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성매매 밝혀냅니다”…불법 판치는 ‘판도라 상자’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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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고 특정인의 유흥업소 출입 기록 알려주는 사이트 등장… “운영자도, 업소도 불법 소지 있어”

 

여성만 이용할 수 있다는 ‘온라인 흥신소’가 등장했다. 돈을 내고 특정인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그 사람의 유흥업소 출입 기록을 알아봐준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불법 행위를 불법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사이트의 이름은 ‘유흥탐정.’ 8월 말에 개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주소는 네이버나 다음은 물론 구글에서도 검색이 안 된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만 공유되고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1만원을 입금한 뒤 의뢰를 원하는 휴대폰 번호를 게시판에 올리면 된다. 그러면 10~20분 뒤에 결과를 개인쪽지로 알려준다고 한다. 다시 조회를 원한다면 건당 3만원을 내야 한다.  

 

유흥탐정 사이트 메인화면 캡처. ⓒ 해당 사이트

 

 

“내 남자의 은밀한 사생활 모두 밝혀낸다”

 

의뢰를 포함한 사이트의 모든 게시물은 비밀글로 처리된다. 8월26일 하루 동안 등록된 의뢰건수는 총 116건. 운영자는 “오픈한 지 5일째인데 벌써 회원이 1000여명”이라고 주장했다. 사이트엔 “내 남자의 은밀한 사생활을 모두 밝혀낸다” “여성분들만 가입 가능하다” 등의 글귀가 적혀 있다. 단, 기자 본인은 남성이지만 가입할 순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유흥탐정을 이용해봤다는 사람들의 후기가 올라와 있다. “진짜 대박이다” “이거 맞는 것 같다” “썸남(사귀진 않지만 호감이 있는 남성) 기록 보고 마음 접었다” “느낌이 싸한 분들은 한번 해보라” 등의 반응이 나온다. “이게 사실이라면 범죄 아닌가?”란 의혹도 제기됐다. 

 

강달천 한국인터넷진흥원 연구위원은 8월27일 “유흥탐정이 영리를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했으니 개인정보보호법상 형사처벌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흥탐정에 휴대폰 번호를 제공했을 것으로 보이는 여러 업소들도 정보주체(업소 이용자)의 동의 없이 정보를 넘겼으니 위법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영리 목적으로 개인정보 수집했다면 위법”

 

무엇보다 정보주체부터 불법 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이다. 유흥업소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나 유사성행위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흥탐정 사이트에선 사업자 등록번호를 확인할 수 없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람에 의해 본인의 유흥업소 출입기록이 공개될 경우 명예훼손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흥탐정 운영자 스스로도 사이트를 통해 “이 일 자체가 불법”이라고 밝혔다. ​

 

 

그럼 유흥탐정의 조회 결과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시사저널이 업계 종사자 등을 취재한 결과, 100% 믿는 건 금물이라고 한다. 

 

일단 유흥업소 방문 여부를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 ‘오피’(오피스텔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나 ‘안마방’ 등 불법 유흥업소는 대개 전화로 예약을 받는다. 발신제한 번호나 공중전화로는 예약이 어렵다. 따라서 예약자의 개인 전화번호가 남게 된다.  


2017년 3월16일 서울 전농동 사창가의 한 건물. ⓒ 연합뉴스

 


변수 많아 조회결과 맹신은 금물

 

업자들은 이렇게 모은 번호로 장부를 만든다. 요즘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장부를 관리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장부 앱에서 검색해보면 특정 번호로 전화를 걸었던 사람이 유흥업소를 예약한 적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장부에 모든 예약자 번호가 적혀있다고 보긴 힘들다. 불법 유흥업소는 전국 어디에나 있고, 업자도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유흥탐정 사이트는 “기존 업소의 장부 앱 5가지와 우리가 갖고 있는 실제 장부 등 100만여 개 (전화번호를 갖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업계 종사자는 “전국의 모든 전화번호를 사들이지 않는 이상 정확도는 50%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한 사람이 단체로 예약했거나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사용했다면 정확도는 더 떨어진다. 그리고 조회 가능 업소는 현재 온라인 광고를 하고 있는 곳으로 제한된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을 받는 업소, 일명 ‘로드샵’은 이용자의 전화번호를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성산업을 규제해야”

 

일부 네티즌들은 유흥탐정 사이트에 대해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뒤에서 저런 거 의뢰했다면 슬플 것 같다” “좋은 남자를 만나고 있다면 의뢰하고 싶은 마음 전혀 안 들것 같다” 등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8월27일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 몰카 등을 올려 돈을 버는 웹하드 업체와 비슷한 경우”라며 “근본적으로 성매매가 일상화된 성산업을 규제해 불법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의 정미례 대표는 “여성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는 불법 사이트”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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