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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없는 청와대가 교육 주도, 장관은 허수아비”

[인터뷰] ‘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 지킴이 국민행동’ 시작한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8.31(Fri) 14:00:00 | 1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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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부에 촛불을 들어야 하다니 애석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쏟아낸 그의 말엔 절망이 섞였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대표는 정시 수능 확대를 포함한 교육부의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을 “미래 대신 과거를 택한 ‘퇴행적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 주체가 문재인 정부였기에 실망감은 더욱 컸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으로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내걸었다. 이번에 연기된 고교학점제도 대통령의 1호 교육공약이다. 송 대표를 비롯한 진보 교육계엔 하나하나 단비 같은 약속이었다.

 

지금 송 대표는 “배신감에 참담하다”고 토로한다. 학교 현장에서 수업 혁신과 미래 교육을 고민하던 교사들의 열의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차갑게 지적한다. 교육부 장관 한 명 바꾼다고 곧장 다시 기대를 걸 만한 상황도 아니라 말한다. 

 

8월30일 서울 용산구 사걱세 사무실에서 만난 송 대표는 여러 시민단체와 연합해 구성한 ‘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 지킴이 국민행동’을 출범한 직후였다. “국가 권력에 저항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이전에 했던 약속을 잘 지켜 달라 말하려는 것”이라며 그는 촛불을 들 준비에 나서고 있었다. 때마침 인터뷰가 있던 이날 정부는 교육정책 수장인 교육부총리를 전격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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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공론화위원회 결과를 받아 수능을 확대한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 전반의 과정을 어떻게 보나.

 

“공론화는 대입 제도만 갖고 해선 안 됐다. 적어도 그 결정으로 인해 기존의 무수한 교육정책들이 어떻게 뒤집히고 수정될 수밖에 없는지 시민들에게 전부 제시하고 종합적 판단을 물어야 했다. 이 문제는 공론화 결과에 따라 그와 관련돼 있던 정부의 기존 교육정책들이 전부 영향을 받게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나치게 단편적이고 분절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국가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무책임한 일이다.”

 

공론화에서 시민들 결정은 어쨌든 수능 확대로 기울었다.

 

“그동안 경시대회·소논문 등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교과영역에 대한 부담이 심하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 ‘금수저 전형’이란 비판도 많았다. 때문에 ‘이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수능 확대를 주장한다’는 게 정확한 국민의 뜻이었을 거다. 그런데 학종을 먼저 개선하려 하지 않고 단순히 수능을 확대하자는 건 집단지성이 제대로 발휘된 결론이라 볼 수 없다. 정시 확대의 원인 제공자인 학종 비교과영역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학생·학부모들은 이 부분의 고통을 계속 호소할 거고, 정시 수능을 확대하라는 주장은 계속될 거다.”

 

정시 확대가 왜 문제인가.

 

“2022 개편안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2013년 당시 아이들을 문·이과로 나누고 수능을 치르게 하는 방식은 더 이상 미래적이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그래서 나온 게 ‘2015년 개정교육과정’이었다. 정답 찾기 문제풀이 위주가 아닌 학생 중심 수업을 진행해 융합적·협력적 사고를 가진 인재를 키우는 ‘수업 방식’이 여기 담겼다. 뻔한 미사여구도, 선택의 문제도 아닌 불가피한 세계적 흐름이었다. 

 

다음으로 이 교육과정에 호응하는 새 평가 제도를 만들어야 했다. 상대평가라는 경쟁 방식으로 아이들의 협력적 사고를 평가한다는 건 모순 아닌가. 당연히 절대평가로 가야 했고 5지선다 수능 제도도 바뀌는 게 맞다. 이번 2022 개편안에도 이걸 담아야 했다. 교육부는 이번 결정이 지난 고민을 모두 뒤엎는 일임을 알고 있었다. 기존의 약속을 어긴 책임을 피하려 국민을 동원해 공론화를 진행한 거다.” 

 

교육부는 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나. 

 

“교육부가 이런 문제를 알고도 추진한 건 결국 청와대의 뜻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비서들이 ‘공정성이 최고다’ ‘옛날 학력고사가 가장 공정하다’ ‘그 덕에 이렇게 개천에서 용 날 수 있었다’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한 거다. 이들은 교육에 전문적이지 않다. 1995년 학력고사에서 수능제도로 바뀌고, 그 후 쭉 변혁을 거쳐 온 과정을 모른다. 김상곤 장관이라도 2015년 개정교육과정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이를 뒤집을 수 없다며 중심을 잡고 추진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애석한 일이다.”

 

경기도교육감 시절 혁신학교를 추진하고 그 효과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사람이 바로 김상곤 장관인데.

 

“정치인이 됐으니까 힘센 이해관계자 요구를 수동적으로 따르게 된 거다. 2015년 개정교육과정도 김상곤 장관이 교육감 시절 경기도에서 시작한 혁신학교를 전국적으로 가능하게 하자는 게 요지였다. 당시 경기도 혁신학교는 붐이었다. 부모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길래 아이들이 학교를 이렇게 좋아하느냐’며 그 주변으로 이사 오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역대 교육과정 개편 중 이만큼 진실성 있고 미래지향적인 건 없었다. 이걸 지켰어야 했다. 이게 뭔지 국민들이 잘 모르면 국가가, 교육부가 잘 소개해야 했다. 그런 거 전혀 없었다.” 

 

새 장관은 기대해 볼 만한가.

 

“사실 기대가 없다. 아이들에게 짐을 지우려는 세력과 싸워야 하는데 우려스럽다. 중요한 것은 장관이 아니라 청와대이기 때문이다. 새 장관이 와도 오더는 미래 교육의 방향에 대해 식견이 없는 청와대로부터 내려올 거다. 교육부 관료들이 보고서 가지고 청와대 가면 빨간 줄 그어져 다시 내려오고, 장관이 허수아비니 청와대 말 듣게 되고, 이렇게 돼 버린 상태다.”

 

 

“공약대로 하면 된다, 공약대로만…”

 

현 정부에 대해 기대가 컸을 텐데.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고교학점제 등을 주장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도 있었고.

 

“그렇다. 이 정부는 촛불정부였고, 또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을 지킬 분이라고 믿었으니까. 배신당한 기분이고 매우 충격적이다. 대통령의 당시 진심을 의심하진 않지만, 그 공약들이 이 정도의 의미 있는 사안이라는 걸 몰랐을 거라 생각한다. 청와대에 교육수석만이라도 있었으면 지난 교육계 변화 흐름을 이해하고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었을 텐데….”

 

학교 현장도 이번 결정으로 다소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 

 

“많이 흔들릴 거다. 그러나 정책이 한번 퇴행됐다고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우리 교육에 더욱 심각한 데미지를 주는 일이다. 그래서 대통령 교육공약 지킴이 국민행동도 막 시작했고 앞으로 교육 방향이 다시 바로잡힐 때까지 계속 시민들에게 알리고 싸울 예정이다.” 

 

국민행동에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일단 인적 청산이 먼저다. 김상곤 장관은 경질됐지만, 김수현 사회수석도 경질하고 교육수석을 신설하는 청와대 청원을 시작하려 한다. 촛불도 들 예정이다. 그냥 ‘공약 하나 바꿀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해 버리기엔 우린 너무나 소중한 걸 잃었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알리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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