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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무죄 후폭풍③] “안희정 무죄는 언론이 도왔다”

“피해자 인격권 보호 않고, 선정적 보도”‘미투’ 보도 행태 놓고 언론이 욕먹는 이유

조문희 기자 ㅣ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4(Fri) 08:55:01 | 1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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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에게 고합니다. 당신들이 세상을 어떻게 망치는지 똑똑히 보십시오.”

 

8월18일 서울 종로구 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열린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나온 외침이다.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이번 시위에는 7000여 명이 참석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혐의 무죄 판결을 규탄하던 구호는 “너희가 언론이냐”는 비판으로 바뀌었다.

 

소리에만 그치지 않았다. 참여자들은 취재 중이던 TV조선 카메라를 향해 ‘나가라’고 외쳤다. 일부는 기자들 앞으로 가 항의했다. 사회를 맡은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이소희 사무국장도 “당신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우린 다 알고 있다”면서 “TV조선은 나가 달라”고 말했다. 결국 기자들은 현장에서 카메라를 거뒀고,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무엇이 이들을 분노하게 했을까. 언론이 얼마만큼 잘못했기에 이렇게 화가 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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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가이드라인 배포해도 ‘나 몰라라’

 

“가해자 측 받아쓰고, 가짜뉴스 유포한다. 언론도 공범이다.” 안 전 지사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을 향한 시위 참여자들의 진단이었다. 이 사건뿐만 아니다. 지난 1월말 현직 검사의 폭로 인터뷰로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언론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데다 신변잡기적이어서 2차 피해를 유발했다는 이유에서다.

 

7월26일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측이 ‘긴급 토론회 : 미투 보도 이대로 괜찮은가’를 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안 전 지사 사건의 결심 공판이 열리기 하루 전날이었다. 본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언론은 여전히 가해자 말만 받아쓰고, 조회 수에 혈안이 돼 자극적 표현을 쏟아낸다”며 “낯 뜨겁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이들이 느끼는 보도 행태는 좀 달라졌을까.

 

“그렇지 않다. 더 심해졌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이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8월21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특히 안희정 사건이 무죄 판결 받은 이후 (나쁜 보도를) 대놓고 해도 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은 7월26일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안 전 지사 재판과 관련한 미투 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하며 잘못된 사례를 꼽았다. △재판을 생중계 수준으로 전하고 토론한 것 △사적 자료를 무분별하게 보도한 것 △안희정 측 주장을 그대로 실은 것 △피해자 얼굴을 부각한 것을 문제로 들었다. 특히 김 사무처장은 종편의 시사 프로그램을 꼬집으며 “재판이 있든 없든 안희정 사건을 다루더라. TV조선 시사 프로그램은 7월 한 달간 전체 방영 시간 중 안희정 사건만 20% 넘게 다뤘다. 그것도 안희정 쪽 증언만 받아썼다”고 지적했다.  

 


 

이는 여성가족부가 한국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제작해 배포한 ‘성폭력·성희롱 사건, 이렇게 보도해 주세요’에서 언급된 바와 같다. 이 책자는 6월8일 기자협회 188개 회원사에 배포됐다. 2014년 발간된 ‘성폭력사건 보도수첩’의 개정판이다. 책자 10~11쪽에는 안 전 지사 사건 보도의 문제점이 서술됐다. 이 책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자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그 주장이 사실인 것처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다”라며 “신상을 공개한 피해자여도 과거 사진을 자료화면으로 활용하는 것은 과도한 관심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잘못된 사례로 지적한 언론사가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성폭력·성희롱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은 이미 수차례 배포됐다. 2006년 한국여성민우회가 배부한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 2012년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한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기준’ 등이다. 그러나 기자들은 이를 알고 있는데도 외면하거나, 아예 배포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경제지에 입사한 지 2년 차인 윤아무개 기자는 “보고 싶은데 어디서 볼 수 있는지 모른다. 출입처가 아니다 보니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사회부에서 일하는 4년 차 기자 이아무개씨는 “안 전 지사 측은 공개 변론했고 김지은씨는 비공개였다. 언론이 접하는 정보가 애초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건 맞지만 어쩔 수 없기도 했다는 걸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선정적 보도에 눈살 찌푸리는 시민들

 


 

이런 관행은 안 전 지사의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계속됐다. 8월22일 오전 8시30분 즈음 ‘중학생 미투’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늘 그렇듯 관련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노원구에 위치한 모 여고 졸업생이 재학 시절 교사들로부터 당한 성폭력을 고발한 이후 관련자 18명이 징계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검색된 기사들 제목엔 ‘치마 속 손 넣어 허벅지 XX했다’ ‘가슴 치거나 치마에 손을’ ‘고 X 몸매 예쁘네’ 등 자극적 문구가 가득했다. 온라인 매체나 일간지나 다를 바 없었다. 이는 ‘선정적·자극적 보도 지양하기’라는 가이드라인을 어긴 보도다.

 

때문에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가 바빠졌다. 언중위 심의에 따라 시정조치를 권고받은 보도가 5월말 기준 149건을 넘겨서다. 언중위가 지난 7월 발간한 ‘2018년 언론중재 여름호’에 따르면, 올해 2~4월 미투 가해자의 범죄수법 묘사로 시정권고를 받은 사례가 무려 143건이다. 이는 성폭력 관련 보도 중 51건에 시정권고를 했던 2014년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수치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지 않다. 미투 보도가 한창이던 지난 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국 20~50대 성인 남녀 10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5.3%가 “언론이 피해자 인격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선정적 보도가 많다는 응답 역시 48.9%를 기록했다. 미투는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이 안 전 지사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불복해 항소했고, 아직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다른 이들의 사건도 남아 있다. 언론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이유다. ​ 

 

※‘안희정 무죄 후폭풍’ 연관기사

☞[安무죄 후폭풍①] 안희정 무죄가 쏘아올린 공, 국회 바꿀까

☞[安무죄 후폭풍②] ‘미투’ 기소 38명 중 5명만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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