 2조원 이상을 맡아야 한다. 지방 이전으로 인한 인력 이탈로 발생한 공석도 부담이다. 3대 연기금 가운데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사학연금은 운용자산 20조원 수준에 자금운용단 인력이 34명가량이다. 여기에 이사장 직속 리스크관리실 소속 인력을 더하면 45명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기금운용본부장으로 누가 와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규모를 감안하면 기금운용본부장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기금 운용 전반의 시스템 개선과 인력 충원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과거 3대 연기금 중 한 곳의 자산을 담당했던 운용담당자는 “일반 투자자들은 연기금이 자산 규모를 이용해 시장에서 장난을 친다고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오히려 거래 규모가 커서 간접 거래 비용 측면에서 손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 국민 정서에서는 변명으로 비춰지겠지만 국민연금 정도의 몸집을 갖고 수익률 1% 올리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며 “당장 수익률을 높이는 사람보다는 투자 과정 전반의 타당성을 높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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