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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훈풍 한반도에 9·9절·유엔총회 태풍 대기

청와대, 경제 협력 등 대북 지원폭 놓고 장고(長考) 중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7(Mon) 08:01:00 | 1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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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이란 큰 산을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첫 정상회담과 그 결과물인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이산 상봉 재개는 향후 남북관계의 향배를 가를 중요한 고비였다. 두 정상 간의 합의 가운데 우리 국민들의 체감지수가 가장 높은 현안이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이란 점에서다. 

 

대북정책 지지 여부에 이산 상봉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남북한은 이미 8월13일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9월 중 정상회담’에 의견접근을 이루는 등 올가을 크고 작은 대화와 교류협력 시간표도 짠 상태다. 상봉이 불발되거나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향후 일정에 빨간불이 켜지고 대북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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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10개월 만에 금강산에서 행사 열려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봉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이산 상봉인 이번 금강산 이산가족 만남은 8월20일 낮 89명의 남측 상봉 신청자와 동반 가족 등 197명이 현지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북한 쪽에서 나온 가족 185명과 금강산호텔에서 단체상봉을 하는 첫 일정을 포함해 2박3일의 만남을 소화했다. 개별상봉과 객실에서의 도시락 가족식사 등 모두 6차례에 걸쳐 12시간의 만남이었다. 이어 23일부터 이어진 2박3일간의 행사에서는 북측이 선발한 83명의 이산가족이 남측에서 간 가족과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산가족의 금강산 만남은 2015년 10월 20차 상봉행사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산 상봉은 간헐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순탄치 않았다. 북한 당국이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에서 대화 쪽으로 돌아서는 계기로 시혜성 상봉카드를 활용한 데다, 행사가 열리는 현장 분위기도 남북관계의 긴장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크고 작은 마찰과 남북 간 힘겨루기가 펼쳐졌고 남측 행사 관계자나 이산가족들은 행여 불상사가 생기거나 행사가 중단되지 않을까 마음을 졸여야 했다.

 

이번 상봉의 경우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안이란 점에서 귀추가 주목됐다. 남북대화와 함께 북·미 관계 정상화는 물론 한반도 정세의 근본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산상봉을 자신의 대화 의지나 대남·대미 유화 제스처를 과시하는 데 활용할 것이란 점에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북한이 “미국의 대북제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식의 비난을 퍼붓는 등 불만을 표시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남북관계 기류를 흐트러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이산 상봉에 복병으로 등장한 건 2016년 4월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의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망명한 12명의 여종업원 문제다. 일부 매체가 한국에 정착한 일부 종업원과 지배인을 인터뷰해 이들 일행이 본인 의사에 반해 탈북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후 민변이나 몇몇 인권단체가 문제를 제기했고, 국제 인권 관련 기구와 고위 인사도 의혹을 던지며 조사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서울에서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자 북한은 북한 여종업원 사태를 박근혜 정부의 ‘북한 공민 유인 납치’로 규정해 대대적인 대남 비난 공세를 전개하는 등 대남 압박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이들의 즉각적인 송환을 요구했고,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이산 상봉 등 남북 간 인도주의 사안은 물론 여타의 교류협력 문제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8월13일 판문점 고위급회담 종결회의에서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평통위원장이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그런 문제들이 산생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대목을 두고도 여종업원 문제 등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북한이 비공개 회담에서 여종업원 송환 요구 등 민감한 이슈를 꺼냈을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 당국자와 대한적십자사, 이산 상봉 행사 관계자 등은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또 금강산 현지의 행사 진행 과정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북한이 우리 상봉단의 언행이나 취재진의 보도 내용을 빌미로 행사 중단 등의 몽니를 부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북한은 상봉 진행 과정에서 매우 협조적이고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게 상봉에 참여했던 당국자의 귀띔이다.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헤어지는 ‘작별상봉’의 경우 당초 2시간으로 합의했는데, 우리 요청에 북한이 적극 호응해 3시간으로 늘려준 게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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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에 적극 호응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난하게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 일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9월 중’ 치르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세 번째 정상회담에 탄력이 붙게 됐다. 이미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과 대북 산림 지원 같은 사업이 당국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고,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의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 문제도 성사됐고, 스포츠·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민간교류도 보폭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상봉 성사의 여세를 몰아 이산가족 상봉의 규모 확대와 정례화 등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인도적 문제의 해결과 함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를 결집시키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복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상봉 행사가 시작된 8월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기적 상봉 행사는 물론 전면적인 생사확인과 화상상봉, 상시상봉, 서신 교환, 고향 방문 등 상봉 확대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의 상시 운영 필요성도 제기했다. 13만2000여 명의 상봉 신청자 가운데 이미 7만5000여 명이 숨졌고, 5만7000명이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북한 가족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통일부는 문 대통령의 언급 이튿날 국회 상임위 보고에서 “차기 적십자회담 등을 통해 전면적 생사확인과 고향 방문, 상봉 정례화 등을 북측과 본격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국책 연구기관 박사는 “북한과의 경협이나 대북 지원에 치중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비판여론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최적의 카드”라고 지.적했다. 

 

특히 9월 중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4차 방북 △북한 정권 수립일인 9·9절 70주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유엔총회와 남·북·미 종전선언 가능성 등 굵직한 일정에 남북 정상회담까지 놓여 있다. 이런 사안들이 반영된 성적표라 할 추석(9월24일) 민심에 신경 써야 하는 정부가 묘책을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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