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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건 힘들고 불만은 쌓이고…사회 갈등에 지쳐가는 대한민국

[좌담회] 사회적 대타협 위한 ‘공론화위’에선 무슨 일이

김윤주 인턴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7(Fri) 11:00:00 |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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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회갈등 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9개국 중 7위(2016년 기준)로 매우 높은 반면, 사회갈등 관리지수는 27위로 바닥 수준이다. 해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OECD 회원국 평균과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한국의 사회적 갈등 수준이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실질 GDP는 0.2%포인트 올라가고, G7 평균 수준으로 오르면 실질 GDP는 0.3%포인트 올라갈 것이란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 얘기다.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갈등은 불가피하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급속도로 민주주의를 정착시켰지만,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점점 축적돼 왔다. 그 갈등은 비용을 수반했다. 한국 사회의 갈등 비용으로 연간 82조원에서 246조원이 든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도 있었다. 해묵은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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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 사회적 합의 위한 첫발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에서 묵혀놨던 갈등을 표면으로 꺼내 들었다. 원전과 대입교육, 한국 사회에서 논쟁이 치열했던 사안을 다루는 두 차례의 공론화가 있었다.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재개 문제를 공론화에 부치겠다고 했을 때도 대부분 반신반의하는 반응이었다. 전문가들도 합의를 보지 못한 문제를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컸다.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심도 있었다. 자칫 중우정치로 흐를 위험도 제기됐다. 아니나 다를까 결과 발표 후, 시민참여단의 ‘원전 축소’ 의견이 탈원전을 의미하느냐는 해석의 문제가 제기됐다. 하지만 당초 걱정과 달리 숙의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성숙한 시민의식에 거는 기대도 커졌다.

 

두 번째 실험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8월7일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이 발표되자 여론은 들끓었다. 사실상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현행 유지에 그쳤다는 비판이다. 서로 대척점에 있는 의제1과 의제2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 없이 1, 2위를 차지한 탓이 컸다. 애당초 고차방정식이라 불릴 만큼 복잡한 대입제도를 비전문가인 시민들의 선택에 맡긴 것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결국 첨예한 갈등을 공론화를 통해 해결할 순 없었던 걸까. 공론화 이후에도 찬반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공론화가 무의미했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의 만족도는 4점 중 3.24점으로 매우 높았다. 특히 공론화 과정에서 의견이 바뀐 시민의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높았다. 또 다음에 또 시민참여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도 7점 중 6.4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공론화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평가는 어떨까. 취재에 응한 박민주, 조경아 모더레이터(논의 과정에 참여한 시민들의 발언이 드러나지 않도록 가명 처리)는 두 차례 공론화위에 모두 참여했다. 2박3일의 숙의 과정에서 시민 10명으로 구성된 모둠의 분임토론을 진행했다. 이희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은 공론화위원으로 참가했다. 김상규 한국갈등해결센터 이사는 현장 진행요원으로 시민들의 숙의 과정을 지켜봤다. 각자 다른 위치에서 공론화 과정을 지켜본 이들이지만 공론화가 자체로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목소리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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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 시민들, 자발적 학습”

 

시민참여단은 성별·지역·연령대의 3가지 변수를 기준으로 총 500여 명이 선정됐다. 전문성은 고려되지 않았다. 공론화의 목적 자체가 일반 시민들의 생각을 묻는 데 있다는 공론화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비전문가가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조경아(조) : 나도 토론을 직접 보기 전까지 걱정을 했다. 미리 나눠준 자료를 다 봤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사전학습을 하지 않고 온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전문가 수준으로 알지는 못하더라도 사안에 대해 토론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박민주(박) : 시민참여단의 전문성은 중요하지 않다. 공부를 다들 많이 하셔서 오히려 모더레이터보다 아는 내용이 많을 때도 있었다.

 

조 : 합숙 장소에 와서도 토론을 계속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심지어 숙소에 가서도 서로 토론하는 분들도 있었다.

 

김상규(김) : 공론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상호학습이다. 전문가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결정하는 것도 있겠지만 각각의 이해도가 다른 사람들이 질문하고 확인하면서 학습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박 : 물론 이해도의 차이는 있었다. 원전 공론화 때는 의제가 2개여서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대입 때는 의제가 4개여서 어려움이 좀 있었겠다 싶었다. 모더레이터인 나도 이해하는 데 좀 힘들었다. 특히 80대분들이나 주부생활을 오래 하신 70대 여성분들은 간혹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원전 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대입 때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좀 있었다.  

