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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게임마피아③] “정부 정책, 오히려 도박판 키워줘”

[인터뷰] 여명숙 前 게임물관리위원장 “정책실패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게 문제”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7(Mon) 11:17:57 | 1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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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이 ‘게임 농단 세력’으로 전병헌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전직 보좌관을 비롯해  몇몇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전 정무수석은 즉각 반발했고, 여 위원장 역시 상당 기간 홍역을 앓아야 했다. 

 

그로부터 약 8개월 뒤, 여 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시사저널이 보도한 성인오락실 황금성의 대규모 탈세 의혹에 대해 “잘못된 법과 정책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기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관리·감독을 책임질 게임물관리위원장으로 있던 시절에도 예산삭감과 업무방해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여 전 위원장은 또 “현재 게임판의 사행화는 공무원이 도와주는 것과 진배없다”고 주장했다. ‘규제 개선’이라는 미명 아래 사행성을 더욱 키워주는 정책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다. 시사저널은 여 전 위원장을 만나 현재 정책 당국인 문체부 및 산하기관의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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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국정감사장에서 폭로한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겨냥했는데. 

 

“그건 아니다. 정무수석 본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국회의원 시절 의원실 안에서 특정 보좌진이 벌이는 일들과 갑질, 거기에 눈치 보는 문체부의 파행운영이 문제였다. 그들끼리 낙하산 인사를 하고 위원장을 소위 ‘바지’로 만들더라. 그리고 자기들끼리 운영에 간섭했다. 어느 날 갑자기 게임물등급위원회 직원 수십 명을 내보내고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를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두 달간 월급도 주지 않았다. 한시적이어서 국회가 승인해 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승인하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나중에 소급해서 급여를 받기는 했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동료들이 잘려 나가고 급여를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학습한 것이다. 결국 바른말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재 성인오락실 및 사행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도 정책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사행성이 있는 도박류 게임들은 ‘도박’으로 분류하면 된다. 그런데 게임판에 도박을 오히려 더 강하게 끼워 넣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유저들의 원성이 크다. 모르면 유저들에게 물어보고 선진국을 카피해서 정책을 펴면 된다. 일본의 경우 대형 아케이드 게임장이 있다. 그야말로 건전한 패밀리 놀이터이고 모든 종류의 게임이 있다. 심지어 유사 파칭코도 있다. 다만 절대 환전되지 않는다. 환전되는 파칭코장은 별도의 영업방식이 있고 경찰의 철저한 감시를 받는다. 게임과 도박을 철저히 분리해서 관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게임장들이 어두컴컴하고 지저분한, 소위 ‘어둠의 돈’이 흐른다고 이야기하는 곳에 있다. 청소년 업소라는 간판을 달고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락실을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고 수차례 주장했지만, 주무부처 담당 공무원은 알면서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환전이 문제면 환전을 막아야지 콘텐츠의 창의성을 막아서야 되겠는가.” 

 

바다이야기 문제도 문체부의 ‘경품고시’에서 시작됐다. 

 

“바다이야기 사건이 2006년에 터졌다. 그 전에 2004년부터 워밍업에 들어갔다.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4년 12월30일에 경품고시가 통과됐다고 한다. 이후에 36조원의 바다이야기 상품권 시장이 열렸다. 한자리에서 놀 경우 카지노 잭팟 확률보다 높았다. 넣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이 상품권으로 나오는데 누가 안 가겠나. 업계의 원성은 단 한 번도 정책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는 공무원들을 향해 있다. ‘게임을 문체부에서 빼서 산자부나 과기부에 넘겨라’라는 업계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현재 성인오락실 문제도 있지만, 온라인 불법도박이 더 큰 문제라는 진단이 많다. 

 

“게임의 탈을 쓴 도박 시장이 80조원 규모라고 하는데 이것도 오래전 통계다. 합법으로 유통되는 게임에서조차 도박성으로 변질되는 상황이다. 또 불법인 도박판에 대해서는 규제조차 못 하고 있다. 대한민국보다 더 큰 도박 시장은 없다고 할 정도다. 문체부는 ‘불법은 우리 관할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책임이 있다고 할 텐데, 인력과 예산을 오히려 점점 줄이고 있다. 심지어 있는 직원도 없애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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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제대로 나올 확률이 0.0003%가량이라고 한다. 로또복권 2등에 당첨될 확률이라고 하더라. 돈을 주고 산 아이템에 이런 극악의 확률을 넣어놓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내세우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만, 결제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엄격하다. 결제 규모가 10달러만 넘어도 도박으로 규정한다.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업체는 그렇다 치고 공무원이 나서서 이런 도박형 아이템을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주장한다면 문제가 아니겠는가.”

 

현재 문체부 측에서는 결제 한도 폐지 및 완화에 대한 결정을 유보했다는데.

 

“내가 퇴임하기 전 국무조정실에 올라간 각 부서별 규제 개선 안건들 중 문체부는 온라인 결제 한도 완화만 올렸다는 소식을 듣고, 그것은 게임위 의견이 아니며 사행화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알린 바 있다. 문체부 내 수많은 규제개혁 이슈 중에 하필이면 결제 한도 완화가 올라간 것인지, 그게 무슨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현재 결제 한도는 청소년 7만원, 성인 50만원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부모 아이디로 접속하기 때문에 청소년 결제 한도는 의미가 없다. 또한 결제 한도는 확률형 아이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개인적으로 도박형·확률형 아이템을 게임에서 빼버린다면 결제 한도는 완화가 아니라 즉시 폐지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위원장 재임 시절 위원회는 줄곧 결제 한도 완화 반대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이슈와 관련해서 1기 위원들과 2016년 초부터 2017년 초까지 6차례에 걸쳐 회의했고, 미흡하지만 게임의 사행성을 제어하는 유일한 장치를 대국민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함부로 폐지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결론 내렸다. 2기 위원들도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결제 한도 폐지는 위원회의 의결사항이고 고유권한임에도 불구하고 문체부는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결제 한도 완화 방향으로 규제 완화의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민관합동 규제개선 협의체’는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진정한 협의가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였다. 문체부의 해당 공무원은 위원회와 협의를 끝낸 사항이라고 국무조정실에 말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문체부에 거대한 ‘카르텔’이 있다는 입장이다. 

 

“어려운 얘기다. 재임기간 동안 왜 국가는 ‘묻지마 투자’를 하는데 게임생태계는 점점 망가져 가는지, 하면 안 되는 행위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알게 됐다. 한쪽에서는 특정 업체의 주가를 반 토막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 만큼의 칼로 위협하고, 또 한쪽에서는 어용 자문단에 당근을 주는 식으로 행정을 한다면 ‘이게 나라냐?’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공무원의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도종환 장관 취임 후에도 1년여 동안 위원장을 역임했다. 

 

“도 장관 취임 전에 면담을 통해 각종 문제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당시에는 내 말에 공감하시는 것 같았는데 취임 후에도 문제 제기한 것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 의아스러웠다. 나는 심지어 문체부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원회가 찍은 직권조사 대상 적폐로 몰리기도 했다.”  

 

도 장관이 취임 후 1년여 동안 게임위의 업무보고도 받지 않았다는데 사실인가. 

 

“사실이다.” ​ 

 

※‘문체부 게임마피아’ 특집 관련기사

☞[문체부 게임마피아①] [단독] ‘게임 적폐’ 나 몰라라 하는 문체부(上)

☞​[문체부 게임마피아②] [단독] ‘게임 적폐’ 나 몰라라 하는 문체부(下)

☞[문체부 게임마피아④] “경찰·정치권 커넥션 밝혀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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