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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핵 협상 카드로 주한미군 감축 못 쓴다”

[양욱의 안보 브리핑] 美 2019 존 매케인 국방수권법, 북·중·러 연합 ‘정조준’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4(Tue) 08:00:00 | 1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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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철저한 법치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입법부가 행정부에 대한 예산 통제를 함에 있어서도 법률에 의거해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연방 예산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예산안을 만드는 곳이 행정부가 아니라 입법부라는 점이다. 행정부가 예산요청안(Budget Request)을 만들어 2월초까지 제출하면 이를 참조, 연방의회가 실제 예산안을 만든다. 이것이 초안 성격의 예산결의안(Budget Resolution)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예산결의안은 4월15일까진 통과돼야 한다. 


그리고 예산결의안이 나오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마를 쓸지를 결정하고 승인하는 과정이 있다. 상·하원은 분야별로 12개의 소위원회를 나누어 관련 분야 정부부처의 수장을 불러 조목조목 얼마가 왜 필요한지 천천히 검토한다. 청문회를 마치고 세부내역 산정이 끝나면 그 내용을 법제화해 지출승인법을 만든다. 


이런 지출승인법은 각 분야마다 존재한다. 예를 들어 국무부는 국무수권법, 국방부는 국방수권법이 존재한다. 국방수권법은 1년짜리 한시법이지만, 매년 만들어짐으로써 1년 주기로 검증을 반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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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방수권법에 故 매케인 의원 이름 붙어 


이러한 국방수권법은 미국의 국방정책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위원회에서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중요성이 일일이 확인되므로 의원들은 쉴 틈이 없다. 미 연방의회는 우리나라처럼 국정감사 때만 일하는 시늉만 하고 끝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의 흐름과 세부를 소상히 알고 있다. 연방 상·하원의 국방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국방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셈이다. 이렇게 의회까지 포함해야 진정한 문민통제가 가능해진다. 


이번 국방수권법에는 ‘존 매케인 국방수권법’이란 이름이 붙었다. 매케인은 배리 골드워터 의원에게 자리를 물려받아 1987년부터 상원의원으로 재직했던 거물급 정치인이다. 뇌종양 판정을 받은 후 1년 넘게 투병생활을 이어오다 최근 타계했다. 매케인은 2015년부터는 미 상원 군사위원장을 맡아왔다. 타계 전까지 매케인은 미국 연방의원 가운데 경륜과 전문성이 가장 높았다.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서 미 의회는 모두 7170억 달러의 예산을 국방부에 할당했다. 작년에 비해 2.4% 정도 인상된 셈이다. 그러나 이미 작년 국방예산이 재작년에 비해 16.3% 증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행정부 들어 급격하게 국방예산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에 약 89%인 6390억 달러가 국방 기본예산이며, 10%인 690억 달러는 해외파병 예산, 그리고 나머지 1%인 89억 달러가 기타 국방활동 예산으로 책정됐다. 


이렇게 막대한 국방예산이 지출되고 있는 것은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확고한 미군 재건 의지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며 러시아·중국·북한·이란 등 국제안보질서에 도전하는 국가들에 대한 대응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기존의 전력을 현대화하며 특히 오바마 행정부 시절 도외시했던 핵무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안 세부를 보면 특히 중국에 대한 제재가 눈에 띈다. 우선 중국 견제를 위한 큰 그림을 국방부 장관이 그리도록 했다. 세부적으로 인도-태평양전략을 구체화하는 5개년 계획을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특히 인도를 국방 파트너로 격상시켜 중국의 견제를 본격화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또한 미국 주도의 세계 최대 국제해군훈련인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중국이 참가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했다. 아울러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에 대한 군사지원과 군사교류를 확대하도록 명시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위협행위를 보고서로 정리해 제출토록 한 것도 주목받는다. 기존 국방수권법에서 요구해 오던 중국 국방력 연례보고서에 중국의 미국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명시하도록 한 것도 주목받는다. 또한 중국 교육부가 중국어 교육을 위해 미국 대학 내 설립한 ‘공자학원’에 국방예산이 사용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심지어 화웨이나 ZTE 같은 중국 전자제품의 사용까지 금지했다. 한마디로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 2만2000명 이하로 못 줄여


러시아에 대한 태도도 준엄하다. 미 의회는 러시아의 의도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무력화하고 유럽과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응 차원에서 트럼프는 유럽 억제 이니셔티브를 시작해 미군의 유럽 주둔 병력을 증원하려 하고 있다. 미 의회는 여기에 63억 달러를 배정했다. 이 돈은 러시아의 사이버 및 정보전에 대응하는 능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중동에서 최대 위협은 역시 이란이다. 내전 중인 시리아와 예멘은 이란에 대한 억제의 한 축이다. 중동 주둔 병력을 증강하고 포드급 신형 항모를 조속히 개발, 걸프 지역의 항모 부재에 대응할 것을 독려했다. 이란에 대한 방어역량을 강화하도록 하면서 미사일 방어협력을 지역 차원에서 증대할 것도 주문했다. 


북한에 대한 태도에도 변함이 없다. 북핵이 여전히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판단하고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가 여전히 미국의 주요한 외교정책임을 확인했다. 핵동결에서 만족하지 못하도록 못 박은 것이다. 


이와 함께 국방수권법 발효 후 60일 이내에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핵능력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법안에 명시했다. 보고서에는 북핵 개발 및 시험평가, 생산시설은 물론이고 핵무기 운용기지까지 명시하도록 했다. 여기에 생물학무기나 화학무기 등 다른 대량살상무기 현황도 보고하도록 했다. 만약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시작되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폐기에 관한 사항을 180일 이내에 꾸준히 업데이트하도록 명시했다. 한마디로 비핵화 과정을 의회가 강도 높게 챙기겠다는 말이다.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안보동맹국에 대한 방어의지도 여러 차례 명시했다. 특히 주한미군의 병력 수를 2만2000명 이하로 줄이는 데 국방예산을 쓸 수 없도록 규정했다. 만에 하나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병력감축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만 이러한 감축 조치가 한국이나 일본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국방부 장관이 양국과 협의했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국방수권법은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예산을 대부분 허용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법률과 예산으로 행정부를 조종하면서 문민통제를 실현하는 미 의회의 전문성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거망동을 막는 중요한 방파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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