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분의 1 확률 뚫는 할아버지·아들·손자 3대 ‘붕어빵’의 비밀
  • 한가경 미즈아가행복작명연구원장·시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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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경의 운세 일기예보] 수학적 확률로는 설명 안 되는, 가문의 핏줄이 도도히 이어지는 섭리

 

“아기가 아빠를 쏙 빼닮았고, 아기 아빠는 또 할아버지와 붕어빵이군요.”

“하하하”

 

신생아 이름을 작명하러 찾아온 할아버지가 큰 웃음과 함께 무릎을 치며 놀라워했다. 갓 태어난 손자와 아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니 아닌 게 아니라 할아버지·아들·손자 3대가 완전히 닮은 얼굴이다. 얼굴뿐만 아니라 체형·피부색깔·목소리 톤까지 다 똑같단다. 할아버지 표현대로 ‘징그럽게도’

 

“씩씩한 장군감 사주(四柱)로 타고난 손자입니다.” “그런가요. 그게 아기 사주에 다 나오나요. 정말 신기하네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재미있어했다. 그러면서도 표정이 복합적이었다. 그에 따르면 얼굴 등 아기 외모가 자신을 너무 닮아 본능적으로 반가운 생각부터 들긴 했다. 그런 반면, 오랜 장군 집안의 내력상 힘세고 당당한 아기가 태어난 것은 당연하다는 느낌, 그리고 다른 아기들처럼 희고 예쁘지 않고 피부색이 시커멓고 얼굴도 옛날 머슴처럼 못생긴 아이여서 걱정스럽다는 생각 등이 함께 떠올랐다는 것.

 

자연의 섭리라고 해야 할까. 혈연에 따른 생물학적 사건(?)이라고 해야 할까. 할아버지·아들·손자 3대가 얼굴과 사주가 쏙 빼닮은 경우로 태어나는 것은 수학적 확률을 따진다면 도저히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유전적 요인이 자손에게 끈끈하게 전해져 이처럼 닮은 가족이 된 것이다. 가문의 핏줄은 수학적 확률을 훨씬 뛰어넘는다. 3대가 붕어빵인 가족이 된다는 것은 수학적 확률로 1000분의 1이나 된다. 도대체 무슨 얘기일까. 역리학(易理學)적으로 어떤 명쾌한 설명이 가능할까.

 

ⓒ시사저널 자료사진

 

우선 사주팔자가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사주 여덟 글자는 세로쓰기, 즉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나간다. 제일 오른쪽 상단에 태어난 해의 천간을, 그 하단에 태어난 해의 지지를 쓴다. 그 왼쪽 상·하단에 태어난 달의 천간과 지지를, 태어난 날의 천간과 지지는 태어난 달의 왼쪽에 쓴다. 태어난 시의 천간과 지지는 태어난 날 왼쪽에 써 내려간다. 

 

사람이 태어난 날, 연월일시는 책력, 즉 만세력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바로 갑자(甲子) 을축(乙丑) 병인(丙寅)으로 시작해 계해(癸亥)로 끝나는 천문 셈법을 일컫는다. 년(年) 60개, 월(月) 60개, 일(日) 60개, 시(時) 60개가 갑자(甲子)부터 계해(癸亥)까지 각각 차례로 순환된다. 

 

천문역법 달력에 따르면, 오행(五行) 즉,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 순으로 10개의 천간이 순환된다. 10 천간 중 갑(甲)을(乙)은 양(陽)음(陰)이 다르지만 같은 목·나무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병(丙)정(丁)은 각각 양과 음인 화·불, 무(戊)기(己)는 토·흙이며, 경(庚)신(辛)은 금·쇠이다. 끝으로 임(壬)계(癸)는 수·물이다. 또한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 순으로 12개의 지지가 이어진다. 12지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의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인묘는 목 기운 강한 봄, 사오는 뜨거운 화 기운 강한 여름, 신유는 금 기운 강한 가을, 해자는 차가운 수 기운 강한 겨울이다. 그리고 각 계절 사이엔 토 오행이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진(辰)은 봄과 여름 사이의 토 오행이다. 이어 미는 여름과 가을 사이, 술은 가을과 겨울 사이, 축은 겨울과 봄 사이 환절기의 기운을 가리킨다. 

 

역학은 태양계의 우주적 움직임을 기록한 천문과학이다. 120년 주기로 북극성 주위 천도(天道)라는 궤도를 돌고 있는 태양계는 목·화·토·금·수 순으로 기운을 받는다. 60년이면 반환점이 된다. 이를 토대로 한 천문역법 달력이 BC 2757년 경 만주에서 동이족의 조상인 대요(大堯) 임금 등이 동짓달 동짓날 자정에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동짓달 동짓날 자정에 태양계가 북극성으로부터 목 기운을 받는 것으로 확인하고 이를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로 기록했다. 그 후 60년이 흐르면 태양계가 계해년 계해월 계해일 계해시가 되면서 반환점에 이르고 다시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로 이어진다. 사람은 태어나 60년이 지나면 환갑이 된다. 사람은 어머니 뱃속에서 태식(胎息)을 하다 자궁을 나와 처음 흉식(胸息) 호흡을 시작할 때 북두칠성 쪽에서 그 시점에 해당되는 오행의 기운을 받는다. 이에 따라 사람이 태어난 생년월일시는 한 인간이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어떤 기운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운세 비밀 코드이다. 

