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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치는 밀월은 없었다…‘진짜 살얼음판’ 걷는 북·미

폼페이오 방북 무산…美·中 무역갈등 속 갈팡질팡하는 韓

오종탁 기자 ㅣ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7(Mon) 16: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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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이 밀월 속 위장(僞裝)이라 봤는데…" 


북한 비핵화 문제가 또 한 번의 고비를 맞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이 전격적으로 취소되면서다. 그간 수차례의 위기가 있었지만, 이번은 특히 나쁜 상황이다. 한반도 문제를 풀 시간이 촉박함에도 북·미 간 갈등이 투박하게 표면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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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방북 무산…미·중 무역갈등 결정적인 변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24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을 코앞에 두고 취소했다. 게다가 방북 계획을 발표한 지 단 하루 만이다. 북한 비핵화가 지지부진하고, 미·중 무역 갈등 속 중국도 북한의 변화를 독려하지 않고 있어 시기상 적절하지 않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판단했다.

 

지난 6월12일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 이후 북·미는 언제 웃으며 손을 맞잡았느냐는 듯 으르렁댔다. 일각에서는 이를 짜인 각본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에 따르면, 각본 연출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고, 배경은 미국의 정치 일정이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2020년 대선을 앞뒀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 비핵화 이슈를 최대한 오래, 전략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읽고 '재선될 때까지 북한을 좀 이용하라'고 언질을 준 뒤 '밀월 속 위장 교착 상태'가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주장은 북·미가 교감하고 있다고 보기 힘든 리스크가 빈발하면서 힘을 잃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미·중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취소하면서 "중국과의 훨씬 더 강경한 교역 입장 때문에 그들(중국)이 예전만큼 (북한)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라며 중국을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아마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해결된 이후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가 더딘 가운데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 비판 여론에도 별달리 반박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8월26일(현지시간) 논평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 정상회담 뒤 두 달이 지나도록 마치 상황이 긍정적으로 진전되고 있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WP는 폼페이오 장관이 싱가포르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탁월한' 전략이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하고 있다면서 미국 국민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취소한 것은 지금까지의 과정이 잘못됐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지금껏 협상에 성실히 임한 적이 없는데도 미국은 군사훈련을 양보하고 김 위원장에게 아첨한 대가로 얻은 것이 전무하다고 WP는 비판했다.

 

북한은 북한대로 미국 입장에서 '적반하장'이라고 할 만큼 대미(對美) 비판론을 키우고 있다. 북한은 폼페이오 방북 취소에 대해선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다만 8월2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지면을 이용해 미국의 선(先) 비핵화 요구를 '부당하고 강도적'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8월27일에도 미국과 중국의 최근 마찰 상황을 조명하며 "외신들은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 위협'론은 과장된 것으로서 그를 통해 이득을 보려 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 논거를 여러가지로 들고 있다"고 전했다.

 

 

靑 "문대통령 중재자 역할 커졌다"지만, 교착 해소 난망 

 

난국 속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온 우리 정부는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와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경제정책 패러다임 변화만큼이나 한반도 문제 패러다임 변화가 지난한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면서 "북·미 두 정상 모두 대화 동력을 살려 나가려는 의지가 여전히 높다고 생각해 기대감을 여전히 갖고 있고, 남북 정상회담도 그런 북·미 대화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무산으로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 커진 게 아닌가 싶다"며 "북·미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막힌 곳을 뚫어주고 북·미 간 이해 폭을 넓히는데 촉진자·중재자로서의 역할이 더 커졌다는 게 객관적인 상황으로, 그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더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북·미를 넘어 북·중·미 간 갈등이 격화한 상황에서 우리 의지대로 중재자 역할을 해나가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중국 책임론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김의겸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인데, 거기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이렇다 저렇다 평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 남북 관계도 삐걱대기 시작했다. 이달 중으로 예상됐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은 다음 달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김 대변인은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계속해서 추진하느냐'는 질문엔 "그렇다"며 "그런 구도에서 남북정상회담 일정과 안건도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역시 각각 '신속한 비핵화'(남측)와 '신속한 경제협력'(북측)이라는 양측의 선결과제가 상충하는 탓에 원활한 성사와 의제 확정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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