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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찾았던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담긴 싱가포르 도시정신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깨끗하면서도 재미있는 ‘정원도시’, 싱가포르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서울대 도시조경계획연구실 연구원) ㅣ | 승인 2018.08.23(Thu)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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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얼마 전, 한반도 분단 후 70년 만에 성사된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낙점되면서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싱가포르는 미국과 북한대사관이 모두 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등거리외교를 원칙으로 해오면서 중립국의 이미지를 다져온 것이 이유였다. 싱가포르가 이렇게 외교 협상의 무대로서 활약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냉전 이후 아슬아슬한 정치적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나라들 사이에서 회담이 필요할 때 그 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때문에 싱가포르는 스스로 ‘외국의 이슈에 관해 편중되지 않고 중재역할도 잘 수행해왔다’고 자평한다.

 

예전의 싱가포르를 기억한다면 깨끗한 도시, 혹은 벌금의 천국 정도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이런 도시이미지가 생겨난 것은 싱가포르 초대 총리인 리콴유의 도시정책 때문이었다. 1963년, 리콴유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도시의 경쟁요소로 ‘녹지’를 정했다. 이것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빠른 도시화를 겪으며 싱가포르의 자연이 심각하게 파괴돼가는 것에 대한 대책이기도 했다. ‘정원도시(Garden City)’는 이때 정해진 싱가포르의 도시비전이다. 2006년부터는 ‘정원 속의 도시(City in a Garden)’로 업그레이드하며 한층 더 강하게 어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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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를 우리의 정원으로 만들자”

 

1970년대 말까지 싱가포르는 엄청난 양의 나무를 심고 공원을 만들었다. 90년대가 되면 이 녹지들을 모두 연결하겠다는 ‘파크커넥터(Park Connector)’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때로는 도보 길을, 때로는 강이나 운하를 따라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싱가포르의 크고 작은 공원들에 다다를 수 있다. 사람들은 파크커넥터를 따라 조깅을 하기도 하고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팅을 타기도 한다. 누구나 파크커넥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맵도 제공되고 있다. 

 

현재 이 파크커넥터와 300개가 넘는 싱가포르의 공원들을 관리하고 있는 ‘NParks(National Parks Boards)’는 ‘싱가포르를 우리의 정원으로 만들자’라고 외친다. ‘정원도시’란 단지 녹지가 많고 가로수가 울창한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민들이 함께 즐기고 가꾸는 도시. 도시가 곧 시민들의 정원이 되는 도시. 그것이 싱가포르가 꿈꾸고 실현시켜 나가고 있는 정원도시의 진짜 의미일 테다.

 

2004년부터 싱가포르를 책임지고 있는 리셴룽 총리는 싱가포르의 ‘깨끗하지만 재미없는 도시’라는 이미지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마리나베이샌즈다. 호텔·​카지노·​쇼핑센터·​박물관·​컨벤션센터를 갖춘 복합리조트인 마리나베이샌즈는 세 개의 거대한 빌딩이 하늘 높이 배를 받쳐 들고 있는 듯한 모습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이 공중에 떠 있는 ‘하늘공원(Skypark)’의 수영장에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싱가포르 도시의 풍경 또한 장관이다. 마리나베이샌즈는 싱가포르를 홍보하는 각종 이미지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달라진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가 개장한 지 2년 뒤, 마리나베이 개발 프로젝트와 ‘정원도시’ 비전의 총집합체와 같은 ‘끝판왕’이 등장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슈퍼트리’들로 유명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가 그것이다. 싱가포르는 마리나베이샌즈 동쪽의 수변공간을 상업적으로 개발하는 대신 대규모 정원으로 만들었다. 무려 100만㎡의 규모다. 싱가포르의 더운 날씨를 피해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늘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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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지속가능하도록 설계된 도심정원

 

하지만 슈퍼트리의 화려한 외관과 온갖 종류의 식물들, 거대한 온실에 놀라는 것은 잠시뿐이다. 그보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물과 에너지가 자체적으로 순환돼 지속가능하게 유지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더욱 인상 깊었다. 녹지·​관광·​친환경이라는 이 시대의 핵심 사명들을 모두 다 해내고 있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였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공원이라기보다 정원도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관광지에 더 가깝지만, 싱가포르 도시의 정신과 비전을 오롯이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이곳은 지난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문하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에서 첫 번째로 택한 행선지였던 탓에 우리나라 언론매체들이 앞다퉈 보도를 해댔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오랜 ‘정원도시’ 프로젝트를 알고 이곳을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들은 아마 느꼈을 것이다. 그것이 하나도 놀라울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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