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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결국 변죽만 울렸다

대선공약 대폭 후퇴…교육단체 강력 반발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9(Wed) 08:00:00 | 1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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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뀌고 수장이 바뀔 때마다 갈팡질팡했다. 이로 인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혼란을 거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고교학점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통해 고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교육 수장에 앉힌 것도 개혁적인 교육정책을 실행하겠다는 뜻이 작용했다. 

 

하지만 공약 이행이 순탄치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며 대입제도 개편을 한 차례 유예했다. 그리고 약 1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8월17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날 전 국민의 이목이 교육부에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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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일제히 교육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변죽만 요란했을 뿐 실제 알맹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육 개혁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생, 학부모, 학교, 교육단체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땜질식 개편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 골자는 ‘정시 수능전형 비율 30% 이상 확대’ ‘국어·수학·탐구영역 상대평가 유지’다. ‘정시 수능전형 확대’를 제외하면 큰 틀에서는 현재의 입시제도와 달라진 것이 없다. ‘일 년 동안 세금만 축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우리가 우려했던 대로 대입제도는 개악되고 말았으며, 이는 문재인 정부 교육 공약의 연쇄적인 파산과 한국 교육의 거대한 후퇴로 귀결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전교조는 또 “국정지지도에 악영향을 줄까봐 노심초사하며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는 가운데 갈팡질팡 행보를 보인 교육부의 무책임, 그리고 교육부의 하청에 안주하며 형식적 공론 절차에만 매몰된 국가교육회의의 무능이었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에 더 이상 교육 개혁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절대평가 전환’ 차기 정부로 넘겨

 

교육부는 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적용될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에서 국어·수학·탐구 등 수능 핵심과목의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과도한 입시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며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김상곤 교육부총리도 지난해 7월 한국장학재단에서 열린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 “줄 세우기식 평가로는 미래 인재를 키울 수 없다”며 “점수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추진했지만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수능을 등급제 절대평가로 바꿀 경우 전 과목 1등급 학생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럴 경우 대학들은 수능 대신 학교생활기록부를 더 중요한 전형요소로 삼을 수밖에 없다. 객관성을 답보하기 어려운 학교생활기록부가 중요한 평가 비중을 차지할 경우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교육부는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국가교육회의에 결정을 떠넘겼다.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절대평가 전환’보다는 ‘상대평가 유지’가 더 높은 지지를 받았고, 기존 정책안의 수정이 불가피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정하고 수능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시켰다. 대학에는 정시 확대를 위해 재정 지원 사업과 연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고’지만 재정과 연관해 강제성을 부여했다. 

 

정시 전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대학들은 재정 지원 사업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기존 정시 30% 미만인 대학들은 정시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약 35개 대학이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와 고려대 등 주요 수도권 대학은 10% 가까이 정시 선발을 늘려야 할 참이다. 

 

수능 과목과 평가방식도 일부 바뀐다. 국어·수학·탐구과목은 현행대로 상대평가 과목으로 남겨뒀다. 기존 영어와 한국사 외에 제2외국어와 한문이 절대평가 과목으로 추가됐다.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공약 이행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이번 정시 30% 확대에 대해 진보·보수진영의 교육계와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여론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무시했다’거나 ‘교육 공약 파기’ 등의 표현으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보수진영은 45% 이상의 정시 확대를 기대했으나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고, 진보진영은 절대평가 전환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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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공약 1호 ‘고교학점제’ 연기

 

정시 수능전형 45% 이상 확대를 주장해 온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이번 교육부 대입제도 개편안 결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이번 결정을 취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수능전형을 45% 이상으로 확대하는 안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도 수능전형 30% 확대를 결정한 것은 국민의 뜻을 짓밟은 폭거”라고 주장했다.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교육 공약 1호다. 대학처럼 고교생들이 교과를 선택해 듣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다. 고교수업을 진로·적성 맞춤형으로 바꾸기 위해 도입하려고 했다. 이것을 통해 학생은 진로 희망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수업·프로젝트 등 참여형 수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육부는 원래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2025년 이후로 연기됐다. 차기 정권이 들어서고 3년이나 지나는 시점이다. 현 정부 임기 내에 실시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고교학점제를 2022년에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확충해 2025년 고1부터 전면 적용한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제도 도입과 안착을 위해 적용 가능한 요소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가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고교 내신 평가나 대입제도와 연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시도교육청은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를 전국 51개교, 연구학교를 54개교 지정해 지원 중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된 일반고에 매년 운영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은 내년부터 모든 고교에서 서울형 고교학점제로 불리는 ‘개방형-연합형 선택교육과정’을 시행한다.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성취평가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이 제도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우선 2019년부터 고교 1학년은 ‘진로선택 과목’만을 대상으로 한다. 고전읽기, 경제수학, 여행지리 등 과목이 여기에 속한다. 실제 대입에는 2022학년도에 반영되는 셈이다. 

 

공통과목이나 일반선택과목은 2025년 이후로 넘겼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고1 학생부터는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를 전면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내신성적이 교과목별 성취 수준에 따라 A?E 등급으로 부여된다. 

 

고교 내신이 성취평가제로 전환될 경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중학교 3학년의 특목고·자사고 쏠림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현행 내신 상대평가 체제하에서는 특목고나 자사고에서는 내신을 잘 받기가 힘들다.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내신에 대한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그런데 성취평가제로 바뀌면 이런 불이익이 사라지면서 대입에 유리해진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우수한 학생들이 특목고나 자사고에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특목고와 자사고를 폐지해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교육부의 방침과도 어긋난다. 때문에 단계적으로 실시함으로써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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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출제 연계율 50%로 축소

 

이번 대입 개편안에는 ‘고교체제 개편’도 포함돼 있다. 교육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등 고교체제 개편도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우선 특목고와 자사고의 선발시기를 후기로 변경해 일반고와 동시모집을 실시한다. 이들 학교의 운영성과 평가를 강화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교육부와 진보교육감들은 당초 특목고와 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에 이중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들 학교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생들을 선호하지 않는 일반고에 반강제적으로 배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사고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고, 헌재는 ‘학생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였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체제 개편’이 성공할지도 미지수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도 없던 일이 됐다. ‘최저기준’은 대학들이 수시모집 최종 합격의 조건으로 설정해 놓은 수능 등급이다. 만약 수시모집에서 다른 전형요건을 모두 충족해도 수능성적이 기준에 미달하면 최종 탈락시키는 제도다. 당초 폐지 방침을 세웠지만 최종 조율과정에서 대학 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신 최저기준을 지나치게 빡빡하게 두지 말라고 권고했다. 

 

수능 출제 시 EBS 연계율도 현행 70%에서 50%로 축소한다. 수능과 EBS 연계제도는 2005학년도 수능 때 도입됐다. 사교육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계층 학생의 수능 준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으나 고교수업을 EBS 교재 암기시간으로 전락시키는 부작용도 일으켰다.

 

연계 방식도 직접연계에서 간접연계로 전환한다. 그동안 수능에서 EBS 교재의 지문을 직접 활용했다면, 앞으로는 EBS 교재 지문과 주제·소재·요지 등이 유사한 지문을 다른 교재에서 가져오는 방식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 준비가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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