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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은 국가의 것도 남성의 것도 아닙니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낙태죄를 폐지하라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0(Mon) 08:00:00 |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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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낙태죄 폐지를 외치게 되었다. 현재 여성들의 가장 큰 사회적 고민은 성폭력과 낙태죄인데, 많은 여성들이 길거리로 몰려나올 정도의 현안임에도 이렇다 할 정부나 국회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헌재는 위헌법률심판 판결을 미루고 있으며, 복지부가 낙태수술을 한 의사를 징계하겠다는 발표를 해서 다시 불을 질렀다. 지루할 정도로 외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런 와중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연설에서 ‘출산주도 성장’이라는 신조어를 들고나왔다. 알맹이 없는 수사법의 극치다. 출산율을 높여 성장을 주도한다니, 인구가 늘면 성장은 따라오는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 제안은 조롱거리가 되었다. 당연히, 저출산의 이유가 단지 경제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출산과 양육을 담당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남성적인 의견이었다. 물론 직접 돈을 나눠주는 복지를 비교적 찬성하는 편이고, 이미 가정을 이룬 부부에게 경제적 지원은 더 많은 출산의 유인책이 될 수도 있다. 결혼을 한다면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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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절박함에도 나서지 않는 정부

 

그러나 김성태 원내대표의 제안이 조롱거리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출산이 국가의 경제 성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발상 그 자체다. 이미 국가주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처럼 개인의 자율적 결정에 맡겨진 출산을 국가의 성장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발상이 아닌가. 어머니는 군인이 될 아들을 낳아야 한다던 그 옛날 군국주의자들의 성장론적 버전이다. 인공임신중절, 달리 말해 낙태가 죄가 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출산을 정부의 관리 아래 둠으로써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을 근원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산아제한의 수단으로 1960~70년대에 낙태버스란 것을 운영한 적이 있다는 기사를 보고 경악한 일이 있었다. 당시도 낙태는 엄연히 형법상의 죄였음에도 처벌받지 않았다. 90년대 초반 태아성감별을 통해 성비가 심하게 어긋날 정도로 여아 낙태가 행해졌어도, 그 때문에 처벌받았다는 뉴스도 거의 본 일이 없다. 저출산 대책으로 낙태죄를 엄격 적용한다는 것이 박근혜 정권의 발상이었고, 출산주도 성장을 외치는 것이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상이다.

 

출산이 성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그 괴상한 발상이 자유한국당의 진심이라면, 먼저 고민해야 할 일들이 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통산업은 전방위적으로 거의 모든 여성을 범죄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죄의식 없이 범죄에 동참하는 사람들 또한 양산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볼 때 출산율을 더더욱 떨어뜨릴 것이다. 성매매를 하고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을 죄책감 없이 보는 남성과 “알고” 연애하거나 결혼할 여성이 어디 있겠는가. 상식적인 이야기다. 이런 것이야말로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가 나서야 할 일이 아닌가. 

 

낙태가 아직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현실은 야만적이다. 헌재에 올라가 있는 법률이라고 하더라도 국회나 법원에서 전향적인 판결로 세상의 변화와 발전을 먼저 보여줄 수도 있다. 모쪼록 헌법재판소가 신속히, 여성이라는 주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길 바란다. 

 

사랑 넘치는 출산은 임신한 여성 누구나가 다 바라는 바다. 사랑 넘치는 임신을 하지 못한 불행에 이어, 국가의 성장을 주도하기 위해 출산을 하라는 망발까지 들어야 하는 일은 괴롭다. 여성의 몸은 국가의 것도 남성의 것도 아닌 여성 자신의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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