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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변명의 틀’에 갇힌 원안위

전문가들 “불필요한 용어·숫자·단위 사용···전문성 의심스럽다”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8.31(Fri)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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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8월24일 라돈 침대에 사용한 방사성물질 모나자이트의 방사능 농도가 처음에 알려진 것보다 24배나 높은 고농도라고 보도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농도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 입장을 접한 전문가들은 원안위의 전문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수입 당시 모나자이트의 방사능 농도가 11.1Bq(베크렐)/g로 기록됐지만 2015년 실태 조사한 결과에서는 270Bq/g로 측정됐다. 

 

원안위는 즉각 해명자료를 만들어 충남 당진시에 제공했다. 당진의 임시야적장엔 라돈 침대 매트리스 수만 개가 쌓여 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그 문건에는 '모나자이트에 천연방사성핵종인 토륨이 8~300Bq/g의 농도 범위다. 고농도 값이라고 보도된 270Bq/g은 자연상태에서 확인되는 수준의 농도 범위 값이다. 따라서 수입해 매트리스에 사용한 모나자이트의 방사능 농도는 270Bq/g이므로 고농도로 보기 어렵다'라고 적혀있다. 이와 관련, 원안위 관계자는 "270Bq/g은 자연상태 농도값의 범위에 드는 것이 팩트(사실)를 적시한 것"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천연' 또는 '자연'이라는 말을 교묘하게 사용해 국민에게 혼란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농도라는 것은 '자연상태로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원안위는 자연상태에서 측정되는 정도의 수준임을 강조한다. 이는 별문제가 아니라는 오해를 충분히 불러일으킬 만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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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원안위는 문건에서 '모나자이트를 제품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희석해서 사용했으므로 대진침대 결함 매트리스의 농도 분석 결과는 1~4Bq/g'이라고 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270Bq/g 농도의 모나자이트를 희석했으므로 해당 매트리스에서 1~4Bq/g이 측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은 '희석'이라는 용어다. 모나자이트를 희석한다면 모래를 섞는 것을 의미하는데, 업체가 모나자이트에 모래를 섞어 사용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런 애매한 변명의 틀에 원안위가 스스로 갇혔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희석이라는 말로 마치 인체에 무해한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모래를 섞어 희석했다고 쳐도 모나자이트의 방사성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며 "270Bq/g이란 방사성물질 1g에서 270Bq이 측정된다는 얘기다. 만일 매트리스에 100g을 사용했다면 2만7000Bq/g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원안위의 설명엔 심각한 오류가 있다. 원안위는 모나자이트를 침대에 넓게 뿌리고 일부분만 측정해 1~4Bq/g이라고 했다. 이는 밀도가 아니라 단순방출량일 뿐이다. 즉 원안위는 밀도와 단순방출량을 혼동하는 등 전문성이 의심스럽다. 국민이 염려하는 것은 실제 인체에 유해 정도다. 따라서 원안위는 복잡한 수치나 용어 사용으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밀도에 사용량을 곱한 피폭량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으로 의료용을 제외한 방사성물질은 피하라는 게 상식이다. 피폭량이 얼마든 방사성물질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방사성물질을 침대 매트리스 등 생활용품에 사용했다. 원안위는 이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모나자이트 사용 중지를 명령하거나 이를 사용한 제품을 조사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의 모나자이트를 수입한 업체에 사용 인가를 내줬고, 대진침대 매트리스 제조 업체에도 올 3월 사용 신청을 인가했다. 원안위는 합법적인 방사능 생활용품의 탄생을 방조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 원안위는 관리 소홀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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