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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정서법에 도전했다 큰코다친 《아는 형님》

대중은 왜 신정환 복귀를 반기지 않나

하재근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8(Sat) 16:00:00 |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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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정환이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논란이 일었다. 신정환 도박 사건은 2010년부터 2011년 사이에 벌어졌다. 지금은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어느 정도 대중의 분노가 누그러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연예인 도박 사건에선 대체로 1년 전후의 자숙 기간을 거치고 복귀한다. 신정환의 경우는 재범이기 때문에 기간을 가중한다 해도 7년이면 다른 자숙 연예인들에 비해 상당히 긴 시간이다.

 

하지만 대중의 분노가 전혀 잦아들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신정환이 출연한 《아는 형님》이 방영된 후 며칠에 걸쳐 항의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포털 ‘다음’ 기준으로 댓글이 수백 개 정도씩 쌓이면 보통 ‘인터넷에서 큰 논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번 신정환 출연엔 다음 뉴스에서 반발 댓글이 수천 개까지 쌓였다. 이 정도면 가히 ‘국가 중대사급’이다. 뜨거운 공분이 여전하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아는 형님》의 고정 멤버인 이상민도 악플 폭탄을 맞았다. 프로그램에 신정환이 섭외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이상민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과거 신정환과 룰라를 함께했던 그가 제작진을 움직여 신정환을 출연시키도록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사람들은 신정환과 이상민에게 엄청난 공격을 가했고, 결국 이상민은 신정환이 출연한 《아는 형님》 초반에 “신정환 출연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섭외는 제작진이 알아서 했다”고 해명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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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여론 알면서 녹화 강행한 제작진

 

이상민의 해명을 통해 드러난 것이 있다. 신정환 출연에 대한 엄청난 반발을 제작진이 사전에 알았다는 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신정환을 출연시켜 녹화했는데 그 소식이 뒤늦게 전해져 질타를 당한 것이 아니라, 섭외하자마자 반발이 크게 나타났고 그걸 뻔히 알면서도 제작진이 녹화를 강행한 것이다. 녹화 초반에 이상민에게 해명을 시켰을 정도면 사태의 심각성을 제작진이 충분히 인지했다는 이야기다. 

 

대중이 그렇게 심각하게 반발하면 섭외를 취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능은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장르다. 대중을 거스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아는 형님》 제작진은 마치 대중에게 싸움이라도 걸 듯이 신정환 출연을 강행했다. 신정환 출연이 대중에 맞서서 반드시 지켜야만 할 ‘가치’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이해하기 힘든 행태다.

 

제작진은 반발 여론을 가볍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숙 연예인들의 경우 복귀할 때 으레 논란이 일어난다. 이상민·이수근 등도 복귀할 때 대중의 질타가 있었다. 하지만 TV에 계속 나오면 결국 논란이 사라졌다. 그런 선례가 많기 때문에 신정환에 대한 반발도 어차피 거쳐야 할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했을 수 있다. 또 예능에서 물의를 빚었던 연예인을 복귀시키면서 대놓고 면박을 주고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안 좋은 말을 들으면 연예인은 괴로워하고 부끄러워한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숙 연예인을 시청자가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아는 형님》이 직설 토크를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런 직설적 면박을 통해 신정환에 대한 시청자의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실제로 신정환이 출연했을 때 그에 대해 독설이 퍼부어졌다. 하지만 대중의 거부감은 이런 정도로 무마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예능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신정환을 아까워한다. 예능계는 언제나 새 얼굴을 원하는데, 특히 요즘처럼 다(多)채널 경쟁시대엔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사람을 필요로 하는 자리도 많다. 하지만 아무나 쓸 순 없기 때문에 항상 검증된 사람만을 쓰게 되고, 그래서 겹치기 출연이 나타난다. 이럴 때 신정환은 좋은 카드다. 예능감이 이미 검증됐는데 최근 몇 년간 이미지가 소모되지 않아서 신선하다. 그래서 신정환을 원하는 것이다. 

 

특히 방송계 후발주자들은 일단 주목받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도 불사하기 때문에 신정환 정도의 화제성 있는 자원이라면 마다하기 힘들다. 이래서 예능계에선 신정환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는데, 대중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됐다. 대중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연예인의 복귀 시점을 정하는 것은 대중의 정서법이다. 어떤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게 아니다. 대중의 정서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곳이 바로 대중문화계다. 《아는 형님》은 이번에 그 대중 정서법에 도전했다.

 

 

일반적 도박 사건과는 다른 신정환의 사례

 

대중의 정서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연예인이 대중의 사랑과 관심으로 엄청난 명예와 부를 누리는 특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에게 그런 자리를 허락하는 것은 순전히 대중의 마음이다. 이 점이 운동선수와 다르다. 축구선수 황의조는 대중의 뜻을 거슬러 대표팀에 선발해도 된다. 실력만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연예인은 대중의 뜻을 거슬러 출연진으로 선발하기 어렵다. 아무리 그 연예인의 실력이 뛰어나도 어쩔 수 없다. 

 

운동선수는 감독이 자의적으로 선발해도 나중에 실력이 증명되면 대중이 인정해 주지만 대중의 뜻을 거슬러 방송국이 자의적으로 내세운 연예인에 대해선 반발만 더 커질 뿐이다. 이번에 《아는 형님》이 신정환 출연을 강행한 것이 그런 결과를 빚어내고 말았다. 특히 웃음을 주는 예능계의 경우 대중의 정서를 잘 살펴야 한다. 불쾌한 사람을 보면서는 웃음이 터지지 않기 때문이다.

 

신정환 사건을 일반적인 도박 사건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2010년 9월에 도박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장기간 핫이슈였다. 신정환은 한국에 들어올 것처럼 말하면서 해외를 전전했다. 계속해서 이슈가 이어졌다. 처음 적발됐을 때 바로 귀국해 처벌받았으면 벌써 복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기간 이슈를 끌면서 부정적인 인상을 너무 크게 남겼다. 거짓말로 팬들을 농락하고 한국을 무시한다는 인상과 함께 사랑을 주고도 배신당했다는 불쾌감이 깊게 각인됐다. 이래서 이례적인 공분이 나타난 것이다. 사실 객관적인 죄의 내용만 보면 복귀해도 될 수준이지만, 대중 정서의 특수한 상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럴 때 억지로 복귀를 밀어붙이면 역효과가 난다. 이번에 《아는 형님》은 “하염없이 웃음을 주니까 영어 이름을 하우스(도박장)로 하면 어떠냐” “걸음 소리도 저벅저벅 대신 도박도박이 어떠냐”고 하면서 도박 전력을 개그 소재로 삼았다. 이렇게 가볍게 넘어가려는 자세도 반발을 초래한다. 신정환이 과거 처음 용서받았을 때도 그의 도박 전력을 주위에서 개그 소재로 삼았었다. 대중이 그때는 도박 개그를 봐줬지만 지금 또 봐주긴 어렵다. 방송제작진에 의지해 무리하게 복귀 시도를 하기보다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대중의 마음을 돌리는 게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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