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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에게 무슨 일이?

[이영종의 평양인사이트] 존칭 격하에 옷차림 수수해져…북한 내부 거부감 때문일 수도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7(Fri) 08:24:17 |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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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평양 권력 내부를 들여다보는 대북 정보 당국의 관측통들은 요즘 리설주 관련 첩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동안 ‘여사’라는 호칭까지 받아가며 최고권력자의 배우자로서 찬양받았지만 급작스레 힘이 빠지는 듯한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권력 핵심부에서 견제세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관측부터 김정은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란 말까지 나오면서 진짜 배경이 무엇인지를 둘러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상 움직임이 처음 포착된 건 7월말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를 통해서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정은의 강원도 지역 방문에 동반한 리설주를 언급하면서 ‘동지’란 호칭을 사용했다. 직전까지 ‘리설주 여사’로 깍듯하게 예우하던 것과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 사이에서는 “리설주가 여사에서 동지로 강등당했다”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북한 TV에 등장한 리설주의 옷차림이나 구두·핸드백 등이 수수한 컬러나 스타일로 바뀐 것도 이 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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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설주 여사’에서 ‘리설주 동지’로 격하

 

8월초 메기 양어장 방문 장면은 이런 리설주의 달라진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김정은을 따라 황해남도 삼천메기공장 현지지도에 나간 리설주는 무채색의 정장 바지 차림에 검은색 핸드백을 들고 있었다. 감색 인민복을 입은 노동당의 고위 관료나 군복 차림의 고위 인사들 속에서 튀지 않는 모양새였다. 양어장 수조 속의 메기가 물을 튀겨 리설주의 옷이 젖었지만 노동당과 군부의 간부 누구도 손을 대지 못했다. 결국 리설주는 손수건을 꺼내 스스로 물기를 닦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모습은 불과 6개월 전과 비교해 보면 분위기가 확 다르다. 2월8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 기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때 리설주는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군을 사열했다.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레드카펫을 함께 걸어가는 리설주에게 북한 관영매체들은 ‘리설주 여사’라고 호칭했다. 29살 퍼스트레이디에게 처음 여사라고 부른 것이다.

 

북한에서 여사 호칭은 매우 드물게 쓰인다. 평양에서 발간된 《조선말대사전》(2006년, 사회과학출판사)은 ‘사회·정치적 활동에 참가하는 여성 활동가를 높여 이르는 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김정은의 할머니)에게 여사 호칭을 쓰는 등 몇몇 사례에 불과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집권하면서부터 ‘부인 리설주’를 공식화했다. 얼굴을 공개하고, 활발한 공개 활동에 동행시키는 등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를 두고 철저하게 감춰진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생모 고용희에 대한 김정은의 안타까움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28년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하며 2남1녀를 뒀지만 고용희는 철저하게 은둔을 강요받았고 공개 활동에 나설 수 없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가 함께 방북했지만 김정일은 혼자 나왔다. 

 

고용희가 2004년 프랑스 파리에서 유선암 치료 중 숨졌을 때도 비공개리에 시신을 평양으로 운구해 묘지를 조성할 정도였다. 대북 정보 당국 관계자는 2002년 8월 조선인민군출판사에서 고용희를 ‘존경하는 어머님’으로 찬양 선전하는 책이 나왔다는 첩보는 있지만 더 이상의 동향은 포착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고용희에 대해서도 아직 북한은 여사라는 호칭을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리설주에 대한 여사 호칭은 파격인 게 분명하다.

 

여사 호칭을 두고 북한 권력의 퍼스트레이디인 리설주의 국제 외교무대 진출을 앞둔 포석이란 분석이 많았다. 무엇보다 3월 김정은 위원장의 첫 방중 때 리설주는 북한 퍼스트레이디로는 이례적으로 동행했다. 리설주는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내인 펑리위안(彭麗媛)과 대화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북한 예술단 가수 시절 중국의 음악학교에서 유학한 적이 있어 간단한 수준의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달 이뤄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대북특사 파견 때도 리설주는 만찬장에 나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당시 리설주는 김정은 위원장을 “제 남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 “제가 금연하라고 늘 말하지만 (김정은이) 듣지 않는다”고 말해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여사라는 존칭을 얻게 된 리설주는 승승장구했다. 4월 중순 방북한 중국예술단의 첫 공연 때는 절정을 달렸다.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진행된 공연 소식을 전하는 북한 매체들은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라고 소개했다. 리설주에게 ‘존경하는’이란 수식어를 사용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김정은 위원장을 동반하지 않고 리설주가 독자적으로 공개 활동을 벌인 것도 초유의 일이었다. 이날 리설주의 옷차림은 핑크빛 정장이었다. 최룡해 당 부위원장을 비롯한 핵심 간부를 수행하고 행사장에 들어선 리설주는  중국 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영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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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설주 호칭 놓고 南南갈등 생기기도

 

리설주에 대한 여사 호칭 부여를 둘러싸고 남남갈등도 적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부는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사 호칭을 쓸 것임을 공언하기도 했다. 정상 간의 만남에 동반한 북측 최고지도자의 배우자를 부르는 데 여사 외에 마땅한 표현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정서상 무리한 호칭을 정부가 국민에게 강요하는 듯한 모습은 볼썽사납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리설주에게 여사 표현을 쓴 걸 두고 “남쪽에서 대통령 부인에게 쓰는 호칭인 데다 북한체제를 정상국가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부인을 동지로 부르는 건 예전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벌어진 우스꽝스러운 일이란 판단이 내려졌고, 세계 추세와 발맞추려는 김정은의 생각도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리설주에게 북한이 불과 6개월 만에 동지라는 호칭을 다시 붙이고 나옴으로써 그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권력 내 원로세력이나 파워엘리트 그룹에서 리설주에 대한 ‘존경하는 여사’ 호칭이 과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거나, 주민들의 반발이나 입소문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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