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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靑②] “지금 청와대론 관료조직 장악 태부족”

[인터뷰] 고한석 민주연구원 부원장 “국무조정실 ‘핵심 늘공’, ‘어공’으로 만들어야”

김종일·구민주 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3(Thu) 11:00:00 | 1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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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헛돌고 있다. 청와대는 관성에 젖은 관료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고, 관료들은 정권의 성공보다 부처의 안위를 우선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사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주요한 민생·경제 정책들은 삐거덕거리며 당초 목표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요 경제지표들의 추락과 함께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면서 정(政)·청(靑) 간 갈등은 심화되고 불신 역시 커지고 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악마는 디테일이 아닌 ‘구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을 이끄는 고한석 부원장은 “청와대와 행정부 관료 조직 간 정책 방향과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부원장은 “문제의 핵심은 ‘선출된 권력이 어떻게 해야 관료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가’이다”라면서 “현재 청와대 규모로는 거대한 행정부 관료조직을 장악할 수 없다. 청와대가 커서 문제가 아니라 작아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비대한 청와대’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과는 사뭇 결이 다른 주장이다. 여의도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는 최근 문제의 책임을 김동연 경제부총리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특정 인물에게 돌리고 있는데, 이런 문제 진단과도 분명 다르다. 

 

고 부원장은 민주당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고 있다고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정책통(通)이다. 민주당이 선거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게 이끈 장본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정보기술(IT) 선거 전략을 분석한 ‘빅데이터 승리의 과학’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서울대 졸업 후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IT정책으로 학위를 받고 SK와 삼성에서 IT와 글로벌 사업 파트를 담당했다. 이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정책연구원 정책기획 연구원을 거쳐 정세분석국장으로 여론조사 데이터를 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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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민생·경제 정책이 헛돌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은 ‘정책입안-결정-집행’이라는 3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한국의 경우 청와대가 하는 역할은 정책의 결정이다. 입안과 집행은 공무원 관료조직이 한다. 즉 공무원들이 청와대가 설정한 방향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때 제대로 만들거나 집행하지 않으면 정책효과는 매우 떨어지게 된다. 다른 원인들도 존재하지만 현재 한국 행정체계에서 ‘정책입안-결정-집행’의 일체성이 약하다는 게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정책실이 헛돌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특히 국무조정실의 ‘조정’ 기능에 대한 지적이 많다.

 

“국무조정실은 각 부처 공무원들이 파견 나와 일하는 곳이다. 업무를 ‘조정’한다는 말은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조정을 하는 사람이 그중 한 부처 출신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상충한다. 게다가 조정을 요구받는 부처가 반발하면 그것을 강제할 동기와 권위가 약하다. 국무조정실은 전체 정부 부처 중 ‘적당히’ 정신이 가장 잘 먹힐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놀고 있어도 부처 일은 돌아간다.”

 

타개할 방법은 무엇인가.

 

“국무조정실의 문제는 크게 직업 공무원 제도, 부처 이기주의, 국무총리 제도 등으로 요약된다. 인간은 누구나 상벌체계에 반응한다. 선출직 공무원과 그들에 의해 임명돼 일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바로 일자리를 잃는다. 그러나 ‘늘공(늘상 공무원)’들에게는 그 정도의 상벌체계가 없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않는 한, 그만큼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별다른 상벌이 없다. 즉 누가 정권을 잡든, 그 정권이 성과를 내든 말든 이들에겐 별 상관이 없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에 너무 많은 권력을 집중시켜 국정을 운영한다며 ‘청와대 정부’라 비판한다.  

 

“청와대 정부가 문제라면 민주당 정부가 돼야 하는데, 그건 영국과 같은 의원내각제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영국의 경우 총리실을 제외하고도 100여 명의 의원들이 행정부에 들어가 각 부처의 장·차관과 정책보좌관, 기조실장 등 정부의 주요 요직을 장악한다. 이게 바로 정당 정부의 모습이다. 그런데 한국은 대통령제라 정당이 그렇게 할 수 없다. 핵심은 ‘선출된 권력이 어떻게 해야 행정부 관료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가’다. 의원내각제에서는 의원과 당료들이,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과 참모들이 행정부 관료조직을 장악하는 것이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지금 청와대 규모로 거대한 관료조직을 장악하기엔 태부족하다. 청와대가 커서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가 작아서 문제다.”

 

‘청와대 정부’는 제왕적 대통령을 더 강화하는 것 아닌가.

 

“제왕적 대통령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관점이다. 대통령이 제왕처럼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비대한 행정권력 탓이다. 강력한 손발이 있기에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청와대의 말을 손발이 잘 듣지 않으니 이들을 통제하는 척추신경을 강화해야 한다. 만약 막강한 행정부의 권력을 그대로 두고 의회가 선출한 총리가 실질적 권력을 행사한다면 제왕적 대통령과 같은 제왕적 총리의 출현을 야기할 수도 있다.”

 


 

우리처럼 대통령제를 갖고 있는 미국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나.

