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위기경보] 38명 목숨 잃은 3년 전과 비교해보니…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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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자 격리 등 초기대응 비교적 빨라…공항 검역 통과 등 문제점은 여전

 

국내에서 3년 만에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검역을 통과한지 4시간 만에 병원에서 의심 환자로 분류됐다. 일각에선 정부의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2015년에 비해서는 초기 대응이 빨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9월9일 오후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메르스 증상' 설사 신고했는데도 검역대 통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9월7일 입국 당시 검역 단계에서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았다. A씨에게 메르스의 주요 증상인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보이지 않아서다. A씨는 메르스 주요 증상 중 하나인 설사를 한다고 신고했지만, 검역관은 A씨를 그대로 통과시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씨의 당시 체온은 36.5도로 정상 범위에 있었다.

 

그러나 A씨는 공항을 벗어난 지 겨우 4시간 만인 당일 오후 10시34분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그사이 A씨는 공항에서 아내와 함께 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해 진료를 받았다. 

 

A씨는 병원에 가기 전 의료진에 미리 상태를 알렸다. A씨의 중동 방문 지역 이력을 확인한 삼성서울병원에선 처음부터 A씨를 음압격리실에 옮겨 진료했다. 정밀 검사 결과 발열과 가래 및 폐렴증상이 확인 돼 병원에선 보건당국에 신고했고, 이후 A씨는 국가지정격리병상인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9월9일 현재 메르스 환자 밀접접촉자 및 일상접촉자 현황 ⓒ 질병관리본부


 

A씨의 아내와 택시운전사, 의료진 및 항공기 탑승객 등 21명은 현재 메르스 환자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택격리 중이다. 이들은 최대 잠복기인 14일 동안 자택에서 격리되며 지역 보건소 담당자의 모니터링을 받는다. 이들 외 항공기 동승객 440명도 일상접촉자로서 감시 선상에 놓였다. 이들은 격리되진 않지만, 관할보건소의 정기적 연락을 받게 된다. 

 

 

38명 목숨 앗아간 2015년 비해 “그나마 낫다”

 

한편 메르스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던 2015년에 비해 초기대응이 비교적 빨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9월9일 오후 2시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초기대응은 비교적 잘 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라”면서 격리된 22명과 접촉했던 사람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2015년 당시 메르스는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의 초기 대응 실패로 온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2015년 5월 처음 확진을 받은 환자는 열흘이 지나서야 메르스 판정을 받았다. 그사이 해당 환자는 병원 3곳을 돌아 다녀 지역사회에 2차 감염이 빠르게 확산됐다. 감염자 수는 186명에 달했고 이중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행히 이번에 메르스 확진을 받은 A씨는 일상생활을 하기 이전에 격리 조치돼, 지역사회 내 광범위한 2차 감염 우려는 크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A씨가 인천공항에서 검역을 통과한 이후 병원으로 직행하지 않았더라면 2015년과 같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건당국이 비판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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