 

동양철학에서는 태어난 날이 사주의 기준이 된다. 태어난 날, 즉 일간(日干)이 사주풀이의 중심이며, ‘나(我)’이다. 여기서 일간이 동일한 사람끼리라면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예컨대 일간이 경(庚)금(金)이라면 성격도 금(金)처럼 똑같다. 경금의 캐릭터는 연마되지 않는 거대한 무쇠를 말한다. 의(義)를 중요시하며 기세가 용감하고 강왕하다. 결단력이 있어 맺고 끊음이 분명하다. 남과 타협할 줄 모르고 자기 주장이 강한 영웅호걸과 같은 기질이 있다. 솔직하며 의지가 강해 한 번 싫으면 두 번 다시 상대하지 않는다. 

 

금은 쇳덩이를 녹이고 두드려 칼을 만들 듯 인내와 시련을 극복한 뒤에야 비로로 빛을 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빛이 나는 존재이므로 자아도취 내지는 자기과시 경행이 강하다. 쇠나 칼은 다른 쇠나 칼과 힘을 겨뤄 부러져 나뒹굴더라도 굽히지 않는다. 그래서 금 일간 역사상 독불장군으로 살다간 무인도 많고 야심만만한 성정과 강인한 도전정신으로 만난사선을 극복하고 임금 자리에 오른 중국의 영웅들이 있다.   

 

앞서 말한 할아버지는 태어난 날이 경오(庚午)였고, 아들은 경술(庚戌), 손자는 경신(庚申)이었다. 지지는 각각 달랐다. 하지만 일간이 경(庚)금(金)으로 똑같다. 아닌 게 아니라 훌륭한 장군 집안이었다. 즉 신라 무장 장보고 장군의 동지 정년(鄭年)의 후손이었다. 장보고와 함께 당나라와 신라, 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을 장악한 특출한 무인이 먼 조상이었다. 당시 장보고와 정년은 동향 친구 사이이자 경쟁자로 용맹하고 씩씩해 말을 타고 창을 쓰는 데 이들을 당할 자가 없었다. 

 

장보고는 당나라 해적이 신라인을 노략해 죽이거나 노비로 사고파는 행위가 빈번히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직접 보고해 신라 조정의 특명을 받아 오늘날의 완도인 청해에 진영을 설치해 1만 명의 병사로 병사들을 지휘해 해적을 소탕하고 서남부 해안의 해상권을 장악했다. 용감무쌍하고 정의감이 대단했으며 특히 바다 수영에 능했다. 정년은 장보고와 함께 당나라에 건너가 무령군소장이 돼 무예로 이름을 떨치다가 귀국해 장보고와 함께 활약했다. 

 

838년(민애왕 1) 장보고의 군사 5000을 거느리고 아찬 김우징(金祐徵:神武王)을 도와 관군을 무찌르고 그를 왕으로 세우는 데 공을 세웠으며, 장보고의 뒤를 이어 청해진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짐작컨대 정년은 이들 붕어빵 3대와 외모가 비슷했을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도 키가 크고 목소리도 우렁찼기 때문이다. 강하고 힘센 무인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타고 난 3대였다. 그런데 계산해 보자. 수학적으로는 대단히 접하기 힘든 확률이다. 3대가 모두 경금 일간으로 태어날 확률은 1000분의 1이다. 즉 (10분의 1) × (10분의 1) × (10분의 1) = (1000분의 1)이니까.  

 

필자는 이런 붕어빵 가족을 한 달만 해도 여럿을 만난다. 최근에는 아기가 신묘(辛卯) 일주생이었는데 아빠 사주는 경진(庚辰) 일주였지만 외모와 분위기가 똑 같았다. 필자가 신생아이름 전달에 앞서 아기가 타고난 사주를 설명해주자 웃음을 터뜨렸다. 아기의 생래적인 성정(性情)을 듣고는 자신과 똑 같다며 참으로 기막혀 한 아기 아빠였다. 

 

또 다른 아빠는 병자(丙子) 일주였고 신생아는 병진(丙辰) 일주였는데 얼굴생김새가 완전히 ‘붕어빵’이었다. 대뜸 “아기가 아빠를 쏙 빼닮았죠?”라고 필자가 묻자 깜짝 놀란다. 그 뿐이 아니다. 형제 남매간에도 마찬가지로 놀라운 경우를 접한다. 첫 아이가 무진(戊辰), 둘째 아이가 기미(己未), 막내 아이가 기유(己酉) 일생이었다. 사주 중 태어난 날을 의미하는 일주(日柱)의 간지(干支)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일간이 모두 같은 토 오행이었다. 

 

그래서인지 세 남매는 얼굴도 성격도 모두 누가 봐도 3남매라고 알 수 있을 만큼 닮은꼴이었다. 성품도 토 오행 일주의 성격 바로 그대로. 3남매는 하나같이 정직하고 끈기가 있으며 말이 많지 않고 과묵했다. 또한 모나지 않은 성품에 약속을 꼭 지키려는 보수성이 다 같았을 뿐 아니라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며 다소 내성적이며 소극적인 면도 신기하게도 ‘따로 똑같이’였다. 

 

역시 수학적 확률로는 얘기가 안 돼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결국 가문의 핏줄이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이어지는 우주자연의 섭리라는 말 외에 더 이상 설명할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우리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이 있다. 콩 심은 데는 팥이 나지 않고 콩이 나며, 팥 심은 데는 콩이 나지 않고 팥이 난다. 아무튼 유전(遺傳)의 생물학적 의미가 정말로 신기하기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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