 

“미국 백악관과 한국 청와대를 흔히 단순 비교하는데, 이렇게 되면 중요한 사실을 놓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백악관은 우리로 치면 청와대 비서실이다. 백악관에는 ‘대통령 집행부(EOP)’라는 거대한 정책 집행부서가 존재한다. 집권당의 ‘어공’들이 대거 들어가 있는 EOP는 각 부처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고, 이를 기반으로 확실한 부처 장악력을 발휘하며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강하게 추진한다. 한국과 비교하자면, 청와대 안보실과 정책실, 국무조정실 그리고 과거의 기획예산처를 합친 규모다. 무려 2000여 명이 활동한다. 이들 중 책임자급 몇 명만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대다수 직원은 대통령이 임의로 임명한다. 이들은 정권이 바뀌면 대부분 함께 바뀐다. 즉 핵심 정책의 경우 관료조직에 의존하기보다는 대통령과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직접 실행에 참여하도록 하고 관료들이 그것을 돕고 보좌하게 한 것이다.”

 

왜 우리는 미국 EOP 같은 시스템을 이식받지 못했나.

 

“이승만 정부 당시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가 절충된 이원집정부제가 도입됐다. 그 결과 정당 정부라는 의원내각제의 장점도, 대통령 정부라는 대통령제의 장점도 살리기 힘든 관료 중심 정부가 만들어졌다. 1997년까지 사실상 정권교체 없이 권위주의 정권이 이어졌기 때문에 그때까진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관료조직의 통제라는 이슈가 등장할 여지가 없었다. 1997년 이후 정권교체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집권세력이 내세우는 정책 방향이 기존 관료조직의 관성과 다를 때 정부 성과의 발목을 잡는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대안은 무엇이 있나.

 

“개헌을 통해 국무총리제를 없애지 않는 이상 두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국무조정실을 어떻게 통제하느냐다. 국무조정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거취가 정권의 성과와 연동되게 제도를 짜야 한다. 국무조정실 핵심 직위에 ‘어공’을 대거 임명할 수 있도록 하든지, 국무조정실 핵심 직위 신분을 ‘어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첫 번째 방안은 미국식, 두 번째는 독일식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집권정당이 바뀌면 새로운 총리가 부처 공무원들 중 집권정당의 이념과 가까운 공무원들을 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단으로 승진시켜 함께 일한다. 대신 이들의 신분은 ‘어공’이 된다. 정권이 바뀌면 함께 사직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 정책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할 인센티브 기제가 생긴다. 이런 자리를 원하지 않고 오래 공무원을 하고 싶으면 중간급 공무원에 계속 머무를 수 있다.”

 

두 번째 방안은 뭔가.

 

“대통령 직속 행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행정위원회와 자문위원회로 나뉘는데 자문위는 그야말로 자문을 하는 곳이기에 영향력이 세지 않다. 그러나 행정위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집행부서까지 가지는 ‘작은 부처’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민간 전문가와 관련 부처들에서 파견된 공무원, 정무직 공무원이 하나의 상설조직으로 통합돼 부처의 벽을 뛰어넘는 일을 기획하고 집행한다. 현재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규제개혁위원회 두 개만 있다. 과거 참여정부가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보수 언론의 공격을 받았지만 역으로 위원회가 있었기에 부처 이기주의와 안일주의를 극복하고 실제로 성과를 남길 수 있었다. 그 대표적 예가 ‘균형발전위원회’다.”

 

모든 정부가 관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정당들이 정책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의 경우 현재 원내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은 16개 상임위원회별로 고작 2명씩 배치돼 있다. 그것도 보건복지위의 경우 보건 전문 1명, 복지 전문 1명으로 나뉘는 등 실제로는 분야별 1명의 전문위원만 갖춘 셈이다. 이 정도 규모로는 한 부처에 십 수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들을 내용적으로 장악할 수 없다. 정책은 다른 영역과 달리 무엇보다 ‘경험적 지식’이 중요하다. 실제 정책입안-결정-집행 과정에 참여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제대로 된 정책 역량을 갖추기 쉽지 않다. 능력 있는 공무원들 중에 영혼이 있는, 즉 정치적 가치관이 뚜렷하고 열정 있는 사람들을 정당의 정책전문위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독일의 경우 300여 명의 정책전문위원들이 의석 비율에 따라 각 정당에 채용돼 활동한다. 30여 명에 불과한 우리의 열 배에 이르는 수치다.”

 

정치는 관료를 불신하고, 관료는 정치가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공공부문 환류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금 행정부·정당·시민사회·학계 등 공공부문 주요 영역들 간 이동이 어려워 서로의 영역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각 영역 출신들이 서로의 조직에서 일하며 이해를 높이고 경험과 역량이 골고루 배치되는 ‘회전문 인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즉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고위급 승진을 하려면 일정한 리스크를 지고 정당의 정책전문위원으로 일하며 정당의 선거 승리를 돕고, 집권 후엔 출신 부처로 돌아가 집권정당의 가치관에 맞는 정책을 집행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헛도는 청와대’ 특집 연관기사

[헛도는 靑①] “문제는 김동연·장하성이 아니다”

[헛도는 靑③] ‘책임총리·책임장관’? 국정운영 현실과 거리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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