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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살해’ 가장은 왜 자녀들을 죽였나

경제적 문제로 막다른 길에 몰리자 극단적 선택…명백한 살인행위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4(Tue) 10:57:33 | 1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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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가장이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후 자신도 자해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결국 살아남은 가장은 아내와 자식들을 죽인 살인자가 돼 처벌이 불가피하다. 그는 왜 사랑하는 가족을 죽인 것일까. 

 

A씨(42)는 충북 옥천읍 한 아파트에서 아내 B씨(39), 세 딸 B양(10), C양(9), D양(8)과 함께 살았다. 8월25일 B씨의 여동생은 언니와 만나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날 B씨는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았고, 휴대전화 연락도 되지 않았다.

 

오후 1시53분쯤 B씨의 여동생은 언니의 아파트에 찾아갔다가 참혹한 광경을 목격했다. 언니와 조카들이 모두 숨져 있었고, 시신은 이불로 덮여 있었다. 형부 A씨는 양쪽 팔목과 복부에서 피를 흘리며 안방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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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가장이 아내와 세 딸 살해

 

B씨의 여동생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119구급대가 아파트로 출동했을 때 A씨 아내는 안방 침대에서, 세 딸은 작은방에서 각각 이불을 덮은 채 누운 상태로 숨져 있었다. 입가에는 거품 흔적이 있었다. A씨는 대전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건강이 회복돼 살인혐의로 체포됐다. 

 

A씨에 따르면, 모든 비극의 원인은 감당할 수 없게 된 빚이었다. 검도 공인 6단인 그는 옥천에서 10여 년 동안 검도관을 운영했다. 한때 관원이 많을 때는 80명 정도를 웃돌았다. 검도관 운영이 잘되면서 A씨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그는 은행 대출금을 끼고 39평형대 아파트를 구입했다. 대전의 한 원룸에 투자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검도관 관원들이 줄어들면서 돈에 쪼들리기 시작했다. A씨는 아파트 담보대출을 늘리면서 금융권에서 돈을 끌어들였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에는 시세와 차이가 없는 2억5000만원의 제2금융권 근저당이 설정됐다. 여기에다 원룸 투자도 실패로 끝나 A씨는 빚더미에 앉고 말았다. 갚아야 할 빚이 7억원대에 달했다. 금융권 이자를 갚기 위해 사채까지 끌어다 쓰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한 달에 갚아야 할 이자만 해도 400만~500만원 정도였다. 검도관 운영으로 얻는 수입으로는 이자를 갚기에도 버거웠다. A씨는 계속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체육관 관원 중 대학생 3명의 명의를 빌려 대출을 받았고, 이것이 학생과 부모에게 알려지면서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A씨에게는 더 이상 돈이 나올 곳도, 손을 벌릴 곳도 없었다. 하루하루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막다른 길에 몰렸다. 평소 자신을 믿고 따르던 관원한테마저 빚쟁이로 몰리면서 더는 버틸 방법이 없었다. 8월21일부터는 검도관 문을 열지 않으면서 사실상 폐업에 들어갔다. 그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가족과 함께 죽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위해 옥천의 한 약국에서 수면제를 구입했다. 8월24일 오후 아내와 세 딸에게 수면제 성분이 든 약을 먹게 했다. 가족이 잠들자 A씨는 차례차례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리고 자신도 죽기 위해 흉기로 복부를 찌르고 손목도 그었다. 하지만 처제에게 발견되면서 A씨는 살아남았다. 발견 당시 그는 과다 출혈로 의식이 희미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서도 “가족들을 부탁한다. 사람들이 잘 안 보이는 곳에 묻어 달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A씨는 성실한 가장이었고 검도관에서는 엄격하면서도 정 많은 관장이었다. 술·담배를 전혀 하지 않았고, 오로지 가족과 운동에만 전념했다. 세 딸을 끔찍하게 아껴 퇴근 뒤에는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끝없이 불어난 빚은 가족의 비극적 파멸을 부르고 말았다. A씨는 경찰에서 “수년 전 진 빚이 수억원이나 돼 독촉에 시달렸다”며 “혼자 죽으려고 했으나 남은 가족이 멸시받을 것 같아 함께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가족을 죽이고, 자신은 살인자로 처벌받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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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로 생각

 

자신의 부모나 자녀를 죽이는 것을 법률 용어로 ‘친족살해’라고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친족살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법률적으로 자신의 부모와 조부는 ‘존속’, 자녀는 ‘비속’으로 분류한다. 

