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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선거제도 개편에 동의하면 뭐든 다 하겠다”

[인터뷰] 선거제도 개편에 올인 하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개성공단 방북 신청…가동 준비는 할 수 있지 않나”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7(Mon) 14:01:00 | 1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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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協治)의 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지난 8월16일 청와대에선 의미 있는 만남이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만나 여·야·정 상설협의체 가동 등에 합의했다. 지방선거 이후 달라진 정치 기상도를 보여주는 듯했다.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내년엔 선거가 없다.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올드보이’들이 여야 사령탑에 진출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협치의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가장 지지기반이 겹치는 곳은 민주평화당이다. 의석수는 14석이다. 국회 권력지형을 볼 때 여당에 꼭 필요한 숫자다. 평화당의 선택에 따라 입법 여부가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다. 평화당은 국민의당이 안철수 전 의원의 대선 패배 이후 바른정당과 합당을 선택하자 ‘독자생존’을 택했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에선 단 한 명의 광역자치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했다. 지도부 선출을 통해 반전을 꾀했지만 지지율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이 여전히 수습되지 않는 모양새다. 

 

평화당 사령탑에 오른 정동영 대표는 8월17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꽤나 고무된 표정이었다. 전날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 대통령 개인적으로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에 동의하면 뭐든 다 할 용의가 있다”며 협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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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취임을 축하드린다. 첫 일정으로 한진중공업을 방문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진중공업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고통받았던 현장임과 동시에 시민들 연대의 상징인 희망버스를 통해 약자와 연대하는 시민의식을 보여줬던 곳이다. 국회 노동위원회가 노·사·정·관 중재안을 만들어서 평화적으로 해결했다는 상징성도 있다. 사회적 갈등을 풀어내는 정치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새기려는 의미였다.”

 

사회적 갈등을 풀기엔 아직 정치 갈등도 심하다. 정치 갈등을 풀 방법은 없나.

 

“핵심은 선거제도 개편이다. 희망버스를 포함해 촛불시민의 요구는 ‘나의 삶을 개선하라’ ‘내가 나를 대표한다’로 함축된다. 주권자인 국민이 준 표만큼 국회의원을 할당해야 한다는 게 촛불시민의 요구다. 이 상식을 벗어난 체제가 70년 동안 유지됐다. 아무리 아름다운 제도도 70년 지나면 녹슬기 마련이다. 힘없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절대 다수인데 정치적으론 약자다. 대표를 가질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제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정치 풍경이 달라진다. 소상공인당이 만들어지고, 농민당이 만들어져서 국회에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청년·소상공인·노동자들이 직접 국회에 들어와 약자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소수정당을 중심으로 선거제도 개편 요구는 지속돼 왔다. 문제는 거대 양당이 움직이지 않으면 쉽지 않은 문제다.

 

“바로 그 점에서 역사적인 기회가 있다. 한반도 대전환 국면이 오듯이 정치에도 문이 열렸다. 지난 8월13일 선거제도 개편 관련 토론회에 여야 5당 대표자들이 다 왔다. 이 운동이 시작되고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결사반대를 외쳐왔던 보수정당, 특히 자유한국당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일찌감치 요구해 왔던 사안이다. 이제 공은 민주당에 넘어갔다. 민주당만 의지를 갖고 임하면 문이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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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선거제도 개편과 헌법 개정(개헌)은 맞물려 있다고 말한다. 지난 4월 이후 개헌 논의가 중단됐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이 연계된다고 하는 건 옳지 않은 표현이다. 개헌은 시간을 요하는 방대한 작업이다. 선거법을 개정하면 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개헌을 다루지 않는다고 했는데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연계한다고 하면 선거제도 개편도 하지 말자는 소리 아닌가. 민주당이 여당 됐다고, 지지율 높다고 선거제도에 소극적인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개혁입법연대는 못 한다.”

