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신 전남개발公 사장 후보자, 도덕성 집중포화에 ‘진땀’
  • 전남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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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일 줄 몰랐다” 전남도의회 인사청문회…보은인사·부인 양도세 탈루 의혹 등 제기

‘쉽게 넘어갈 것 같았던’ 김철신 전남개발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정실·보은인사 논란과 부인 양도세 탈루 의혹 등의 지적에 진땀을 뺐다. 민선 7기 전남도의 첫 인사청문회이자 4선 도의원 출신인 만큼 무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막상 청문회에 들어가니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전남도의회는 5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사전 내정설과 정실·보은인사, 부인의 세금 탈루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날 청문회는 초반부터 청문위원들의 강도 높은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김 후보자에 대한 사전 내정설과 정실·보은인사 논란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날 문행주· 정옥님 위원은 잇따라 김 후보자에 대해 캠프, 보은인사를 지적했다. 문 위원은 “전남지사 캠프 핵심인사로 공모전 내정설이 나왔다. 전문성이 있는 사장이 와야 하는데 김 후보자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도 “7월27일 사장 공모전에 내정설이 언론에 공개됐다”면서 “보은인사, 정실인사 지적이 제기됐다”고 꼬집었다.   

 

김철신 전남개발공사 사장 후보자가 5일 오전 도의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전남도의회

 

 

이에 김 내정자는 “저 역시 마음 편하지 않았다. 당연히 선거에 도움을 준 주변사람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도의회 추천 3명 등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가 정실인사를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 하지만, (제가) 성적이 좋았다”고 에둘러 객관적 심사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인이 양도소득세 탈루 부당이득 챙겨” vs “편법, 불법 있을땐 그만두겠다” 

 

부인의 양도소득세 탈루, 건강보험료 납부 회피 의혹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사순문 위원은 주택임대사업을 하는 김 후보자 부인의 부동산 거래를 추궁하며 “양도소득세 탈루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 위원은 “후보자의 배우자가 2010~18년 부동산 양도가 14건이었다. 일부는 매입 때보다 싼 가격에 팔았고, 같은 단지에 있는 아파트인데도 한 곳은 250만원, 다른 곳은 34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며 다운계약서 작성 등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의 부인은 2007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모두 14건의 주택, 아파트, 토지 등 부동산 매매를 했다. 2009년 6000만원에 매입한 아파트는 2014년 5950만원에 매도했다. 6년을 보유하고 매입가보다 50만원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판 셈이다. 양도세를 내지 않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또 순천 조례동 주공 아파트의 경우 한 곳은 2008년 4600만원에 사들여 2017년 8400만원에 팔았지만 다른 곳은 2008년 5350만원에 사서 2015년 5600만원에 매도했다. 김 후보자는 답변에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재산관리는 각자 한다”고 전제한 뒤 “평수가 다른 것 아니냐, 다시 알아보고 알려 드리겠다”고 답변했다. 민병대 위원이 재차 부인의 편법, 불법 가능성 이야기를 꺼내자, 김 후보자는 “편법인 불법이 나오면 당장 그만 두겠다”고 밝혔다.   

 

민 위원은 또 “부인이 2009년 8월부터 직장가입자로 가입돼 1만4000원의 건강보험료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0만원 정도의 임금에 불과한 수준이다”며 “임대사업을 하면서 수익이 2700만원 가량이므로 20~30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정상적인 보험료 납부 회피를 위한 직장 취업 의혹을 제기했다.

 

 

전남개발공사, 후보자 재직 회사와 몰아주기 계약 의혹도

 

문행주 위원은 김 후보자가 대표로 있던 (주)호남스틸과 전남개발공사의 거래 실적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강관 제조업체인 호남스틸은 2014∼17년 전남개발공사와 5건에 걸쳐 모두 4억원 규모 계약을 했다. 전남개발공사의 같은 품목 구매 현황을 보면 호남스틸의 점유율은 31.2%로, 1위 업체(46.7%) 다음으로 높았다. 김 후보자는 2004년부터 이 회사 대표이사로 재직하다가 최근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의회 전경 ⓒ전남도의회 제공

 

 

 

4선 전남도의원과 의장, 전남체육회 상임부회장 등을 맡아온 만큼 거래 계약에 영향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것이 문 위원의 의심이다. 문 위원은 “(거래 실적이) 전남도와의 정치적 관계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전남개발공사 측과 개인적으로 전화하거나 만난 적이 전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김 후보자의 정책 능력보다는 도덕성 검증에 비중을 두는 분위기였다. 김 후보자 부인의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과 전남개발공사의 후보자 재직 회사와 몰아주기 계약 의혹이 제기된 건 전남도나 전남개발공사가 예상치 못한 당혹스러운 문제였다. 전남도 안팎에서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전남도청의 한 공무원은 “청문위원들이 부인 부동산 세금탈루 의혹과 의료보험금 납입 회피, 김 후보자 재직회사와 개발공사의 유착 의혹 등을 이렇게 꼬치꼬치 따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후보자 탈락에 따른 도정 수뇌부에게 미칠 여파를 고려해 그동안 언론에서 집중 제기됐던 사전 내정설과 보은인사 등만 생각했을 뿐 정작 김 후보자와 그 주변의 도덕성 등에 대해서 꼼꼼히 체크하는 것을 소홀히 했다는 뜻이다. 전남도가 인사청문회의 취지를 간과하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셈이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산하기관이나 도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전남도의회는 6일 오전 최종 의견을 나누고 7일 청문경과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후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김 지사의 선거캠프에서 본부장으로 활동한 경력으로 ‘보은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선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편 김 후보자는 순천 출신으로 전남도의회 4선 의원 및 의장, 전남도체육회 상임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최근까지 ㈜호남스틸 대표이사를 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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