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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버렸다”Ⅱ③] 표창원 “질병과 공무 연관성 국가가 입증해야”

[인터뷰] 위험직무 공무원의 질병 公傷으로 인정하는 공상추정법 발의한 표창원 민주당 의원

조유빈 기자·김정록 인턴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9(Wed) 10:41:00 | 1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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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은 늘 유무형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면 공무와의 연관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일하는 직업이지만, 부상을 입으면 국가를 위해 일하다 다친 것이라는 증명을 다시 해야 하는 나라. 위험직무 종사 공무원들은 이 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공상(공무 중 부상) 처리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위험직무 종사 공무원에 대한 공상추정법(공상추정법)’이다. 

 

공상추정법은 일명 ‘고(故) 김범석 소방관법’이라 불린다. 김범석 소방관은 1000회가 넘게 재난현장을 누비다 3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희귀병인 혈관육종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국가는 김 소방관의 질병이 공무와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상추정법에는 위험직무 공무원의 근무 이력이 일정 기간 이상이면 특정 질환을 공상으로 인정해 주고, 입증 책임은 국가가 지는 내용이 담겼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대표발의했지만 법안은 아직 국회에 묶여 있다. 표 의원은 “현대의학이 짚어낼 수 없는 질병과 공무와의 연관성을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입증하라는 것은 국가를 위해 일한 사람들을 궁지에 내모는 것”이라며 “국가가 위험직종에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 상관관계를 인정하고, 직권등록제 등을 도입해 보훈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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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 보나.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질병이나 사고 등 피해를 입은 분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기본적 보훈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고, 보훈을 받을 권리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국가가 피해자 가족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정되지 않을 경우 그다음 과정을 설명해 줘야 한다.”


지난해 5월 발의한 ‘위험직무 종사 공무원에 대한 공상추정법’이 계류 중이다. 발의 배경은 무엇인가.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에는 공상추정법이 있다. 업무에 종사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이후 발생한 질병에 대해서는 공상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고 김범석 소방관의 사례가 공상추정법의 근간이 됐다. 현대의학이 짚어낼 수 없는 발병 원인을 유가족들에게 밝혀내라며 궁지로 내몰았다.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 토론회를 열고 여론을 환기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이 입증 책임의 문제가 피해자에게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 보훈제도의 보상 수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나라마다 특성이 달라 보훈보상 수준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의료 부문을 제외하고는 사회보장 수준이 떨어진다. 보훈보상의 수준은 산재보다 낮다. 사망 소방관 유족 측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안인데, 공무원 연금공단에서 오히려 ‘산재 쪽으로 신청을 하면 보상 수준이 높다’고 얘기했다고 하더라. 유족들은 돈이 아니라 명예의 문제라며 반발했다. 국가가 그들을 영웅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먼저고, 그 뒤에 보훈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실질적인 대우도 그에 맞춰야 한다.”

 

질병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공상 인정이 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축적된 통계와 연구결과도 뒷받침되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25명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암에 걸려 순직을 신청했는데 1명만 인정됐다. 미국과 캐나다는 의학계와 보건행정 쪽 연구를 통해 상관관계가 높다고 판단해 공상추정법을 도입했다. 현 단계에서 국가가 할 수 있는 것은 위험직종에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 상관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가 재정이 부담스럽다는 두려움 때문에 상관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보훈처는 “법적 행동을 해야 국가유공자 등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며 신청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그럼 가족이 없는 분들은 어떻게 하나.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 논리의 기반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할 수 없다’는 일반 민사상 원칙이다. 보훈법에 있어 민사의 원칙을 들이댈 수 없다. 국가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요구할 사항은 아니다.”

 

2009년 국가유공자법이 개정되면서 직무를 그만둬야만 국가유공자 신청이 가능하게 됐다. 

 

“국가유공자가 될지, 일을 계속할지 선택하도록 피해자를 내몬 것이다. 국가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사고나 질병 발생 당시 국가유공자 선정과 관련된 요건과 증빙을 미리 심사해 기록으로 남긴 뒤, 원한다면 근무를 계속하게 하고, 퇴직 뒤 국가유공자로 등록되게끔 해야 한다. 나중에 증빙을 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9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이 있으면 안 되는 것처럼, 보훈도 같다. 설령 증빙 결과 직무 연관성이 없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혹시라도 국가에서 보훈을 못 받는 한 사람이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까지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직권등록제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직권등록제에 대해 당연히 찬성한다. 공상 판정이 내려지기 전 정보를 알려주고 신청이나 소송을 도와주는 담당 직무와 업무가 없다. 경찰의 경우에도 순직한 직원의 가족들에게 임의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내 안내하고 도와준 사례가 있었다. 과정과 절차를 소속 부처에서 끝까지 책임지도록, 이 직무 자체를 의무로 만들 것을 요청했다. 이것은 지침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다. 그것을 법제화하는 것이 직권등록제다. 그 절차와 과정에 대해 부처가 책임져야 한다. 직무를 신설하거나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 정부의 보훈 현주소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나.

 

“경찰관 출신으로 공직에 있으면서 느꼈던 것은 대한민국이 고위 공직자 중심이라는 것이다. 보훈도 같다. 일선 장병들이 입는 피해에 대한 입증은 어렵고, 피해 사실 또한 감춰졌다. 박근혜 정부 때는 공상추정법이 너무 혁신적이라는 이유로 국민안전처장이 반대했다. 이번 정부가 보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피우진 처장이 보훈처장으로 임명되면서 보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 개혁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국가가 보훈에 대한 원칙과 철학을 가져야 한다.” 

 

※‘“국가가 버렸다”Ⅱ’ 특집 연관기사

☞[“국가가 버렸다”Ⅱ①] 화마와 싸우다 숨진 소방관, 국가와 싸워야 하는 유족들

☞[“국가가 버렸다”Ⅱ②] 보훈심사위 “선례 될 위험”…피해 군인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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