 

조금 다른 얘기를 해 보자.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안타깝다. 핵심은 일자리 문제다. 일자리 문제의 해법은 흔히 ‘9988’로 불리는 중소기업이 숨을 쉬도록 하는 일이다. 중소기업이 돈을 벌어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중소기업의 이윤율은 1~2%에 불과하다. 반면 대기업 이윤율은 6%에 달한다. 재벌 대기업의 친족들이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까지 진출해 싹쓸이하는 구조다. 그 구조를 바꾸는 것이 공정경제인데 이 분야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맡겨놓는 모습이다. 촛불시민의 힘을 얻고 높은 지지율을 보이던 1년 동안 정면 대결을 통해 불공정한 경제 구조를 힘 있게 추진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

 

일각에선 소득주도 성장을 포기하고 혁신성장에 방점을 둬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가 벌써 우클릭 하는 분위기다. 그러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뭐가 다른가. 혁신성장은 단순히 규제를 푸는 게 아니라 진짜 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한국형 혁신성장은 과거 김대중 정부에 있다. 외환위기 당시 ‘IT 코리아’를 내걸고 5년 동안 2조6000억원을 인프라 구축에 투입했다. 그 결과, 5년 만에 관련 산업이 붐을 일으켰다. 비슷한 사례가 영화 산업이다. 영화 산업이 완전 죽었을 때 영화진흥기금에 2500억원을 지원하고 표현의 자유를 늘렸다. 그 결과, 영화 산업이 발전했고 수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생명공학기술(BT), 문화기술(CT), 에너지환경기술(ET),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우주기술(ST), 로봇기술(RT) 등 7T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광복절 행사장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만나 ‘제대로 모셔온 것 같다’는 얘길 드렸다. 현재 보수정당의 핵심 과제, 역사적 임무는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내부가 복잡하다고 하는데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 올바른 정치 문화를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다.”

 

평화당의 지지율도 미미한 수준이다.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생각인가.

 

“현장에 몇 번 간다고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누구를 대변하는지 각인돼야 한다. 꾸준히 중소기업·자영업자·농민·비정규직·청년실업자들의 어려운 점을 정확히 대변하면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그분들이 다시 평화당을 인정하지 않겠나. 언젠가는 진정성을 인정받는 시기가 올 것이라 믿는다.”

 

친여 성향 지지자들 사이에선 2020년 총선 이전에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계개편 방향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선거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국민들이 정계를 개편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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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잘하고 있다…남북관계 풀릴 것”

 

최근 급물살을 탔던 남북, 북·미 대화가 난관에 부닥친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해 달라.

 

“문 대통령이 아주 잘하고 있다. 작년과 비교해 보면 천지개벽한 상황이다. 적대와 대결의 시대에서 비핵화와 평화의 시대로 대전환이 이뤄졌다. 다만 북한과 미국 사이엔 뿌리 깊은 불신과 증오가 있다. 불신의 골짜기에 다리를 놓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또 한·미 외교를 통해서 이뤄가야 할 일이다. 9월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질 텐데 국회와 시민사회가 나서서 미국 의회와 언론, 싱크탱크를 상대로 공공 외교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9월9일 전후로 5당 대표가 함께 미국을 방문해 ‘한반도에 살고 있는 당사자들이 싱가포르 북·미 회담을 성공한 외교라 평가하는데, 왜 미국에서는 실패한 외교라 보느냐’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다.”

 

9월 남북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이뤄지리라 보는가.

 

“9월 남북 정상회담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이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 전에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를 이끌어낼 것이라 기대한다. 10월말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열려 있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국 의회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또 ‘북·미 정상회담은 실패한 외교’라는 미국 내부의 평가를 뒤집고, 선거 승리를 이끌기 위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표께서 과거 통일부 장관 시절에 만든 개성공단이 멈춰 있다. 재가동하려면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최근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개성공단 방문 의사를 전달했다. 물론 당장 개성공단을 가동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이는 남북, 북·미 관계가 얼마나 풀리느냐와 연관돼 있다. 하지만 재가동 준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나.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비핵화 조치가 이뤄진 후 곧바로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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