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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공론화위는 결론 만드는 곳 아니다”

[인터뷰] 김영란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장…“교육 미래에 더 많은 준비 필요”

송창섭 기자·김윤주 객원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7(Fri) 11:04:46 |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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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만큼 우리 사회 변화를 주도한 인물을 찾기도 힘들다. 이력부터가 남다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발탁된 데 이어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했다. 

 

권익위원장 재직 당시 만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공직을 마친 후 학교로 간 김 위원장에게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장직을 요청한 것도 ‘불편부당’을 원칙으로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길 원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심각한 갈등요소다. 숱한 사회갈등의 뿌리에는 교육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고르디우스 매듭’처럼 복잡하다. 4월29일 위촉 후 김 위원장은 두 차례의 숙의(熟議)토론회를 거쳐, 지난 8월3일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했다. 

 

지나치게 기대가 컸던 것일까. 대타협을 기대했던 정부나 명쾌한 결론을 기대했던 교육계 모두 공론화위원회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 사회갈등 요인인 교육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公論)의 장으로 이끌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있다. 8월28일 김영란 위원장을 만나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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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론화위원장을 맡았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을 김지형 대법관이 맡았다. 김 대법관이 그 사례를 들면서 국민들에게 절차의 공정성이나 신뢰성을 담보하려면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더라. 3개월만 고생해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절차의 공정성이나 투명성, 신뢰성이 정말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국민들과 국가 발전을 위해 그 정도는 봉사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전문가 집단이 시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막상 위원장을 맡고 나니 어려운 점도 있었을 텐데. 

 

“판사 때와는 달랐다. 판사는 절차가 역사적으로 누적된, 정해진 시스템 안에서 판결을 내린다. 또 피고나 원고 같은 당사자가 분명하다. 그러나 공론화는 표준화된 절차도 없고 당사자나 의제도 뚜렷하지 않았다. 그런 모든 것을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어려웠다.”

 

결과 발표 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공론화라고 하는 건 한 의제가 지고 다른 의제가 이겨서 그 이긴 의제를 무조건 국가 정책으로 정하는 게 아니다. 쟁점에 대한 시민들의 현재 생각을 보는 게 중요하다. 시민들의 생각을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다는 데 공론화의 의의가 있다. 아직은 사회적으로 공론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없다 보니 그런 지적이 나오는 것 같다.”

 

왜 4개 의제 중 하나로 의견을 모으지 못했나. 

 

“사람들은 1~4안 중 하나를 뽑아주기를 원했을 수 있다. 하지만 시민참여조사의 함의(含意)를 생각해 보자. 의제 1, 2에 각각 70점을 줘도 되는데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의제 1, 2안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만족스럽지 못했을까. 시민참여단이 각 의제의 단점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해 주셨다. 대표적으로 ‘절대평가 하면 어떻게 변별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이 충분히 납득하지 못한 거다.”

 

시민참여단의 결론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전체적으로 시민참여단이 전문가를 질타했다는 생각이다. 한 전문가 집단이 ‘우리 교육이 이러이러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면 결론은 달라졌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전문가 집단도 그것을 이뤄내지 못했다. 우리 교육계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민주주의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질타를 해 주셨다. 그러면서 준비하라고 요구한 거다. 

 

공론화 결과를 놓고 ‘답이 없다’ ‘입시 어떻게 하느냐’고 하는 건 옳지 않다. 우리는 이번에 수능 평가방법의 중장기적인 방향에 대해서도 물었다. 시민들이 여기서도 절대평가 쪽으로 확실히 마음을 정하지 않았다. 53.7% 정도 나왔으니 말이다. 절대평가도 필요하지만 준비가 덜 됐다는 것이 시민참여단의 의견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공론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시민참여단을 정치적 성향에 따라 뽑았다는 논란도 있었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냐는 질문이 있었다. 시민참여단 모집을 위해 18만 건 이상 전화를 해야 하는데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가상전화번호를 이용했다. 통신사를 통해 가상번호를 쓰려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선관위가 선거여론조사 때 쓰는 번호를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이 번호를 쓰려면 선거여론조사형 질문을 하나 꼭 넣어야 했다. 그래서 가장 평이하게 지지 정당을 물은 것이다. 그 설문의 결과는 조사에는 전혀 이용되지 않았다. 원전 공론화 때 이런 공론조사에서는 가상번호를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국회에 제안했는데 입법이 안 된 모양이다.” 

 

공론화에 적합한 주제가 따로 있는지. 

 

“정말 중요한 사안은 공론화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립되는 의견이 확실하게 고착된 문제는 공론화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 그러나 갈등이 예상되는 문제라든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초기 단계에서 시민참여형 조사나 공론화를 하는 것은 굉장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공론화 주제나 방법에 대해선 더 많은 연구와 경험이 필요하다.” 

 

 

“공론화로 사회갈등 비용 줄일 수 있다”

 

공론화에 비전문가인 시민들이 참가했는데. 

 

“처음부터 왜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정책 결정을 하냐는 비판에 부딪혔다. 전문가가 참여를 안 한 것은 아니다. 의제를 만들 때 35명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1박2일 합숙토론을 했다. 시민참여단에 결정을 맡긴 것은 판사들이 재판할 때 사안을 다 알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나도 특허 재판을 많이 했지만 어려운 기술을 다 알 수 없어서 물어가면서 했다. 미국에서 삼성과 애플 분쟁 때 배심원 중에는 전문가는 처음부터 배제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때는 결국 보통 사람의 상식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이 주장을 펴고 토론하는 것을 듣고 시민들이 우리 사회의 방향을 정해 준 거다. 우리나라만큼 교육 수준이 높은 시민들이 아니면 과연 어느 나라에서 이런 숙의민주주의가 가능하겠나. 너무 시민들의 성숙함을 무시하는 발언이 아닌가. 또는 혹시 전문가가 민주주의를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비전문가인 시민들의 토론을 지켜본 소감은. 

 

“처음에는 나조차도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놀라웠다. 사전에 이러닝(e-learning) 시스템을 제공했는데, 참가자 90% 이상이 강의 8개를 모두 들었더라. 내게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국가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게 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금전적인 동기가 아니라 국가 정책을 공부하고 선택할 기회 자체가 동력이 된다고 느꼈다. 시민들이 제대로 된 ‘숙의민주주의’를 경험한 것도 커다란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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