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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청 내 ‘F1 머신’의 퇴출이 씁쓸한 까닭은

수천억원 빚 떠안긴 F1대회 유탄 맞아 ‘애물단지’ 전락…“수천억 빚잔치 상징물” vs “보존해서 교훈 삼아야”

전남 = 정성환 기자 ㅣ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8(Tue) 14: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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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이 전남도청에서 퇴출됐다.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전남도청 내 F1 경주용 차량(F1 머신)이 종적을 감추게 됐다. 영암 자동차경주장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전남도가 2010~16년 7년간 추진했던 F1대회가 우여곡절 끝에 수천억원의 빚만 남긴 채 사라지면서 불똥이 이 차량에도 튀었다. 

 

전남도 안팎에선 영암 F1 대회가 ‘실패한 이벤트’로 마무리된 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이어진 관습적 전시에 불편한 시각이 나왔다. 이에 전남도는 철거 방안을 검토해왔고 민선7기 김영록 전남지사의 결단에 맡겼다. 결국 민선5기 박준영 전남지사 시절 설치됐던 이 차량은 민선6기 이낙연 지사 시절을 패싱한 뒤 김영록 지사가 부임하면서 퇴장 당하게 됐다.  

 

전남도와 F1대회조직위원회는 전남도청 1층 로비에 전시했던 F1 머신을 8월28일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 홍보관으로 이전해 전시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퇴출’에 가까운 조치다. 그야말로 패잔병의 씁쓸한 퇴출 모습에 다름없다. 민선 7기 전남도정의 F1에 대한 인식의 일단이 엿보인다. F1이 전남도에서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예고된 수순이었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F1대회의 실패를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다는 견해와 성급한 실패 규정, 부끄러운 과거를 받아들이는 못하는 단견을 비판하는 견해가 맞부딪히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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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전 지사 ‘설치’, 이낙연 전 지사 ‘패스’, 김영록 현 지사 ‘철거’ 

 

이 차량은 실제 F1 경주에 사용됐다. 전남도는 F1 대회 글로벌 스폰서로 참여했던 LG전자로부터 기증받아 2013년부터 지상 23층 도청 현관 입구에 전시해왔다. 그러나 엔진만 없을 뿐 실물과 같은 차량은 영암 F1 대회가 막대한 적자를 남기고 2013년을 끝으로 중단되면서 ‘실패한 이벤트의 홍보물’이라는 오명을 썼다. 

 

영암 F1대회는 2010∼13년 개최됐을 뿐, 2014년 부턴 주관사인 포뮬러원 매니지먼트(FOM)와 합의에 따라 열리지 않았다. 결말은 빚잔치였다. 지난해 국감 자료를 보면 전남도는 F1 대회 개최를 위해 경주장 건설비, 대회 운영비, 개최권료 등으로 2010∼13년 8752억원을 지출했으며, 대회 개최로 인한 적자만 4년간 1902억원에 달했다. 사업비 중 지방채 발행액이 2848억원에 달해 전남도는 국감 당시 기준 원금 1230억원, 이자 286억원 등 모두 1482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계약 기간 중 2년 간(2015~16년) 개최되지 않아 수백억원의 위약금까지 물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이처럼 대회가 예산 낭비 사례로 남았는데도 지역 상징물로 도청 청사를 오랜 기간 지키고 있는 F1 머신을 두고 처분 요구도 잇따랐다. 이 차량이 전남도청을 찾는 손님들에게 ‘전남도의 상징물’로서 첫 인사(?)를 하는 게 적절하냐는 것이었다. 심지어 도청 안팎에서 F1 잔재물로 ‘부끄럽다’ ‘빚잔치 광고’ ‘지방재정을 갉아먹는 대표적인 사례 보기’라는 비꼬는 말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박준영 전남지사 시절에 설치된 이 차량은 이낙연 당시 전남지사(현 총리)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넘어갔다. 그러나 최근 다시 논란이 증폭되면서 1년 8개월 만에 김영록 전남지사는 철거 결단을 내렸다. 전남도 관계자는 “한동안 철거가 유력하게 검토됐다가도 결국 자리를 지켜왔다”며 “현관 리모델링 등 효율적인 청사 활용과 F1 경주장 활성화를 위한 차원에서 이전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수천억 빚…상징물 보기 싫다” vs “실패를 감추려는 시각이 더 문제” 

 

하지만 일부에서는 F1 머신 전시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돌아오는 전남을 강조하며 청년 유치에 심혈을 쏟고 있는 전남도가 실패가 허용되는 기회의 땅임을 강조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F1의 실패를 불편해 하는 것은 과거에 실패했으니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라는 패배주의 발로라는 지적이다. 세계문화 유산에 부끄러운 역사도 등재시키듯이 감추고 싶은 과거도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보존해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F1이 비록 무리한 대회 추진으로 빚더미를 안고 중단됐지만, 그렇다고 성급하게 부끄러운 일로 규정하고 전시차량을 문제 삼아 철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F1은 그동안 국가 브랜드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고, 누적적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평창동계올림픽 등 대부분의 국제대회 경기장이 사후관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반면에 영암 F1경주장은 연간 운영흑자를 내는 등 활로 찾기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혹한·혹서기, 시설 보수 기간을 빼고 가동이 가능했던 293일 가운데 280일이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자동차 튜닝산업 클러스터 구축과 경주장 주변 차부품 고급브랜드화 연구개발사업, 문화콘텐츠 개발 등 F1관련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영암 F1경주장은 국내 최고 등급의 국제공인 서킷이라는 특수성을 높이 평가받아 TV·​영화·​CF 촬영 장소로도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F1대회 지우니 ‘효자시설’로 환골탈태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용호 전남도의원은 “전남도가 돌아오는 청년 전남이나 혁신을 들먹이면서 F1 머신 전시 자체를 부끄러운 일로 치부하는 시각이 문제”라며 “F1 실패는 F1에 국한하지 않고 도정 전반에 대한 경고이며 따라서 실패를 감출 것이 아니라 잘못을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이를 반면교사를 삼아 ‘실패의 역사’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영록 도정이 지나치게 여론에 일희일비하며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다”며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중심을 잡고 묵직하게 정책을 진행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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