 

김 : 인구 비율에 따라 선정하기 때문에 70~80대를 필터링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70~80대의 이해도가 조금 떨어진다 해서 지역·연령·성비 외의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박 : 시민참여단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대표로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는 자부심이다. 학습을 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가 거기에 있지 않았나 싶다. 이러닝 학습을 미처 못 한 분들은 보충학습처럼 강의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김 : 공론화에 이러닝을 도입한 것은 한국이 최초였다. 이러닝을 해야 수당을 더 받을 수 있는 식으로 유인책도 뒀다.

 

조 : 시민들의 열의는 놀라웠다. 한 60대 여성 참가자는 집에서 남편과 함께 동영상 강의도 듣고 토론도 했다고 했다. 원전 공론화 때 부산에 사는 한 40대 남성분은 시민참여단에 선정되고 나서 현장에도 다녀왔다고 했다.

 

시민참여단에는 자료집과 이러닝(e-learning) 시스템이 제공됐다. 자료집에는 사안과 관련된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의 입장이 실렸다. 이러닝 시스템을 통해선 전문가가 직접 강연한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시민참여단은 약 한 달 동안 제공된 자료를 학습한 후 숙의에 참여했다.

 

김 : 시민참여단이 현장을 한 번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500명이 현장방문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인근 지역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일대를 촬영해 영상으로 제공했다.

 

이희진 : 대입 공론화 때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려 했다.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뽑아서 ‘미래세대 토론회’를 진행했다. 그 토론 결과를 영상과 자료집으로 시민참여단에 제공했다. 숙의 장소에서 돌아다니면서 볼 수 있도록 전시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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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서도 예측 어려워” 권고안 발표까지

 

시민참여단은 원전 때 4차례, 대입 때 3차례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처음 모였을 때 한 번, 그리고 이후 숙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틈틈이 설문조사가 있었다. 원전 공론화는 1차 조사 당시 ‘판단 유보’ 입장이 35.8%였지만 최종 조사에서는 모든 시민참여단이 원전건설 재개 혹은 중단으로 입장을 정했다. 대입 공론화의 경우 1차 조사 때는 의제1, 2, 4가 비슷한 지지도를 보였지만 2차, 3차를 거치며 추이가 달라졌다. 

 

조 : 모더레이터들도 현장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자기 조만 담당하는 탓도 있지만 모더레이터끼리 이야기할 때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박 : 개인적으로 박수소리가 다르다고 느끼긴 했다. 원전 때는 원전공사 재개 쪽 의견이 나올 때 박수소리가 더 컸던 것 같다. 대입 때는 2안이 큰 박수를 받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다. 근거가 있는 얘긴 아니다.

 

김 : 숙의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토론 진행을 약간 방해하는 분들이 간혹 있었다. 예를 들어 한 분이 자기와 반대되는 입장의 전문가에게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돌출 행동을 했다. 질문 순서가 정해져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한 행동이었다. 그러자 나머지 400여 명의 시민들이 ‘조용히 좀 합시다’ 하면서 스스로 제지에 나섰다. 진행자가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시민들이 알아서 절차를 지켜줬다. 일각에서 중우정치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시민의식이 놀라울 정도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조 : 간혹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규칙을 지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다른 사람들이 서로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의식을 공유하는 게 느껴졌다. 서로 친해지고 나서는 아예 “제 시간을 대신 드릴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이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로라고 느껴졌다. 

 

박 : 농담 식으로 “아이고, 그만 좀 하세요” 하면서 말리기도 했다.

 

김 : 시민들이 지혜롭게 대처하는 순간이 많았다. 공론화를 통해 결론을 얻어내는 것보다도 이런 논의 과정이 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조 : 시민들도 스스로 많이 배우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논의 과정이 결론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됐다. 내 의견과 다른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 결과가 어떤 논의를 거쳐 나왔는지 알기 때문에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김 : 공론화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비판이 있다. 저는 오히려 훨씬 비용을 많이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결론도 수용하겠다는 시민이 늘어나는 것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이루 말할 수 없다.​ 

 

※연관기사

김영란 “공론화위는 결론 만드는 곳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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