 

자신의 배우자나 자기와 같은 항렬에 있는 형제자매 등은 존속도 비속도 아니다. 다수 언론들은 ‘존속’과 ‘비속’을 살해한 경우를 ‘존속살해’라고 명명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틀린 해석이다. 요즘에는 ‘가족’의 범위가 다양화하고 있어 존속과 비속 그리고 형제 또는 자매를 통틀어 ‘친족’으로 명명하기도 한다.  

 

이번 옥천 사건과 같이 부모가 자식을 죽인 비속살해의 경우 범행 원인은 가정불화, 경제 문제, 정신질환 순으로 많다. 자식을 죽인 부모들의 연령은 30~40대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피해 자녀의 연령은 절반이 넘는 59%가 0~9세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10~19세 순이었는데, 부모에게 대항하기 어려운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경우는 동반자살을 위한 것이다. 실제 가해 부모 10명 중 4명은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아내와 어린 자식들까지 살해한 후 자살한 행위는 동정받을 수가 없다. 

 

이번 옥천 사건의 경우처럼 A씨가 비록 가장이기는 하나 아내와 자녀의 목숨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즉 내 자식의 목숨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비극의 악순환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린 자녀들은 세상과 이별의 시간을 갖지도 못하고,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죽어갔던 것이다. 

 

그렇다면 ‘친족살해범’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현행법상 존속살해죄는 보통 살인보다 형을 가중해 처벌하고 있다. 실제 형법 제250조 2항은 직계존속을 살해할 경우 사형이나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법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똑같은 친족살해인데, 부모를 살해한 자식은 가중처벌하고, 자식을 죽인 부모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됐다. 가중처벌해서 형량을 높이는 것이 자식 살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인지는 찬반 논란이 있지만, ‘법의 형평성’을 벗어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2015년 1월6일 서울 서초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식 투자에 실패하고 우울증을 앓던 40대 가장이 아내(44)와 중학생 큰딸(14), 초등학생 작은딸(8)을 살해했다. 이른바 ‘서초동 세 모녀 사건’이다. 범인 강아무개씨는 명문대 출신으로 강남의 중산층 가장이었다. 

 

11억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와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아파트를 담보로 시중은행에서 5억원을 빌려 아내에게 매월 400만원의 생활비를 주고 나머지는 주식투자를 했다. 하지만 2억7000만원의 손해를 입자 아내와 자녀들을 살해했다. 그는 자신도 죽겠다고 잠적했으나 경북 문경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강씨의 경우에는 옥천의 A씨와는 달리 극단적 상황에 몰렸다기보다는 강남의 중산층 생활이 어려워지자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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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경찰에서 “내가 죽고 나면 남은 가족들이 멸시받을 것 같았다. 경제적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아 함께 죽으려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살인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검찰은 강씨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1심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강씨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2심도 원심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강씨를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로 생각했지만 강씨는 오랜 기간 범행 계획을 구상했다”며 “혼자만의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들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았다”고 밝혔다. 

 

두 자녀의 어머니인 이아무개씨(35)는 생활고를 견기지 못하고 2014년 4월 7살과 3살 된 자녀를 살해했다. 이씨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해 혼자 살아남았다. 그는 범행동기에 대해 “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불행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그랬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살인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어머니로서 누구보다 아이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양육할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데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아이들의 목을 졸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사회적 공분과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2013년 이른바 ‘포천자매 살인 사건’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이아무개씨 부부는 1억3000여만원의 빚을 지게 됐고 감당이 안 되자 가족 모두 죽기로 마음먹었다. 부부는 10살, 12살 된 딸을 두고 있었다. 

 

부부는 2011년 2월 한 민박집에서 아이들을 재우고 미리 사둔 번개탄 3장을 피웠다. 아이들을 죽인 뒤 자신들도 따라 죽으려 했지만 가스 냄새를 맡은 딸이 잠에서 깨어나자 범행을 중단했다. 이씨 부부는 얼마 후 승용차에 번개탄을 피워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이번에도 유독가스를 맡은 아이들이 신음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하자 부부는 딸들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부부는 아이들 시신을 승용차에 태우고 70m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아이들 시신만 차창 밖으로 튕겨나가고 부부는 살았다. 그 뒤 몇 차례 더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들의 범행은 10개월 후 등산객이 아이들의 유골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부부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전국 각지에서 도피생활을 하다 검거됐다. 법원은 부부에게 각각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허술한 사회안전망도 비속살해 부추겨

 

친족살해나 비속살해가 꼭 가정만의 문제일까. 전문가들은 사회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비속살해의 경우 우리 사회 복지 시스템의 현주소다. 부모 없이 자녀가 혼자 남았을 때 다른 가족이나 복지제도가 남겨진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허술한 사회안전망도 비속살해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친족살해나 비속살해는 가정의 붕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공분하기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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